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사무소마다 다르겠지만 지금 다니는 곳은 다음날 일이 있는지 없는지 그 전날 오후쯤에 미리 알려준다. 즉 이른 아침부터 나가서 이 눈치 저 눈치 보면서 오늘 일을 나갈지 못나갈지 조바심을 낼 필요가 없다. 또한 누구는 일하러 가고 누구는 집으로 가야하는 불편하고 어색한 상황을 아침마다 맞이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그 이상 친절하게 내일 일이 어떤 일이고 단가는 얼마인지는 이런 따위의 정보는 좀처럼 일러주지 않는다. 매번 무슨 일이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면 분명 나중에 소장으로부터 지청구를 듣게 될 건 불 보듯 뻔하다.
출근 중인데 전화가 울린다. 소장이다. 늦지도 않았는데 대뜸 어디냐고 묻더니 어제 갔던 곳을 가란다. 못 간다 했다. 어제 한 번 갔으면 됐지 또 가기는 그렇다고 하니 오늘 하루만 더 가란다. 완곡하게 싫다고 했다. 그렇게 간 곳이 농수로 공사를 하는 곳이다. 다행히 오늘은 한 사람의 동료가 더 있다. 업자의 트럭에 두 사람이 타려면 접었던 중간 좌석을 다시 펼쳐야 한다. 업자가 분주하게 접었던 자리 위의 물건을 치운다. 어제와 달리 잘 웃는 업자다. 얼굴도 검지 않다. 같이 간 동료와 나란히 올라탔다. 어깨가 부딪히지 않을 만큼 얌전하다. 경계를 반쯤은 푼다.
현장에 도착해 두건과 모자에 가려졌던 동료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본다. 40대 후반이나 50대 초반의 사내다. 앞니가 모두 빠졌다. 드러나는 이는 한두 개가 전부다. 놀랍지 않은 모습이다. 노가다와 술에 이골이 난 사람들 중 종종 이런 이빨들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내가 들은 설명으로는 막걸리를 마시고 양치 없이 자는 일상을 반복하면 잇몸이 자연스럽게 내려앉아서 그렇게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맞는 이야긴지는 모르겠다. 동료는 이 업자와 몇 번 일을 한 경험이 있었다. 나쁘지 않은 평가다. 업자도 나름 일머리를 아는 이 사람을 찍어서 데려온 모양이었다. 물론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덤이다.
거푸집에서 만들어진 콘크리트 수로들이 트럭에 실려 오기 시작한다. 이럴 땐 일머리를 아는 동료의 말을 잘 들어야한다. 오래 일한 사람의 지혜는 그가 익숙한 작업 공간 안에서는 거의 버릴게 없다. 문제는 항상 일과 후에 일어난다. 그것도 술과 함께. 일이 바빠지고 대화가 몇 순배 오고가니 자연스럽게 말을 놓는다. 기분 나쁘지 않은 반말이다. 작은 포크레인 기사가 다짜고짜 반말지거리다. 동료는 애써 무시한다.
그늘 한 점 없다. 국도는 한산하다. 국도 가에 쭈그리고 앉아서 한솔 5000원짜리 도시락을 먹는다. 오천원짜리 도시락치곤 괜찮다. 아마 편의점 도시락과 경쟁하면서 많이 좋아진 듯하다. 예전엔 이렇지 않았는데 싶다. 가끔 다 귀찮을 때 간단히 먹기 좋을 것 같다. 밥, 고기 두 종료, 미니 돈까스, 뽁은 김치, 하나는 뭔지 모르겠다. 무를 잘게 아니면 양파?
남북의 정상이 만나는 역사적인 순간에도 이 곳은 아무도 감격해 하지 않는다. 점심 식사 후 큰 포크레인 기사가 통화 중 나누는 대화에 철도주가 급등이라는 호들갑 정도가 전부다. 옆에 이빨 빠진 동료는 누군가에게 얌전하게 전화를 건다. 조곤조곤 차분하고 다정하게 누군가와 묻고 쓰다듬는 말투로 통화중이다. 통화 넘어를 상상한다.
돈까지는 뭔가요? 돈까스?
그래도 오늘도 컵라면은 아니었군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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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오타지적 감사/미니 돈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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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술술 읽히도록 글을 정말 잘 쓰시네요. 현장이 그려집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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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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