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estion Diary.
2018년 9월 23일. 고향 친구 중에선 처음으로 장가를 가는 친구가 생겼다. 친구가 나눠주는 청첩장을 받으니 기분이 새롭다. 회사 동기, 대학 친구가 결혼하는 거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처음 대학 친구가 결혼할 때도 느낌 이상했었는데, 그래도 턱시도 입은 모습이나 옆에 신부가 있는 모습이 원래 알던 친구 모습과 그렇게 거리감이 느껴지진 않았다. 그런데 고향 친구는 코흘리개 시절 추억이 많아서 그런 건지. 결혼식장에 서 있는 것을 보면 어느 때보다 가슴이 간질간질할 것 같다. 사회 봐야 하는데. 사회를 어떻게 봐야 하지.
대학생 때 이벤트 회사 MC 아르바이트를 했던 걸 아는 친구들은 종종 사회를 부탁하곤 한다. 대부분 결혼식 사회인데, 돌잔치 사회만 봤던 내 짧은 경력으로는 폐가 될까 웬만하면 고사를 한다. 평생에 한 번 있는 중요한 행사를 되도록 더 실력 있는 혹은 의미 있는 사회자가 봤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괜히 어설프게 사람 쓰면 평생 마음에 상처로 남으니까. 그런 모습 많이 봤다.
이벤트 MC 아르바이트를 했던 이유는 그냥 사람들 앞에서 말을 잘하고 싶어서였다. 발표하러 앞으로 나가면 심장이 크게 뛰며 혈액순환이 엄청나게 빨라졌다. 그것은 얼굴에 나타났다. 볼이 빨갛게 물드는 것이다. 그러면 ‘나 지금 얼굴 엄청 빨갛겠지’ 생각하면서 부끄러운 마음에 말을 더듬고, 얼굴은 더 빨개지고 발표는 망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이런 악순환을 끊고자 큰맘 먹고 이벤트 회사 문을 두드렸었다.
확실히 다른 아르바이트와는 분위기가 달랐다. 직원을 뽑듯 신중하게, 이것저것 테스트한다고 면접을 한 달 동안 봤다. 마지막 면접이 실전 테스트였으니, 어떻게 보면 한 달 만에 MC를 만들어낸 것이었다. 그 한 달 배운 것으로 반년 동안 돌잔치를 다니며 주말에 뷔페를 실컷 먹었었는데. 시급만 따지면 은행 다닐 때보다 높았지. 주말 점심 1시간, 저녁 1시간 사회만 봐도 웬만한 공무원 월급은 벌 수 있었으니까. 말도 늘고, 돈도 잘 벌리고, 밥도 뷔페고, 최고의 아르바이트였다.
그런 아르바이트를 반년 만에 그만두게 된 것은 어떤 아이 엄마의 눈물 때문이었다. 처음부터 말하기 연습한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사회를 보러 다녔다. 실수도 잦았고, 어리바리했었는데 한 달 두 달 지나며 점점 익숙해지고 있었다. 나 정도면 괜찮게 진행하는 것 같다는 어설픈 자신감이 차올랐을 때 사건이 벌어졌다. 중간에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탬버린 들고 춤추는 시간이 있는데 그만 탬버린에 손이 베여서 피가 줄줄 흐르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피를 보고 당황했다. 어떡하냐는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계속 들려왔고, 나는 괜찮다며 앞에 있던 사람에게 휴지를 받아 손을 대충 감았다. 그 상태로 진행했는데 나중에 보니 생각보다 피가 많이 나서 휴지가 온통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죄송한 마음에 바로 아이 부모님께 가서 사과드렸다. 그런데도 영 마음이 불편해서 서성이다가 집에 가는데, 우연히 정산하는 아이 부모님을 보게 되었다. 그때 남편한테 안겨 울면서 했던 아이 엄마의 말이 잊히지 않는다. 우리 애 평생 한 번뿐인 잔치인데 어떡하냐고. 너무 속상하다고.
그 얘기를 듣고 고민 끝에 아르바이트를 그만두었다. 사람들이 나보다 더 실력 있는 사람에게서 서비스를 받길 바라며. 이벤트 MC라는 직업에 책임감을 느끼고 더 노력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필요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던 일에 책임감을 느낄 만큼 열정적이지 않았으니까.
항상 그런 것 같다. 어떤 일을 하든 어느 순간 앞을 가로막는 벽을 만나게 된다. 그 벽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서 인생이 재밌게 변하는 것 같다. 어떤 벽을 넘고, 어떤 벽을 돌아갈 것인가. 모든 벽을 넘을 시간이 없으니 어떤 벽을 넘을지 선택도 잘해야 하고, 어떻게 넘을지 전략도 잘 짜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내 앞에 버티는 벽이 이미 여러 개 있지만, 다 넘어갈 필요는 없다. 넘어갈 벽만 잘 정해서 넘어가면 된다. 내가 넘을 벽은 글쓰기의 벽과 사업을 구체화하는 경험과 용기의 벽. 벽 하나만 잘 넘어도 경쟁력은 충분하다. 벽은 정했고, 도와줄 사람도 알고, 나만 열심히 하면 되겠구나. 반드시 넘는다. 벽.
잘 읽고갑니다. 앞에 벽들 다 넘어버리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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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 안녕하세요 ^^ 추석 인사드립니다 ㅎㅎ 네이버 블로그에 방문했다가 스티밋이 링크로 되어있어서 이렇게 댓글 남겨요 ㅎㅎ 남은 연휴 잘 보내시고요. 글 잘 읽고 갑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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