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만 혼자서] 복수는 나의 것 - 박찬욱

in kr •  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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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말할 필요없는 감독이다. '달은 해가 꾸는 꿈'이란 이승철 노래와 같은 제목의 영화를 시작으로 - 정확하지 않다 - 사실 확인은 알아서 하시라 그냥 손가는대로 적고 보기로 작전을 바꿨다. '총잡이'까지 그저 방화 수준의 영화를 만들다 갑자기 - 물론 그동안 무단히 영화평론으로 이름을 날렸었다. 아, 정은임 -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로 한 방에 메이저 감독이 되버렸다.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과 남북 화해무드도 흥행에 지대한 일조를 했다. 은행나무 침대의 강재규 감독의 쉬리와 결을 같이 하는 부분도 있지만 결정적으로 키싱구라미나 김윤진 대신 남대 남, 정확히 머스마 네 명가꼬 정면돌파한 케이스다.

도대체 스위스 중립국 장교인 입양아 출신 - 아닌가?, 이영애는 왜 나왔는지 알 길이 없다. 물론 이야기를 풀어낼 중립적 화자가 필요 했겠지만 아무튼, 참 이 영화 이야기를 할려는 게 아니였단 걸 고개 쳐들어 천장을 보니 아차 싶다. 그 흥행 이후에 이 영화를 만들었나? 기억이 안난다. 검색하면 또 끊긴다. 아무튼 박찬욱표 복수 3부작이 이렇게 시작된다.

3부작이 뭐냐고? 묻거든 스스로 친절히 대답하지요. 1.복수는 나의 것,2.올드보이,3.친절한 금자씨 시간 순으로 이쯤 된다. 그 중 '복수는 나의 것'을 소개한다. 여기서 잠깐, 영화 제목은 어디서 따온 걸까요? 복수는 자신의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유일한 person in the world... 답 나왔다. 성경의 귀절. 예수가 한 말인데 어디 몇장 몇절에 있는지 찾아 보시길.

아마 개인적 복수로 괴로워하는 자에게 예수가 가라사대 저렇게 이야기 했을 것이다. 같은 제목의 일본 영화가 있었던 것 같은데 일본 영화들 무자막지하게 자르고 죽이는 영화들이 제법 잘 만든게 많은데 그 중 하나였나 싶다. 이 영화 후에 안 일이니 더 상세한 것은 구글 검색을 이용하시라.

네이버 말고... 요즘 댓글 알바들이 득시글 하다는데 네이버 아직도 쓰다니... 난 이미 십년 전 네이버 끊었다. 지식인 검색이 맛간 이후로 naver가 never된지 내겐 오래다. 다시 영화 속으로.

두 남매가 나온다. 그리고 계급적으로 결코 친구가 될 수 없는 그 공장의 사장과 딸이 나온다. 그 사이에 장기를 적출하고 피만 있고 눈물은 없는 장기밀매단과 80년대 구국의 강철대오를 뚫고 탄생한 21세기형 가장 모던한 자생적 사회주의 무정부주의자 배두나가 등장한다. 이 때 배두나가 정말 멋졌다!!!

시작은 이렇다. 착한 남매 둘이 있다. 하지만 착한 누나가 아프다 정도가 아니고 많이 아프다 동생은 세상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귀머거리다. 동생은 누나의 수술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다니던 공장에서 해고 당하고 장기밀매단에게도 사기를 당해 콤보로 털려버린 사면초가의 상황이 된다. 어떻게 친구가 되었는지 - 초등학교 동창인가- 모르지만 무~찌~르~자 공산당 고무줄 뛰기에 능숙한 배두나의 계급적 꼬심에 넘어가 자신을 해고한 부르죠아주 공장주 송강호분의 어린 딸을 납치해서 누나를 살리기로 맘 먹는다.

물론 누구도 해치지 않고 필요로한 돈만 받으면 아이는 곱게 데려다 줄터이다. 정성들여 협박문을 쓰고 돈을 건네받기로 한 순간 누나는 목숨을 끊고 어린 인질조차 익사하고 만다. 모든게 우발적이였지만 결과는 돌이킬 수 없다. 이혼을 하고 애지중지 키워온 외동딸이 납치되어 싸늘한 시체로 돌아오자 이제 송강호의 복수가 시작된다.

