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술이다.
취해서 비틀거리게 한다.
다음날 비틀거린 발자국 위로 흔들림 없이 걸으며 머리가 깨질 것 같은 괴로움을 준다.
오랜만에 놀러간 책과 강연 사무실에서 뜻밖의 기연을 만났다.
“작가님 시간 되시면 이 책 한번 읽어보세요.”
제목이 ‘나는 이렇게 될 것이다’다.
그런데 저자 이름이 낯익다.
“어? 혹시 저번에 말씀하셨던 인생 멘토가 이분인가요?”
“네. 구본형 선생님. 내용 진짜 좋아요.”
사무실이 카페 같은 느낌이라 책 읽기 좋다.
적당히 자리를 잡고 읽기 시작했다.
구본형 선생 사후에 생전에 썼던 칼럼을 모아 책으로 엮은 거라고 했다.
책장을 열 번 정도 넘겼을까, 왜 인생 멘토라고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지금 하는 사업이나 인생 목표, 철학이 故구본형 선생과 똑같다.
분명 저번에 자신의 철학은 ‘스스로 변화하려는 사람을 돕는다’라고 했는데 책에는 ‘스스로 아름다워지려는 사람을 돕는다’라고 쓰여 있었으니까.
작가님 완전 따라쟁이셨구나.
책에서 아는 사람이 보이니 즐겁다.
그리고 40장쯤 넘겼을 때 느낌이 왔다.
이분은 진짜다.
다른 책도 다 읽어보고 싶다.
책을 추천해주신 작가님께 감사했다.
“왜 인생 멘토로 정하셨는지 알 거 같아요. 내용이 정말 좋네요.”
그러자 故구본형 선생의 친필 사인이 담긴 책을 자랑하신다.
대충 볼펜으로 휘갈긴 검은 글씨가 괜히 멋스러워 보인다.
중고서점에서 구했다고 했다.
당장 중고서점으로 갔다.
생각보다 구하기가 힘들다.
과거에 쓴 책은 몇 권 구했으나 ‘나는 이렇게 될 것이다’는 어디에도 없다.
근처 유명 서점에도 故구본형 선생의 책은 재고가 없었다.
생각이 깨는 것 같은 지금 이 느낌 그대로 이어가고 싶은데.
어쩔 수 없지.
전자책을 구매했다.
집으로 와 중고서점에서 구매한 책을 놓고 잠시 땀을 식혔다.
그리고 e북 리더기와 수첩을 들고 집 근처 카페에 갔다.
나무가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리고 잘 기억나지 않는다.
정신을 차려보니 3시간이 지나 있었고, 책은 절반쯤 읽었다.
수첩에는 까만 글씨가 빼곡했다.
까만 색은 저자의 글을 그대로 받아 적을 때 쓴다.
내 생각은 파란색이나 초록색으로 쓴다.
다시 확인했다.
10장을 빼곡하게 까만 글씨로 채워 놨다.
이래선 안된다.
내 생각이 없는 독서라니?
나는 저자의 생각을 외우려고 책을 읽는 게 아니다.
다시 집에 가서 운동복을 입고 나왔다.
천천히 호수변을 걸었다.
방금 전 상황을 떠올렸다.
몽롱하게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좋았던 느낌은 남아있는.
술에 취했을 때와 비슷했다.
그래서 책은 술이다.
좋은 책일수록 더 빨리 취한다.
비틀비틀 판단이 흐려진다.
지금 하는 생각이 내 생각인지 저자의 생각인지 헷갈린다.
내가 아는 것인지 저자가 아는 것인지 헷갈린다.
그래서 내가 아는 것처럼, 내 생각인 것처럼 행동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다시 나로 돌아오면 깨닫는다.
나는 아직 여기 있는데, 잠깐 취했구나.
나아간 줄 알았으나 여전히 제자리에 있는 내가 보인다.
그 괴리감에, 괴롭다.
다시 책을 찾는다.
하지만 술이 그렇듯, 다시 괴로울 뿐이다.
현실이 바뀌지 않는 한.
책에 해본적이 없어서 구본형선생님책을 한번 읽어 봐야 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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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해요.
본인이 책에 쓰신대로 삶을 사신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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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서 읽어보겠습니다 ... https://play.google.com/store/books/details/구본형나는이렇게될것이다구본형의자기경영_1954_2013?id=FSqxAwAAQB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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