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한밤 중
집 근처에서 불이 났었습니다.
불이 난 집과 우리 집 사이에는
초등학교 운동장을 사이에 두고 있어서
제 방에서 그 집이
훤히 보이는 위치에 있었습니다.
그 집은 과거에도 그 집 아들이
담배를 피다 부주의로
작게 불을 냈던 적이 있었구요.
방에서 불난 집을 보고 있는데,
소방차 소리 등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깨셨던 어머니가 제 방으로 오셨습니다.
저는 어머니와 둘이서
가까이 가볼 요량으로
사람들이 가득한 도로 대신
고지대에 있는 초등학교로 향했습니다.
우리는 도로를 사이에 두고
조금 내려다보이는 위치에서
그 집 2층 창문을 통해
불이 난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러던 와중 어머니가 문득
"2층에 난 불이 좀 이상하네..."
라고 하시더라구요.
자세히 보니
1층은 전체가 활활 불타고 있는데,
2층은 방 가운데에 불길이
춤추는 것 처럼 보였습니다.
창 너머로 불꽃이 이리저리 흔들리고
치솟는걸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고 있는데,
"소방차는 아직이야?"
라는 외침이 들려오더라구요.
아래를 봤더니 아저씨들이 물통을
이리저리 나르며 불길을 진압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습니다.
소방차 사이렌은 저 멀리서
길을 찾지 못하는 듯
왔다갔다 하고 있었구요.
저는 2층의 불길을
계속 보고 있었습니다.
잠시 보고 있자니,
불길은 방 가운데에
멈췄고 계속 타올랐습니다.
그리고 5분정도 있으니 소방차 2대가
도착해 물을 뿌리기 시작했습니다.
경찰차와 구급차도 뒤이어 도착했습니다.
소방대원에게 늦었다며
욕설을 퍼붓는 사람도 있더라구요.
저와 어머니는 슬슬 추워지길래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다음 날 학교 가는 길에
불난 집을 보니 반쯤 타버렸더라구요.
집에 돌아온 저는 불이
어떻게 난 것인지 여쭤봤습니다.
주변 사람들 말로는 그 집이 이전부터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져 살아서
집에 있던 건 집주인
아저씨 뿐이였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그 아저씨가
정신이 이상해졌었나봐..
매일 밤 개처럼 짖기도 하고,
집에서 막 돌아다니는 소리가 나더란다..
그러다 어제 자기 몸에 등유를
끼얹어가지고 불을 낸거라더라.."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오싹했습니다.
"어디서"
라고 다시 묻자
어머니는 고개를 푹 숙이시고는
"2층에서....
새까맣게 타버렸다더라.."
라고 말씀하시고는
아무 말씀이 없으셨습니다.
저희는 그때 사람이 산채로타죽어 가는
광경을 계속 보고 있었던거죠.
지금도 그때 그 모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