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올림픽과 북조선

in kr •  7 years ago  (edited)

난 스포츠를 좋아하지 않는다. 잘 하지도 못한다. 기껏 대세와 타협한다면 생활형 스포츠의 보급에 힘써야한다는 정도이다. 그래서 소수의 엘리트 체육을 부각시키고 국가간 대항에 목을 매는 현상을 자못 미개하거나 덜 떨어진 짓쯤으로 여긴다. 왜 그런 편견을 가지게 되었을까를 생각해보면 프로야구의 탄생과 88 올림픽의 개최 그리고 3s정책이라고 통칭되던 군사정권의 정책기조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Screen, Sport, Sex 이걸 군사정권이 자국민에게 행하는 우민화정책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당시엔 있었다. 어느 채널을 돌려놓아도 토요일 한 낮의 프로야구 중계를 벗어날 수 가 없었다. 이제와 100퍼센트 맞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그 속에 도사리고 있던 당시 지배권력인 군사정권의 편향적 꼼수가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이성을 잃게 만들던 한일전 등이 벌어지던 야구와 축구로 부터 초연했다고는 할 수 없다. 특히 2002년 월드컵의 열기는 스포츠의 힘이 지배층의 조작과 인위가 아닌 국가에 속해 있는 인간 본연의 소속감을 자극한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는 없었다. 인간은 결국 국가의 장벽을 떨쳐버릴 수 없는 것인가? 암튼 그 이후로도 국가간 대항전이 있거나 하면 애써 모른척 댄디한 척 다른 일을 하거나 딴청 피우는 게 국가 주도형 스포츠 행사에 대한 나의 소극적 저항이였다.

그런 내게 드디어 평창 동계 올림픽이란게 떡하니 눈 앞에 펼쳐지게 되었다. 86 아시안 게임, 88 올림픽, 그 이후에 인천 아시안 게임까지를 지켜본 나로서는 세계인의 화합 우짜고 하는 입발린 소리는 하나마나한 소리다. 차라리 잼나잖아 보러와가 더 솔직한 이야기다. 평창 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강원도 최문순 지사와 체육계, 정부 관계자들을 보면서도 낙후된 강원도의 발전의 대안이 저것 밖에 없는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미 어마어마한 세금으로 지은 경기장들이 대회가 끝나고 무용지물로 남아서 국민의 세금을 축내고 있다는 비판 기사들을 많이 본 지라 강원도에 건설된 저 경기장들이 누굴 위해 쓰여지기나 할지 의문이 꼬리를 물었다. 군사정권의 정당성을 세계에 인정받고 단일한 국민적 통합을 도모하는데 정치적으로 이용되었던 스포츠를 다시 진보적 인사들이 동분서주 발로 뛰는 걸 보면서도 의아하긴 마찬가지였다. 최근 평창의 숙박료가 몇 십만원을 주고도 구할 수 없다는 뉴스는 한낱 국가주도형 행사가 빚어내는 또 하나의 촌극을 보는 것 같아서 씁쓸하기도 했었다.

그러다 북한의 최고 권력자의 동생이 행사에 참가한다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눈이 번쩍 띈다. 아니 그저 국가간 스포츠 행사에 불과한 것이 한반도의 정치변화에 중요한 돌파구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실로 놀랍고 신기할 따름이다. 이걸 언덕삼아 미북, 미중 간의 긴장이 완화되고 한반도의 긴장이 완화될 수 있다면, 아, 저쪽에도 사람이 살고 있구나란 인식을 심어주면서 소모적이고 상호 적대적 정치형태를 이용만 하던 과거의 구태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스포츠가 아니라 그 무엇이라고 해도 그 이상 실익을 챙길 행사는 흔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 몹시 기대가 된다.
물론 급조된 남북 단일 여자 아이스하키팀으로 인해 희생되는 우리 선수들의 땀과 눈물이 조명되는 기사를 보면서 시절이 참 많이 달라졌구나 싶기도 하다. 국가의 이름으로 더 이상 개인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는 시대가 저물고 있음도 목도하게 된다. 암튼 어떻게든 남과 북이 같은 속내는 아닐지라도 이번 올림픽을 통해 남북의 화해 무드를 조성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남쪽이 차려놓은 잔치상에 북한이 숟가락을 얻었다고 발끈하는 태극기 부대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있지만 미국도, 중국도, 일본도 모두 하나 같이 그 속내는 각각의 잇속에 따라 얼만큼 큰 숟가락을 평창에 들이밀지 그 셈법이 바빠지고 있는게 사실이지 않은가.

