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벌고 하루 살기] 추락한 안전화

in kr •  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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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뉴스 갈무리

두 달 전 LCT 57층 아파트 공사 현장에 이어 또 추락사고로 4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토요일이라 연합뉴스의 기사를 고스란히 받아온 한겨레는 타이틀 제목의 근로자란 호칭조차 바꾸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외의 몇 군데 언론사를 검색해 보니 대전 MBC가 드론을 띄워 촬영한 영상이 현장을 가장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충남 당진~대전 간 고속도로에서 고속도로 하부를 수리하고 점검하기 위해 설치한 지상 30m 높이의 계단과 점검 펜스 중에서 고속도로 위에서 점검 펜스로 내려가는 계단이 통째로 떨어져 나갔다. 기사에 의하면 무거운 발전기를 4명의 노동자가 나누어 들고 점검 펜스로 내려가다 계단이 통째로 뜯겨 나가면서 손쓸 틈도 없이 30m 아래로 추락한 것이다.

4명의 무게와 발전기의 무게를 대충 계산해 보면 300kg~400k쯤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30m 고공에 계단과 다리를 고정하는 볼트들이 이 정도의 무게도 견디지 못했다는 것이 된다. 인재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대전 MBC뉴스 갈무리

사고 현장 사진에는 사망한 노동자의 것으로 보이는 안전화들이 주인을 잃고 뒹굴고 있다. 기사에 의하면 이들이 도로공사의 하청업체 직원이라고 나와 있지만 4인 1조로 움직이는 하청업체 정식 노동자인지 아니면 한두 명의 직원과 일용직 노동자들이 섞여 있는지는 분명치 않다.

다만 나뒹구는 안전화들이 하나 같이 가장 값싸고 흔한 안전화인 것을 보면 일용직 노동자들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왜냐하면 정식 직원들에게 지급되는 안전화가 젤 싼 안전화인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일용직 노동자라고 가볍고 통풍 잘되는 값비싼 안전화를 못 신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하루 10만원 조금 넘는 돈을 받아서 자기 일당을 넘어가는 안전화를 산다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게다가 공구리 작업 등의 험한 작업 등에 노출되면 아무리 비싼 안전화도 몇 개월을 넘기지 못한다. 그러니 2만 원대부터 20만 원대까지 다양한 안전화 중 제일 값싼 안전화가 선호되는 것이다.

실정이 이러하니 일용직으로 현장에 투입되면 작업 지시자의 안전화만 보아도 이 사람의 직급이나 하는 일을 대충은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오늘 같은 사고는 죽었다 깨어나도 짐작할 수 없다. 그 누구도 예외는 없다. 저 고공에 고정된 계단이 떨어져 나갈 거라고 상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두 달 전 LCT 현장도 마찬가지다 그 육중한 볼트가 떨어져 나갈 거라고 생각하며 난간 밖에 서 있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 일한지 얼마 안 되어 눈치코치도 없이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고 끌려가듯 현장에 도착했는데 오늘 같은 현장이면 어떻게 하겠는가?

  • 인력 사무소에서 차를 타고 한참을 달려 고속도로 현장에 도착했는데 혼자서 작업을 거부하고 집으로 가는 교통편도 없는 고속도로 한 가운데서 동료들이 마칠 때까지 버틸 자신이 있는가?

  • 4명이 아니면 들고 내려가기 힘든 발전기를 모른 척하고 보고만 있을 수 있겠는가?

  • 인력 사무소로 무사히 돌아가 일을 끝낸 동료와 인력소 소장의 비난과 힐난을 고스란히 받아내고 내일 일은 배정받지 못하는 상황을 예상하면서도 오늘 일을 거부할 수 있겠는가?

주인 발에 이제 겨우 길들여져 한 몸 같았을 추락한 안전화는 말이 없다.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인지 이제 기사에서조차 사망자 명단이 모두 공개되지 못해 누구 외 몇 명으로 이름도 나이도 없이 갑작스레 생을 마감하신 현장 노동자들분들의 삼가 명복을 빕니다.

또 다음은 누구 차례인가?

[문득]근로자와 노동자(https://steemit.com/kr/@gonair/2zakv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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