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라이프)올해 첫 좌충우돌 라이딩~!

in kr •  7 years ago  (edited)

지난 주말까지 너무 바빠서, 도서관에서 대출 도서 반납하라는 문자를 받고도 가질 못했다.
이제 좀 여유가 있고, 날씨도 좋아 자전거를 타고 도서관에 다녀오기로 했다.
한달 전에 시작한 캘리그라피 수업이 일주일에 한번밖에 없어서 영~ 감을 못 잡고 있어서, 빌린 책이 거의 캘리그라피에 관한 책이다.
두권 정도는 따라 썼는데, 아직도 감은 잘 안 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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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빌린 책들을 자전거에 부착하는 가방에 넣었다. 가방이 작아서 겨우겨우 책들이 들어갔다.
겨우내 한번도 타지 않은 자전거..
남편이 없어서 나혼자 점검하고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이런 거 잘 못하는데..'

낑낑거리며 겨우 바퀴에 바람만 채워 넣었다. 더 빵빵하게 넣어야 하는데, 내 힘으로는 한계가 좀 있다.
우리 자전거에는 자랑스런 국토종주 스티커가 줄줄이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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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굴러는 가겠지?하며 집을 나섰다.
혼자 자전거를 타고 도서관에 가는 것도 처음이라 살짝 떨린다.

나는 전혀 자전거를 타지 못했었다.
작년에 이 자전거를 사면서 타는 것을 제대로 처음 배웠다.
걸음마를 시작하자마자 달리기를 한 격으로, 자전거 타기를 배우고 남편이랑 한달간 국토 종주를 했었다.
그리고 겨우내 쉬고 다시 탔는데, ‘자전거 타는 건 안 까먹는다.’는 말이 맞는가 보다.
하나도 버버거리지 않고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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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자전거는 수작업으로 만든다는 영국산 브롬톤이다.
작년에 국토 종주를 마치고 뒤에 짐받이도 달았다.
오늘 이 짐받이를 유용하게 쓰게 될 것이다.

도서관까지 가는 길은 5킬로 정도 된다.
우리집에서 계속 한라산 쪽으로 가는 것이라, 완전 오르막만 간다.
오랫만에 자전거를 타는 거라 다리도 아프고, 허벅지는 터질 것 같고, 엉덩이에서는 불이 나는 것 같다.
작년 일년 동안 거의 매일을 다닌 길인데, 혼자 가려니 그 길도 약간 헷갈린다.
난 상상을 초월하는 길치이다.

오늘의 목표는 도서관에 도착할 때까지 끌바(자전거를 끌고 걸어가는 걸 뜻하는 라이더들의 용어)를 하지 않는 것이다. 작년에 체인바를 작은 것으로 교체했기 때문에 분명 가능하리라 생각했다.

일단은 성공!
5킬로 동안 계속되는 오르막을 정말로 한번도 자전거에서 내리지 않고 도서관에 도착했다.
물론 횡단보도에서는 섰다.
난 겁이 많아서 절대로 찻길로 자전거를 타고 가지 못한다.
인도로만 다니다 보니 횡단보도가 나오면 서야 한다.
국토 종주 때 전라도나 경상도, 강원도 같은 지방을 다닐 때는 찾길로도 잘 다녔지만, 그때는 남편이 있었고...ㅜㅜ

도서관에 도착해서 자전거에서 내리는데 풀썩 주저앉을 것처럼 다리에 힘이 없었다.
그래도 이제 따뜻해졌으니 차차 다리에 힘이 붙으면 도서관 정도야 쉽게 오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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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오늘은 도서관 휴관일이란다.
반납기에 반납하면 되지만, 빌린 책 중에 부록이 있는 게 있어서 ‘직원에게 문의’해야 한단다.
다시 와야 한다.
대출 정지는 더 길어지겠군..ㅜㅜ

어쨌든 반납 되는 것만 반납하고, 집에 쌀이 떨어져서 한살림 매장으로 가기로 했다.
여긴 더 난 코스다.
전혀 길을 몰라 핸드폰으로 다음맵을 열번도 더 보면서 겨우 한살림 매장까지 왔다.

또 이런!!!
아직 영업시간 전이란다.
내가 아침에 그렇게 서둘렀나?
어쩌겠어. 매장 앞에 자전거 묶어놓고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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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드디어 새로 장착한 짐받이를 써먹을 때다.
이렇게 실어놓으니 ‘쌀가게 아저씨’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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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다음맵을 켜고 조금 헤맨 후, 아는 길이 나왔다.
자, 이제 집으로 가자.
아까도 말했지만, 우리 집에서 도서관까지는 5킬로 내내 오르막이다.
그렇다면 도서관에서 집까지는 5킬로 내내 내리막이다.
신나게 집으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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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가 미니벨로라 짐받이에 뭐좀 실었더니 발에 자꾸 걸린다.
그래서 오다가 쌀 위치도 바꿔주었다.
어쨌든 혼자 자전거 타고 도서관에 책 반납하고, 쌀 사오기 미션 클리어~

