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아지랑이 같은
것들이 눈에 보였다.
한번은 어릴 때 부모님에게 질질 끌려
큰 교회 예배에 참석했었는데,
설교가 끝나고 축사 때
목사님 뒤 십자가와 커튼월에서
아지랑이같은 강시?
귀신같은 것들이 츄아아아악 하고 뿜어져,
내 옆을 지나가는데 그 수가
수백은 족히 되보였고,
어린 내겐 너무 큰 두려움이었다.
그렇게 그늘진 곳이나 집안 구석에서도
아지랑이같이 흐물거리는
무언가를 보곤 했는데,
두려움에 바지에 똥과 오줌을 자주 지려서
국민학교 저학년 때도
기저귀를 차고 다닌 경험이 있다.
그 아지랑이들의 특징은 내가
그 아지랑이를 인식하면
그것 또한 나를 인식한다.
내가 자기를 본다는 걸 금방
알아채서 내게 다가온다.
그것들은 천둥번개가 치거나
비가 많이올 때,
또는 새벽 3시 경에 강해진다.
가만히 있던 것들이
그때엔 활발히 움직이거나,
집안천장을 정신없이 날아다니곤
해서 어린 내겐 충격과 공포였다.
폭우가 내리기 전에 하늘을 바라보면
거대한 항공모함만한
고래만한 커다랗고 까만 아지랑이가
유유히 하늘 저 높은 상공을 부유하는데,
그 주변을 수백수천의 아지랭이들이
정신없이 날아 다니곤 했는데,
그 모습이 어린 내겐 장관이었다.
어느날 부턴 그런 것들이
눈에서 보이지 않았고 잊고 살 무렵,
결혼 후 본가에서
아내와 마루에 누워 낮잠을 자는데,
잠깐 잠이 깬 사이 안방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슬쩍 고개를 돌려보니,
안방 침대에 왠 신생아 둘이 나란히
엎드린 자세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기괴한게 머리는 몸에 비해
무지 큰 게 꼭 동자승 같았다.
순간 몸이 얼음이 되었고 그대로 사뿐히
기절하면서 우당당탕 소리가 났고
어머니와 아내가 놀라서 날 깨웠다.
내가 본 이야기를 하자
아내는 개꿈꿨다고 면박을 줬고,
난 어머니께 혹시 내가 태어나기
전에 죽은 내형제가 있냐고 하자
어머니께서 화들짝 놀라시며
아버지 때문에 결혼 전에
2번 낙태를 경험하셨다고 했다.
그 후 내가 태어났고,
물론 내가 본 그것들이
내 전에 죽은 형제라곤 생각치 않는다.
그저 우연이거나 장난치기 좋아하는
그것들의 장난질이려니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