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미쳤다.
좋은 의미에서 미쳤고, 나쁜 의미에서 미쳤다.
작가 줄리언 반스는 독자에게 매우 불친절하게 이야기를 시작한다.
에이드리언이라는 친구에 대한 묘사는 마치 <데미안>을 다시 읽는 기분이 들었다.
문체가 굉장히 올드함을 느꼈다.
분명히 일부러 어렵게 표현하고 싶어했거나,
아니면 나이가 굉장히 많거나, 번역이 잘못됐다..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2부가 시작되자 깨달았다.
이 소설의 화자 스스로가 노인이었던 것이다.
좀처럼 요새 쓰는 말이 아닌지라 번역이 이상하다는 느낌마저 줄 정도였는데,
그게 의도된 문체였다니!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
사람의 기억은 굉장히 왜곡되기 쉽다.
특히 세월의 더께가 두터워질수록 진실과는 멀어진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줄리언 반스의 이 소설은 '기억'을 소재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주인공 토니는 다 늙어 편지 한통을 받고 40년전의 기억을 기록과 대조한다.
하지만 그가 40년동안 “기억”이라 믿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로 스스로를 혼란에 빠뜨린다.
옛 연인 베로니카는 당최 토니가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한다.
토니는 자신의 기억과 기록(편지)를 토대로 베로니카의 행동을 유추해보지만,
베로니카는 '넌 여전히 모른다'며 타박한다.
토니가 놓치고 있는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소설은 마지막 두 페이지를 남겨두고 엄청난 “진실”로 반전의 충격을 준다.
내가 읽고 이해한 내용이 진짜 맞는건지 마지막 페이지를 몇 번이나 다시 읽었다.
내가 이해한게 맞다면 그 진실은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작가는 150페이지 분량의 이 책을 다 읽고나면 300페이지를 읽게될 거라 말했다고 한다.
말인 즉슨,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교묘한 기억의 짜임을 맞춰보며 읽게된다는 것.
과연.
맨부커상이 아깝지 않을 명작을 만났다.
작가의 의도된 전개상 불친절함이 이토록 강렬한 충격을 예고한거였다니.
그리고 다시 첫 장으로 돌아가
기억과 기록이 날실과 씨실이 촘촘하게 엮이듯
굉장한 짜임새로 구성이 되어 있음을 감탄하며 읽게된다.
짱짱맨 태그 사용에 감사드립니다^^
존버앤캘리 이번편은 왠지 찡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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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
멋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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