#1
이런 행동에 대한 내 분석이 주관적일 수 있지만, 가령 허리가 좀 쑤신다든가 잠을 잘 못 자서 목이 뻐근할 때 또는 축구를 하다 발목을 살짝 접질렸다고 하면 해당 부위를 깔짝깔짝 움직여 봄으로써 그 부위를 자극하는 행위가 가능하고 통증이 참을만 하다는 가정 하에 우리는 반복적으로 자극을 가한다.
통증이 느껴질 줄 알면서 같은 행위를 반복하며 '혹시 통증이 이전보다 줄어 들었을까' 확인하거나 가끔씩은 그 너무 미미하지는 않으면서 크지도 않은 통증을 즐기기도 한다. 나만 그런거면 죄송합니다. 제가 좀 이상한 성향이.. 아니면 정말 별 생각없이 통증 부위를 움직여 보기도 한다. 나는 그 행동에 중독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2
이 중독적인 반복 행위는 경제학에서 신고전학파가 이야기하는 '경제인'의 합리성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나 그 심리는 물리적 통증의 경우 뿐 아니라 '감정적 상처에 대한 대처', '의식적 거부와 별개로 하게 되는 각종 행동'에서도 나타난다. 자극하지 않아도 되는, 자극하면 안 되는 상태임을 알면서 환부를 자꾸 건드린다.
#3
친구에게 자존심 상하는 말을 듣거나 지인이 나를 무시했다고 가정하자. 그것으로 인한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는데 필요한 것은 시간 뿐이다. 절치부심 와신상담하여 복수를 꿈 꾼다면 섶에 눕고 쓸개를 핥을 때마다 상처가 덧나기만 한다. 언젠가 그를 쓰러뜨리고 위에서 내려다보면 상처가 사라질 것으로 상상하지만 그렇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하지만 간혹 상처에 대한 지속적인 자극을 삶의 원동력으로 삼아 지독하게 살아가는 사람도 본다. 그것이 좋다 나쁘다 말 할 자격은 나에게 없다. )
#4
'의식적 거부와 별개로 하는 행동'은 너무나 많지만, 이별 후의 상황에서 가장 흔한 예를 찾을 수 있다. 누군가는 이미 헤어진 옛 연인에게 종종 연락을 한다. '자니'라는 노래는 괜히 나온게 아니야
아마 '이 건 좀 아닌데...'라는 생각은 본인이 가장 절실히 하고 있을 터이다. 그럼에도 ①(취기)를 핑계 삼고, 혹시 만에 하나 그녀도 지금 아주 우연히 나처럼 그리움을 떠올리고 있을지 모른다는..그 ②(되도 않는 확률)을 핑계 삼고, 연애의 ㅇ도 그릴 줄 모르는 ③(친구들의 격려와 호언장담)을 용기의 원천으로 삼아 문자를 보낸다.
잘 지내?
or 자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앗 미안하다. 가즈아 글이 아닌데 웃음을 참을 수 없어서...
더 가관은 이 이후부터이다. 답장이 오면 갑자기 주변 친구들에게서 환호성이 터져 나오며
"거봐 된다고 그랬잖아~", "역시 내 말 듣길 잘했지?"
등의 코믹스 만화의 한 장면이 연출된다. 답장은 보통 (아무런 감정과 의도가 담기지 않은 채로)"왜"정도이다.
더 심한 경우는 답장이 없어도
"야 쟤 아직도 너 못 잊었네. 그냥 답장하면 되는데. 못 그러네"
라는 방구석 카사노바식의 내 멋대로 해석이 등장을 하기도 한다.
글이 약간 길을 잃었는데, 요는 의식적 거부 반응이 내부에서 있었음에도 자꾸 하게 되는 행동이 있다는 것이다.