이제 남편 쉬는 날 되면 자전거 타고 유채꽃 보러 성산포에나 한번 다녀와야겠다.
거기 유채꽃이 흐드러졌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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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 years ago (edited)

저는 초반에 제주에서 자전거로 생활하려다 일찌감치 포기했지요 ㅎ 예전에 동료 외국인 할아버지가 자전거 마니아였는데, 거의 국보급으로 애지중지하시더라구요. 최대한 접히면서도 가볍고 튼튼한 자전거를 고국에서 공수해왔는데, 가격이 엄청나더군요 ㅜㅜ @gghite님 자전거를 보니, 나중에 저도 제주 한바퀴 돌고 싶네요~

의외로 제주는 자전거 길이 잘 안 되어 있는 편이에요.
제주 자전거 길의 이름이 '환상 자전거 길'인데, 라이더 사이에서는 '환장 자전거 길'이라고 불릴 정도 거든요.

우선 독립적으로 자전거 길만 되어 있는 곳이 많지 않고, 인도에 파란 선만 그어 놓은 곳이 많고요.
해변 자전거 길이 멋지지만, 사람도 많고, 주차되어 있는 차도 많아 오히려 불편해요.
게다가 길에 있는 제주의 자잘한 돌들이 라이딩에 불편을 주기도 하구요.
어떤 사람들은 바람 많이 부는 날에 라이딩이 너무 힘들다는 말도 하구요.

제가 국토 종주하러 육지에 갔을 때 4대강 자전거 길을 보고 입이 떡 벌어졌답니다.
정말 잘 되어 있거든요..ㅋ

왜 도서관은 제가 가는 날만 휴관일까요? 이거 참 알수없는 아이러니.. 남일 같지 않았어요 ! 그래도 즐거운 나들이 된 것 같아 기분 좋게 읽었습니다:) 흐드러진 유채꽃, 저도 정말 보고싶네요.

생각해 보면, 도서관에 갔는데 휴관일이었던 날이 꽤 많네요.ㅋ @ab7b13님도 그러셨나보네요.
네, 유채꽃 구경 갔다오면 사진 올려드릴께요^^

하하하하하하하
하필 휴관일.................하하하하하

저도 한살림 조합원이에요.. 7분도미를 사랑합니다..ㅎㅎㅎ
한살림 제주에는 어떤 물품들이 있을까요?? 지역마다 조금씩 다른 게 있더라구요...
아아아악
gghite님 보러 제주도 가고 싶다..... 저기 대문에 매달려서 gghite님아~~~ 하고 부르면 나오실 것 같으아요~~ ^^

제주 한살림에는 제주에서 난 농산물과 주로 전라도 쪽에서 난 농산물이 많은 거 같아요.
그래도 전체적인 품목은 우리가 경상도 상주 살때 다니던 한살림이랑 비슷한 걸 보면, 전국 매장이 비슷비슷하지 않을까요??

구제주에 오시면 저런 집 대문이 꽤 많은데, 찾을 수 있으시겠어요???ㅋㅋ

와우 자전거를 수작업으로 만들 수도 있군요!!

유채꽃이 이제 필 시기인가봐요..

제가 알기로는 브롬톤이란 회사가 수작업으로 만든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구요.
자전거를 타보면 작지만 튼튼하고 안정감 있고 참 좋아요.

고생하셨습니다~ㅎㅎ
자전거가 이쁘고 좋네요.^_^
저런 자전거라면 저도 하나 갖고 싶어집니다.ㅋㅋ

우리집 보물입니다^^

자전거두 이쁘고 넘 좋은데 웃음이 나네요ㅎㅎ 엄청난 다리운동을 하섰겠어요~그래두 부럽네요 넘 멋진곳에서 살고계시니까요~♡

  ·  7 years ago (edited)

운동의 강도는 몇달만에 역대급이었습니다.
하악하악, 하며 겨우겨우 도서관에 도착했거든요.

저도 제주도 사는 사람이 너무 부러워 무작정 이주했단다. ㅋㅋ

와아 브롬톤 너무 예쁘네요.. 댓글에 커플 브롬톤 사진도 너무 예뻐요
저도 위시리스트에 찜!! 색깔이 너무 예뻐요!

요 자전거가 쫌 폼은 나요.^^
제가 자전거를 못 타서 우린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미니벨로였는데, 탈수록 맘에 들더라구요.

색도 다양하게 예쁜 게 많이 있으니, 취향대로 선택할 수 있고요..

전 자전거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준 자전거라 무지 애정한답니다~

다양한 취미활동을 하시는게 멋집니다.
날이 좋아지니 오래만에 나가서 자전거를 타고 싶지만 미세먼지 때문에 쉽지않네요....제주도에서 자전거를 타면 참 좋을거같아요!
@gghite님의 제주라이프를 보면서 대리만족 합니다:)

아마도 자전거족들이 미세먼지 때문에 가장 크게 고생할 거에요.
날씨는 자전거 타기 딱이고, 타다 보면 과호흡에, 마스크는 쓰기 힘들 거든요.
요즘 제주도에도 부쩍 라이딩하시는 분들이 늘었답니다.^^

쭉~ 읽으면서 내려가다가 오늘은 휴관일 입니다.
입간판 보고 빵 터졌습니다 ^^

제 멘붕 포인트를 정확히 알아내셨네요^^
그래도 즐거운 라이딩이었습니다.

