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야기에 앞서 저는 아동교육이라던가 아동심리학 등의 전문가가 아닙니다. 제가 여지껏 만나본 주변 사람들에 비해 어린시절의 기억이 다양하고 뚜렷현 편이라 직접적인 내기억과 경험에 의한 어린아이들의 생각과 느낌을 말하고 싶은것 뿐입니다. 이글들이 육아에 도움이 될지 아닐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다만, 내아이를 보살피고 이해하기 위한 바탕이 될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도 옛날엔 아이였으니까요.
아동기기억상실 혹은 유아기억상실은 아동기(5세이전)에 발생한 사건에 대해 기억해 내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고 한다. 이 이유에 대해 심리학자들은 아동기에는 "뇌의 발달이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뇌의 장기기억저장을 담당하는 곳으로 정보가 들어가지 못해서"라고 말하기도하는데, 일리가 있는 말 같기도 하다.
예를들어, 강렬하게 기억이 남을 정도로 특별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었던 날은 몇년이고 기억에 남아있지만 바로 일주일전 아무 생각없이 먹은 저녁밥 메뉴는 기억에 잘 남아있지 않다. (기억의 연상력을 불러올수 있는 사건이 있지 않다는 전제하에) 특별한 음식을 먹은날은 내 뇌가 그것을 좀 더 오래 기억할수 있는 장소에 넣어두는것이다. 어쨌거나, 기억하지 못하지만 만3세이전의 잠재의식이 성인이 되기까지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하고 있기때문에 요즘의 부모들은 아이의 심리나 성격 형성에 많은 관심을 두고 여러가지 노력을 하고 있는듯하다.
만약, 누군가 내게 "똑똑한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 무엇을 하시겠어요?" 라고 묻는다면...
"생각하게 할거예요." 라고 답할것이다.(그리고 비공식적으로 "돈을 많이 벌겁니다." 라고 할것이다)
이 <생각>이라고 하는것은 요즘 여기저기 말하는 <사고력> 이란것과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한데, 다르다고 하는 이유는 어린아이의 생각은 사고력(사전에서 검색해보면 이치에 맞게 생각하고 판단하는 힘이라고함)과는 달리 이 이치에 맞을 필요도 무언가를 판단해야 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간혹 어떤 엄마들을 보면 아이는 싫어하는데 억지로 책을 읽히려고 하거나, 박물관이나 체험학습관 같은곳에서 이미 다른것에 관심이 쏠려있는 아이를 억지로 붙잡아두고 자꾸 말을 걸어서 가르치고 흥미를 심어넣으려고 하는 모습을 볼수 있다.
"딸기야, 저기 거북선 봐봐. 거북선 본적있지? 전에 엄마 아빠랑 통영에 갔잖아. 거기서 이순신 장군님이 블라블라블라...."
굳이 그렇게까지 하지않아도 어떤 사건이나 사물에대해 스스로 <생각> 한다는 자체로도 아이는 크게 성장을 한다고 믿는다.
내가 기억하는 나의 가장 어린시절은 생후 23개월에서 26개월 사이중 어느날들이다. 이 시기를 거의 정확히 추측할수 있었던 것은 남동생의 유.무 덕분인데, 남동생과 나는 세살터울이고, 나는 겨울태생 동생은 봄태생이라 개월수로 치자면 29개월정도 차이가 난다. 동생이 태어나기전 겨울에 나는 외갓집으로 보내졌고(이 미스테리한 사건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그 이전 가을 무렵 부산 영도다리 근처 리어카 앞이 내 최초의 기억이다.
이렇게 세워져 있었다.
친가쪽 친척들과 함께 영도다리를 지나 자갈치시장을 걷고 있었다. 모두 모인걸로 보아 추석이 아니었나싶다. 길을 걷다 골목길 앞에서 벽에기대 세워진 리어카를 발견한 나는 너무 신기했나보다. 쪼르르 달려가 그 앞에서 부모님이 손을 잡아 끄는데도 꼼짝않고 고집을 피우며 리어카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부지가 나를 보고 리어카 위에 올려놔 줄까 물었다. 어린아이치곤 늘 너무나 겁이 없었던 나는 올려달라고 했고, 아부지는 나를 번쩍 들어 리어카 위에 올려놓았다. 그건 정말 신나고 놀라운 경험이었다. 혼자서 높은곳에 올라가 어른과 같은 눈높이로 세상을 보다니! 내가 그곳에서 전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으니 어른들은 "간다. 너 두고 그냥 간다." 라고 하시며 나를 리어카 위에 둔채 그냥 가는 시늉을 했다. 리어카 위에는 더 있고 싶고, 나를 놔두고 가는건 싫고, 어짜할 바를 모르던 나는 움찔 움찔 하다가 '빼애애액' 울고 말았다.
두번째는 뽀빠이 인형의 추억이다.
이분이 뽀빠이다.
영도다리 리어카 사건 그 무렵 내가 가장 좋아하던 장난감은 <뽀빠이인형>이였다. 목에 걸수 있는 줄이 달린 납작한 플라스틱 뽀빠이 인형이였는데, 인형 몸통안에 태엽이 있어 태엽에 감긴 줄이 엉덩이 아래로 삐죽히 나와있고 그 줄 끝에 손가락으로 잡을수 있는 동그란 고리가 달려있었다. 팔다리는 움직일수 있게 대롱대롱 달려있었는데, 엉덩이에 연결된 줄을 당기면 태엽이 늘어났다 감기며 돌아가는 힘으로 따따따따따따따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팔다리가 움직이는 장난감이었다.
그러다 어느날 갑자기 '동생' 이란게 생겼는데, 나는 내동생에게 나의 뽀빠이인형을 보여주고 싶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장난감이니 얘도 이걸 좋아하겠지?' 라고 생각했다. 보자기에 싸여 누워있는 동생에게 다가가 아기의 눈앞에 대고 뽀빠이의 줄을 당겼다. 결과는...
따따따따따따 움직이는 시끄러운 소리에 놀란 아기가 자지러지지 울어댔다. 나는 이아이가 왜 우는지 궁금했다. "엄마, 이거 재밌는데 쟈는 운다." "아기니까 그렇지." 울엄마는 분명 짜증이 났을거다. 뽀빠이인형은 그후 한동안 가지고 놀다가 고장이나서 줄을 당겨도 움직이지 않아 한참동안 내장난감 바구니 안에 굴러다니다 어느순간 없어진걸로 기억한다.
유난히 이 두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있는 이유는 그당시 어린아이의 머리로 꽤나 열심히 생각이란걸 했고, 희노애락을 동시에 강렬히 느낀 경험이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이 이후로도 다른 과거의 추억들에 비해 내가 의구심이나 호기심을 느끼고 머릿속으로 혼자 생각한 사건들은 그때 상황들이나 대화가 상세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아이가 혼자 생각하고 판단하여 실행하고 경험하여 얻어지는 결과에 대한 느낌을 받는것은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의 아이가 너무 어리다고 아무것도 모르고, 별다른 생각이 없을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어른들과 다를바없이 생각이란걸 하고 있고 그걸 너무 가벼이 여겨선 안된다.
나는 그래서 아이가 무섭다.
저는 최초의 기억이 3살무렵 자고 일어나서 냉장고를 잡으며
어머니에게 일어났어요~~ 하던 기억인데 글 읽어 보니 신기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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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를 잡으며 일어났어요~ 너무 귀엽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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