다시 내 기억 속의 과거로 돌아가야겠다. 모든 것이 통일로 귀결되던 때가 있었다. 남한의 미국 종속적인 경제, 문화적 상황과 군사적 예속과 대치로 인한 어마어마한 세금의 낭비까지 모든게 남북의 통일 하나면 해결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가득찼던 때가 있었다. 그걸 서로 주도하기 위해 때론 학생들이, 시민단체가, 국가가 서로 그 주도권을 다투며 앞장섰던 때도 있었다. 그러고 보니 감옥에 있는 그 독재자의 딸도 대통령이 되고 나서 '통일 대박'이란 말을 한 것 같은데 뭐 관심없어 모르겠고, 그것을 몸소 실천한 사람이 김대중과 노무현 대통령이다. 지금 세대가 들어보면 새삼스럽고 오버스럽지만 당시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대사 한마디를 소개하자면,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이병헌이 후임병을 데리고 야간을 이용해 송강호가 있는 북측 초소를 방문했을 때 신하균이 어색한 분위기를 무마하기 위해 불쑥 내뱉던, "분단 반세기, 그 오욕과 고통의 세월을 뛰어넘어 통일의 물꼬를 트기 위해..." 이런 대사가 있었다. 정색하고 말하는 그 교조적 모습이 우스우면서도 전혀 밉살스럽지 않은 시대적 순풍의 때였다. 물론 지금처럼 탈북자들이 넘쳐나고 앞다투어 종편방송에 출연해 자신을 키워준 조국에 침을 뱉는 것에 박수를 쳐대는 이런 시절과는 사뭇 다르고 정보도 없던 때이긴 했다.

이야기가 자꾸 길어진다. 마쳐야겠다. 평창 올림픽 소식을 보면서 최근 계속되고 있는 대륙간 탄도탄과 핵무기를 중심에 둔 한반도 긴장을 녹일 수만 있다면 그래서 남북이 공존할 수 있고 더 이상 미국이 선제공격의 단추를 만지작 거리지 않을 수만 있다면 평창 올림픽이 열개라도 또 열어야한다고 생각한다. 비록 내가 스포츠를 싫어한다고 하더라도 남북의 단일팀이나 대회 속의 교류를 통해 서로의 공멸이 자명한 전쟁 시나리오로 제발 빨려들어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는게 오늘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의 전부다.

1994년 빌클린턴은 한반도 영변 핵시설 선제타격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한반도 그 누구도 심지어 대한민국의 대통령조차도 그 의중을 알지 못했다. 지금 우린 전쟁을 상상하지 않는다. 그건 어디 저 중동, 극단적인 이슬람 무장단체와 관련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한반도 위기의 심각성은 우리보다 외신들의 보도를 보면 더 잘 알 수 있다.

일부 태극기를 든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전쟁을 부추기는 발언을 서슴없이 내뱉는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이야기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승리하는 전쟁은 없다. 더군다나 재래식 무기도 아닌 핵을 가진 상대방이 체제를 건 전쟁을 각오한다는 것은 서로간의 공멸을 의미하는 것이다. 하나 더 분명한 것은 그 어르신들이 존경해 마지 않는 이승만이 전쟁이 발발하자 수도와 국민을 버리고 한강 다리를 폭파하면서 줄행랑을 쳐버렸듯이, 한반도 유사시 힘 꽤나 쓰는 지배층과 가족들은 우선적으로 빠져나갈 것이 눈에 보듯 뻔하다. 결국 힘없고 빽없는 사람들만 남아서 또 서글픈 대리전쟁을 이 한반도에서 벌일 수 밖에 없다. 다시 한 번 평창 올림픽의 남과 북이 지혜를 모을 때이다.

그러고 보니 이런 노래도 있었다.


<공지>
이 포스트는 셀프보팅된 포스트입니다. 더해서 보팅봇들을 이용해서 제 스스로 가격을 매긴 포스트입니다.
혹 포스트 내용에 비해 지나친 보팅 금액을 보시고 언짢거나 의아하게 생각할 분이 계실 것 같아 알립니다.
포스트 내용은 모두 저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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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스포츠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독재정권에 국민들의 시선몰이를 위해 3s를 이용하던
시절을 지나온 사람으로 그 시절은 지워지지 않는 얼룩입니다.
그러나 이제라도 평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된다면
더 바랄 게 없겠지요.
그러길 바랍니다만 아직도 많은 구비를 돌아야겠지요.
담담히 흘러가고 싶습니다.
반가웠습니다.
팔로우합니다.

좋은 댓글, 팔로우까지 감사합니다.

동의합니다. 여러 잡음이 있었지만.. 평화의 물꼬를 틀 수 있는 기회가 온 만큼 이것을 잘 살릴 수 있으면 좋겠네요.

보팅,댓글,공감 감사합니다/편한 새벽 되십시요!

^^ 긴글 잘 읽었습니다.
웃프게도 남북의 긴장이 심화 될 수록 암호화폐 가치는 올라 갈 수 있습니다

그런가요?^^/보팅,댓글 감사합니다.

^^ 즐거운 스티밋!!!

보팅, 댓글 감사합니다. 짱짱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