대단하세요. 배우자마자 종주라니!
캘리그라피도 그렇고,, 새로운 거 배우는 걸 좋아하시네요.
멋지십니다.^^

나이가 들수록 더 배우는 것에 혈안이 되네요.
왠지 이번 생에 모르고 지나치면 엄청 후회할 것 같은 생각이 언젠가부터 들어서요...
다행히 뭐든 배우는 걸 좋아는 해요.
대신 한우물을 파야 되는 것들은 언제나 아마츄어 수준을 못 벗어난답니다.ㅜ

이지역 도서관은 월요일이 휴관인데.. ㅎㅎ 가는 도서관이 휴관이군요. ^^

우리 집에서 5킬로 반경 안에 도서관이 두개 있어요.
하나는 월요일이 휴관이고, 하나는 수요일이 휴관이에요.
편의를 위해 그런 배려도 해주었는데, 맨날 까먹어요.^^

제주도 라이프 ... 여유롭네여 ....

자전거가 너무 귀여운거아닌가요 오르막길 5km 인데??

네, 엄청나게 귀여운 자전거에요.
어딜 가나 인기가 만점이랍니다.

작년까지는 엄청 여유로운 제주도 라이프였는데, 올해부터는 뭔가 좀 분주하네요.
그래도 여유를 찾아보려고 안간힘은 쓴답니다.
게다가 스팀잇 때문에 더 시간이 없어진 것 같기도 ㅋ

저는 분주한게 더 좋아서 !! 아직 어린가봐요

너무 여유로우면 뭔가 불안하달까 ?

그래도 제주도 라이프를 동경하는 저희 부모님이 계셔서 부럽기만 하네요 ㅋㅋ

웃으면 안 되는데... '휴관일'이라는 글자가 보이자마자 빵 터졌습니다.

하필 올해 첫 자전거를 탄 날이라 너무 힘들었는데...
오르막을 올라가는 내내 '도서관 가서 시원한 물 한잔 해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갔는데, 그냥 내려와야 했어요.ㅜㅜ
저는 좀 구식이라, 이런 날 '머피의 법칙'만 생각나더라구요.
저도 그래서 웃었답니다.^^

  ·  7 years ago (edited)

꺅 ㅋㅋㅋ(
여기서 브롬톤을 보게 될 줄이야!!!
저희 부부도 커플톤으로 브롬톤 탄답니다~~~
ㅠㅠ 넘나 반갑네요

  ·  7 years ago (edited)

이런이런 반가울데가~~~
소양강 처녀도 만나셨네요~~
알고 있던 분이 같은 자전거까지 탄다니 저도 꺅~!!! 입니다^^

우린 요렇게 커플톤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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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색이 넘나 곱네요~~
저흰 로우락커랑 레이싱그린이에용~~~
자전거 포스팅 가끔 꼬옥 해주세요~||

자전거라....
것도 할 말은 많은데...ㅋㅋ
왠지 말문 안 트인 아이처럼 스팀잇에서는 글 쓰기가 자연스럽지 않아요.
그래도 이제 라이딩의 계절이 왔으니, 제 일상이 어디 가겠습니까?
전 엄청난 수다쟁이랍니다^^

자전거가 넘 이쁘네요~ 이제 봄이 됐으니 저도 자전거에 바람 좀 넣어야 겠습니다 ㅎㅎ

어여 넣으세요.
자전거 타기에 너무 좋은 때가 왔어요~~~

우와 제주도에 거주하시는군요! 제주도 예전 어렸을때 여행갔던적 빼곤 가본적없는데. 앞으로 더 많은 제주 이야기 들려주세요! 소통원해서 팔로우 살포시 누르고갑니다 ㅎ

제주이야기를 많이들 좋아하시네요.
누구나 한번쯤 살아보고 싶은 곳이라서 그런가 봐요.
살려고 이사 온 곳이라 관광객처럼 나다니진 않지만 나름 제주의 멋진 모습을 보면 자주 글 올리겠습니다^^

힘들게 갔는데 휴관이라니!!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이랍니까??
그래도 자전거 타면 건강에 좋다고 하니 건강해졌다는 위안이라도 삼아야 될 것 같아요!!! 제주도 유채꽃... 가시면 인증샷 기대해도 될까요?? 집에서라도 느껴보고 싶네요...ㅠㅠ

  ·  7 years ago (edited)

운동은 잘 됐어요.
봄이라 그런지 입맛도 없고 소화도 잘 안 됐었는데, 이날은 뭐든 맛나게 먹었답니다.
유채꽃 소식 전하도록 노력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