#5
우리는 상처에 대해 치료 행위를 하면서도 그 치료의 미세한 효과와 차근차근 이루어지는 상세 호전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 어느 날 갑자기 통증이 완전히 해소되고 상태가 정상이 되는 그 순간에 더 치중한다. 어쩌면 나는 원래 그 곳에 상처가 나지 않았었다는 통보를 누군가에게 받기를 원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내가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살면 조금씩 열등감과 복수의 감정이 희석될 것이라는 해답을 어렴풋이 알면서도, 나를 무시했던 그를 짓밟고 그 위에 서는 날만을 꿈꾸며 살아가는 것이고
기억을 왜곡 시키면서까지 헤어짐 당시에 느꼈던 서로에 대한 실망과 미움과 분노의 감정을 없던 일로 만들고, 다시 만나면 그녀가 가고 싶다던 양떼목장에 가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지금 새로운 남친이랑 영화를 보고있는 옛 여친에게 문자를 보내는 것이다.
나의 인생은 극이길 바라고 극적인 상황을 선망하기 때문이다. 나를 약간 불편하게 하는 통증도, 나의 자존감을 낮췄던 그 어떤 말이나 상황도, 이제는 나를 잊어버린 그녀 안의 기억도 전부 없던 것으로 만들고 싶은 기대와 상상이 오늘도 나로 하여금 미세한 통증을 자극하게 만든다.
#6
관심을 받으려고 하는 이 포스팅도 나에게는 중독이다. 자기 만족이라는 이기심 어린 태도로 나는 같은 행위를 반복한다. 더 읽고 더 배우고 더 생각해야 함에도 끝없이 쓰려고만 하는 어리석음의 발로이다. 매 번 보이고픈 마음과 숨기고픈 심정이 공존하지만 혹시나 통증이 덜 할까, 누군가의 이해와 공감에 모든 두려움이 사라질까 싶은 마음에 중독 증세를 방치한다.
#7
나는 항상 아무것도 아닌 것에 내 모든 것을 걸고 신경쓰며 살아간다. 동시에 대개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그 것들이 간혹 내 모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살아간다. 지금 내가 살아 온 만큼도 살지 않고 세상을 떠난 시인의 눈에는 세상에서 무엇이 중요해 보였을까? 그가 세상을 떠나던 날 가지고 있던 나이보다 이제는 더 들어버린 나의 눈에 비로소 촛불이나 종이 같은 단어들이 들어온다.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엷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 빈 집, 기형도
방구석카사노바ㅋㅋ 거의 솔로몬급 답을내주는 친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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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카사노바랑 연애 상담하면 내담자의 마음은 점점 편하고 행복해지면서, 내담자가 정한 잠재적 연애 상대가 가지는 어리둥절의 양은 그 행복의 양과 비례하게 됩니다. 주변의 방카바를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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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아닌게 전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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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말을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또2님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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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팅만 하고 가면 뭔가 뒤통수가 땡기는 느낌이야. 댓글 가끔씩 달아달라고 하던 말이 기억나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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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뛰어난 기억력과 약간의 인간미가 있어 다행이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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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며칠 됐다고 기억력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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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있거라 내 손 안에 있던 장미의 가시여~
나는 널 놓아버리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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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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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겉멋부리던 시절 들고 다니던 시집입니다. 기형도 시인의 [입속의 검은 잎] 한국에 갈 때마다 여기저기 나누어 둔 나의 짐들을 뒤지며 찾아오려고 애쓰는데 도대체 찾을 수 없는 내 소중한 시집. 새로 사면 그만이지만 나는 그시절 내 손때가 묻고 나의 스무살 숨이 붙어 있을거 같은 그 시집이 필요합니다. 그 안에 있는 모든 시들을 다 외고 다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글을 읽다가 서서히 아무는 상처말고 하루아침에 없었던 듯 자국하나 남기기 싫어하는 나를 느끼다가 빈집에서 멈췄습니다. 아무래도 한 번 만나야 쓰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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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 누님의 스무살이 그려지는 느낌입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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