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ke UP] 부자가 되고 싶다는 착각

in kr •  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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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다니고 1년이 지났다.

통장에 천만원이 모였다.

입사 동기들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었다.

왜 그렇게 차이가 나나 물어봤다.

적금액은 비슷한데 그들은 주식과 펀드에 투자를 한다고 했다.

투자를 결심했다.

2년이 지났다.

통장에 천오백만원이 모였다.

펀드 네 종목에 들어갔는데 전부 -10~15% 정도 떨어져 있었고, 집에 급한 돈이 필요하다고 몇 백씩 찔끔찔끔 빠져나간 것이 컸다.

이래서 집은 언제 살까? 결혼은 할 수 있을까?

회의감이 들었다.

부자들은 이런 걱정 안 하겠지?

아무 걱정 없이 살면서 심심하면 취미로 직장 다니고…

부자가 되고 싶었다.


퇴사하고 사업가가 되기로 결심한 것도 부자가 되기 위해서이다.

직장에서 아무리 열심히 일하고 행장까지 올라가봐야 부자가 될 수 없으니까.

가능성이 없는 길을 계속 걷는 건 바보 같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돈 잘 버는 사업가들을 찾아다녔다.

내 관심은 온통 돈에 쏠려 있었다.

사람들을 만나면 금융권, 개발자, 블록체인 담당의 경력을 앞세워 스스로를 포장하고, 어떻게 고객의 돈을 끌어 모을까 궁리했다.

그러다 부자를 연구하는 사업가를 만났다.

“부자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돈이 많은 사람이죠.”
“돈이 얼마나 많으면 부자일까요?”
“글쎄요. 한 100억?”
“100억이면 여기 옆에 작은 상가건물 하나 살 수 있어요.”
“그럼 1,000억?”
“음…다들 부자가 되고 싶다고 하세요. 그런데 대개 부자의 기준이 모호해요. 1,000억 있으면 부자다? 1,000억 있는데 대신 하루 20시간을 일해야 한다고 하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1,000억 있는데 당연히 때려치고 놀아야죠.”
“일하지 않으면 1,000억이 사라진다고 하면요?”
“아…그건 좀 힘들겠네요.”
“부자 하면 보통 부자가 소유한 것을 떠올리세요. 값비싼 외제차를 종류별로 사고, 정원이 딸린 호화로운 집 이런 것들. 그런데 얘기를 해보면 부자가 소유한 것보다 부자가 누리는 삶을 살고 싶은 거 더라구요.”


생각해보니 나는 갖고 싶은 게 없다.

유행하는 패션이나 전자기기, 명품 구두, 정장, 외제차?

욕심나지 않는다.

딱히 하고 싶은 것도 없다.

가족들, 친구들 만나서 같이 밥 먹고 수다 떠는 일상이면 족하다.

이런 일상을 보내는데 많은 돈은 필요하지 않다.

그런데 왜 그렇게 부자가 되고 싶었을까?

“지금 퇴사하고 시간 많으시잖아요. 그렇게 바라던 여유로운 삶 충분히 누릴 수 있거든요. 그러고 계신 가요?”
“아뇨.”
“왜요?”
“마음이 불편하더라고요. 당장 수입이 없으니까 쉬고 있으면 내가 이러고 있어도 되나 자괴감 들고…”

그렇게 바라던 삶을 잠깐이나마 살 수 있었음에도 왜 누리질 못했을까?

누릴 수 있음에도 누리질 못하고, 소유하고 싶지 않음에도 소유를 바라는 모순에 의문이 들었다.

내가 놓친 게 뭐지?


다행히 나에겐 시간이 많았다.

회사 다녔으면 하지 않았을 쓸데없는 생각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도 충분했다.

나름대로 답을 얻었다.

‘나’다.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생각하지 않았다.

남들에 뒤처지지 않는데 급급하며 바쁘게 달리기만 했다.

어쩌면 사회가 원하는 대로.

내가 원하는 건 부자가 아니라,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시간과 일상을 살아갈 적당한 돈이다.

이런 삶을 사는데 필요한 건 100억이 아니라 그런 생각을 하고 누릴 수 있는 ‘나’였다.

결국 부자가 되고 싶다는 건 ‘나’를 배려하지 않은 착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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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공감해요. 부자가 되고 싶은 이유의 근본을 들여다보면.. 사실 작지만 소소한 행복들을 위한 것인데.
1퍼센트라도 나를 위한 것이라면 돈 생각 없이 선택하고 싶어요.

행복은 하는 게 아니라 느끼는 거라고 합니다.
행복, 누리고 느끼다 보면 돈 생각 안나지 않을까 생각해봤습니다.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해요.
행복한 하루되세요 ^-^

제가 요즘 했던 생각이랑 비슷하네요ㅎㅎㅎ
저도 별로 갖고 싶은 게 없거든요.
갖고 싶은 게 없다는 걸 깨닫는 순간 내가 왜 이짓거리를 하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더군요...ㄷㄷㄷ

그런가요 ㅠㅠ
뭔가를 갖기 위해 하면 지속하기 힘들다고 하더라구요.
사업하시는 분들은 다들 잘되셨으면 좋겠어요. 응원합니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