송강호 앞에 불쑥 몇 십년 일하다 해고된 중년 노동자가 캇타칼을 들고 할복을 시도하며 이렇게 애원한다. '사장님, 용접반 불량률 ... 누굽니다', 아, 기주봉!.
이런 평범한 일상을 겪던 중소기업 사장님에서 안기부 고문기술자가 되어버리는 신공은 아버지의 힘이다.

딸과 똑같은 고통을 주기 위해 강가에서 신하균의 아킬레스건을 끊고 익사를 유도하는 송강호의 외마디 '안다 내가 착한거'...이야!!! 이 서사 속 사이사이에 볼거리들과 들을 거리들이 한 둘이 아니다.

우선 내가 본 영화 중 공장신을 가장 잘 담아낸 영화다.
작정하고 만든 '파업전야'에서 어깨힘 빼고, '전쟁같은 밤 일을 마치고나 새벽 쓰린 가슴 위로 쓴 소주를 붓'던 박노해의 노동의 새벽을 담담하게 상상하게 만든다. 그것만 있다면 영화는 교조적이고 선전물 같을꺼다. 그 위를 톡톡튀는 무정부주의자 배두나 일갈하며 지나간다.

'삶은 돼지가 뜨거운 물을 두려워하랴'

장면 하나 더, 라디오에선 디제이가 사연을 읽고, 아픈 누나의 고통스런 가느다란 신음소리가 그 위에 입혀지면, 방음 안된 낡은 아파트, 옆 집 총각들은 일렬 횡대로 귀를 벽에 붙이고 나란히 수음 중이시다. 다시 누나 곁에서 무심히 라면을 흡입 중이신 귀머거리 동생 비춘다.
영화 속 선혈과 식인(食人)은 B급 영화광의 보너스다.


신하균이 일하는 공장에는 foolproof 장치들이 가득하다.
waterproof는 방수고, bulletproof면 방탄이니 그럼 뜻은 이러할 터이다. 바보를 방지하는 것, 바보라도 할 수 있는 것 사전에서 찾아보니 이렇게 정의된다(롱맨 영어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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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숙련 노동자도 안전하게 다치지 않고 실수 없이 일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장치들이란 것이다. 물론 단어 냄새가 누가 와도 돌아가는 기계를 만들라는 것이니 사장님의 입장에 가깝지만, 프레스에 손가락이 들어가면 알아서 금형이 멈추고, 작업 반경 내에 사람이 들어오면 알아서 컨베인이 멈추는 기계들이란 것이다. 현실은? 최근 영세한 생수공장에서 포장작업을 하던 고3학생이 저 장치가 없는 기계에 사망했다. 이유는 뻔하다. 생산 속도다. 더 많은 물건을 찍어내기 위해선 더 많은 안전장치를 제거해야하는 것이 변하지 않는 지금의 시스템이다. 영화 이야기 하다 또 삼천포로 빠졌다. 못 보신 스티미언 분들께 추천한다.
두시간 조용히 나홀로 2002년 박찬욱과 만나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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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잘 읽었습니다
이민호군 사건 말씀이시군요
저도 기사 읽으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크게 들었었습니다
어제 2003년 개봉작인 살인의 추억을 보았는데
2002년 개봉작인 복수는 나의 것도 한 번 보아야겠네요
팔로우 하고 갑니다!
좋은 글 함께 나누면 좋겠네요 ^^

그럼요, 피와 살이 되는 꼭 보셔야할 한국영화 걸작선입니다. 그 학생 이름은 몰랐군요/네 저도 좋지요.

이 영화를 밤새고 조조로 봤던 기억이 나네요.
그냥 마음아프고 잔인하다라고 기억하고 있었는데 님의 글을 읽으니 이런 내용이였어? 싶은 기분
팔로 했어요^^

캬, 아침에 텅빈 극장, 전용 스크린 앞에서 보셨군요. 기회가 되면 저도 그렇게 한 번 보고 싶네요/뭐 영화 보고 상상은 각자의 몫이니 제가 틀렸을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