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어떻게 살 것인가? (유시민)

in kr •  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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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중에서 내가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고 뽑은 문장을 옮겨본다.

"칸트의 충고를 기억하자. 행복한 삶을 원한다면 스스로 세운 준칙에 따라 행동하되 그것이 보편적 법칙이 될 수 있도록 하라. 어떤 경우에도 자기 자신을 포함하여 모든 사람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하라."

이 문장은 이 책의 처음과 끝을 관통하는 유시민의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준칙'이다.

유시민 작가가 정치인에서 작가로 돌아와 처음 쓴 책이라고 한다.
진보적 가치로 세상을 바꿔보자 했던 정치인의 삶이 그가 택한 인생의 2막이었다면, 자연인 유시민으로 인생의 세번째 막의 시작을 알리고 있는 책이다.
책 중에서 故노무현 대통령이 유시민 작가에게 해준 말이 인상에 남는다.

"세상을 바꾸었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물을 가르고 온 것 같네. 자네는 정치 말고 더 좋은 것을 하게"

작가는 '성공하지 못한 정치인'으로 자평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충고 덕분이었을까?
상대를 향해 서슬퍼런 독기를 품어내던 정치인 유시민에서 벗어나 쉬운 글로 사람들에게 많이 읽히는 책을 내고, 이웃집 아저씨처럼 푸근해진 유시민으로 돌아와 사람들에게 오히려 인기는 높아졌다.

유시민은 참 글을 잘 쓰는 사람이다.

좋은 글은 말과 같은 글이다. 다시 말해, 소리내어 읽었을 때 막힘이 없고 실제 말하는 것과 같이 쓰인 글이다. 유시민 작가의 책을 읽으면 유시민 작가의 음성이 귀에 들리는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로 잘 읽힌다.
그의 글은 본인이 순수하게 창작해낸 소설도 아니고, 본인만의 연구를 담은 학술적 가치의 글이 아니다. 본인이 늘 자신을 표현할 때 '지식 소매상'이라고 표현하듯이 세상에 뿌려진 지식을 잘 큐레이팅하고 자신의 글솜씨로 독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서 설명해준다. 거기에 자신의 주장을 확실하게 담아내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독자들도 정확하게 느낄 수 있다. 책 제목 <어떻게 살 것인가>는 독자들에게 묻는 것이 아니고, 작가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엮어냈다.

어떻게 살 것인가?

50대 중반의 유시민은 이 책을 통해 지난 반세기 본인의 삶을 반추하고 앞으로 남은 여생을 어떻게 보낼 생각인지, 다가올 죽음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를 밝혔다. 유시민 작가의 다른 책 <나의 한국현대사>와 같이 철저히 본인의 주관적 입장을 견지하면서 객관적 사실들을 버무려 자신의 주장을 하고 있다. 최근 TV에 나오는 유시민 작가를 보고 호감을 가졌던 사람이라면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하지만 재미로만 접근하기엔 꽤나 진지하게 생각해 볼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먼저, 그는 모든 인생의 주체는 나 스스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모님에게 어쩔 수 없이 물려받은 것들은 내가 감내해야 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태도와 나의 자유의지로 만들어 나가는 삶에서는 본인이 선택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말이다.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죽음의 방식도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인생의 절반 이상을 살아온 사람으로서 이제는 삶(生)을 말하기 위해 죽음(死)을 준비하는 과정을 말해야 하는 입장이 되었다. 책 중에서도 언급되지만 셸리 케이건의 <죽음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유시민이 죽음을 대하는 태도에 많은 영향을 미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유시민은 이 책을 읽고 조금 더 이해하기 쉽게 풀어냈고, 거기에 자신만의 주장을 덧대어 낸 책과 마찬가지라고 본다.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라.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가 이것이다.

"잘하는 걸 해야 할까요, 좋아하는 걸 해야 할까요?"

나는 직업과 취미는 명백히 구분되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나는 다시 생각해볼 여지 없이, 잘 하는 것을 선택하라고 대답해주고 싶다. 심지어 '잘 하는 것'을 선택했다 하더라도, 사회에 나와보면 자신보다 '훨씬 잘 하는' 선배들이 무수히 많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그 속에서 경쟁하고 살아남아야 하는 세상에서는 '좋아함'만으로 버티기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여행사에 다니면서 후배들을 보며 가장 안타까운 점 중 하나가 자기소개서에 천편일률적으로 이 얘기가 들어간다는 것이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여행을 좋아했고, 여행을 많이 다니며 세상을 배웠습니다."

취직을 하려고 한다면 부디, 좋아하는 것 말고 잘 하는 것을 선택하라고 조언해주고 싶다. 여행(노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여행을 일로 대하기 시작하면 더 이상 여행은 여행(노는 것)이 아니다. 일은 '일'일 뿐이다. 사람들이 공과 사를 구분하듯이, 일과 취미는 구분되어야 한다. 좋아하는 건 취미로 남겨두자.
유시민 작가도 이런 관점에서 '놀고 일하고'를 구분했다. 그리고 자신이 평생 추구해온 진보관에 대한 이야기를 '사랑하고 연대하라'에 심었다.

※ 이런 분께 추천

  • 평소에 유시민 작가를 좋아하시는 분
  • 철학적 고민을 담고 있지만, 어려운 책은 부담되는 분
  • (나처럼) 정가보다 싸게 판매하는 이벤트로 이 책을 발견하신 분
  • 에세이 글쓰기를 배우고 싶어 잘 쓰여진 글을 보고 싶으신 분

아래는 리디북스에서 읽을 때 형광펜을 친 부분들 입니다.
형광펜 친 부분이 너무 길어지는 걸 싫어해 앞뒤 문맥 자르고 핵심부분만 따와서 저 문장이 왜 와닿았는지 모르겠다 하실 분도 계실 듯 합니다. 그 점에 유의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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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세상엔 읽고 싶은 책들이 너무나 많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세상에 읽고 싶은 책들이 너무나 많다는 얘기를 듣고 생각난 게 있습니다.
제가 일년에 많이 읽어야 50권 정도 읽겠더라구요.. 노안이 오기 전에 꾸준히 책을 읽고, 눈이 잘 안보이면 양을 좀 줄여서 읽는다 하더라도..
한 평생 3천권을 읽을 수 있을까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제가 자주 가는 서울도서관이 약 10만원의 책을 보유하고 있다는데..
그만큼 어떤 책을 읽을지 책을 선정하는 과정이 읽는 자체보다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런 의미에서 제 리뷰가 책 선정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다면
저는 엄청난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 좋은 말씀이십니다. 책을 선정하는 게 진짜 중요한 것 같습니다. 나에게 꼭 맞는 책을 찾기란 그만큼 어렵다는 말씀이시겠죠. 감사합니다. 정말 도움이 되었습니다!

유시민 정말 글 잘 쓰지요. 부러운 능력이라능...

썰전이나 알쓸신잡에서 들었던 유시민 작가님의 목소리가 막 들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죠 ㅎㅎㅎ
글을 말하듯이 쓰는 능력.. 너무 부럽습니다

3월의 시작을 아름답게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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