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군의 게임타래 - Baldi's Basics in Education and Learning (2018) : 게임은 현실의 거울이다.

in kr •  6 years ago 

이군의 게임타래 - Baldi's Basics in Education and Learning (2018) : 게임은 현실의 거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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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연일 주목을 받는 게임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Baldi's Basics in Education and Learning이죠. 한국에서는 수학 선생님 피하기 혹은 발디의 수학 교실로 알려져 있습니다. 올해 3월에 출시한 신작인데, 그래픽은 마치 90~00년대의 그것을 연상하게 만듭니다. 의도적으로 90년대 조악한 그래픽을 가진 교육용 게임들을 떠올리게 하려고 이리 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발디의 수학교실의 장르는 공포입니다. 위 사진에 있는 메인화면만 보면 개그 게임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발디의 수학교실의 줄거리는 간단합니다. 플레이어는 학교에 숨겨진 7개의 노트를 획득하고 학교를 빠져나오면 됩니다. 이때 발디 선생님의 수학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첫 두 문제는 매우 쉽지만, 마지막 문제는 도저히 풀 수 없습니다. 그 순간부터 플레이어는 자를 들고 쫓아오는 발디 선생님을 피해야 합니다. 도망가는 플레이어, 쫓아오는 발디 선생님, 그리고 플레이어를 방해하는 각종 사람.

진행이 간단하고, 탈출하는 것도 계속하면 그렇게 어렵지 않기 때문에, 매우 재밌습니다. 국내외적으로 많은 스트리머들이 이 게임을 중계하고 있어서, 국내에서도 요즘 유명세를 치르고 있습니다. 발디 선생님의 인기는 계속 올라가고, 불쌍한 주인공은 매번 수학 문제를 풀며 도망가야 합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겠지요. 게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는 발디의 수학교실을 다른 시각에서 보려고 합니다. 두 가지 면을 주목해야 합니다. 발디의 수학교실의 장르는 공포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배경은 학교지요. 이렇게 보면 발디의 수학교실은 게임 그 자체보다, 외적인 현실 때문에 공포감을 강화하는 독특한 게임이 됩니다.

발디 선생님은 문제를 틀리면 학생을 때리려고 합니다. 틀리면 틀릴수록 더욱더 체벌을 갈망하여, 더 빠른 속도로 플레이어를 쫓아옵니다. 문제를 틀린다는 것, 공부에서 조금이라도 뒤처진다는 것. 이것은 발디 선생님에게는 절대 용서받지 못할 일입니다. 어떻게든 플레이어에게 벌을 주려고 합니다. 우린 그동안 이런 교육자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어떤 걸 가르치든, 학생들에게 가장 큰 효과를 주는 건 체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지요. 과거형으로 말하기는 했습니다만, 지금도 존재합니다. 시대가 바뀌면서 정도가 완화되거나 금지되고 있으나, 여전히 체벌의 유용성을 강조합니다. 하지만 정말 체벌이 능사인가요? 그리고 그런 목적이라고 하더라도 사람을 때리는 게 정당화될까요? 게임에서 자를 들고 오는 발디 선생님은 그저 공포의 대상입니다. 일상이 이루어지는 학교는 억압의 공간이 되고, 믿고 따라야 할 선생님은 그저 학생들이 피하고 싶거나 복종해야 하는 존재가 됩니다.

이 모든 과정은 학교에서 공개적으로 이루어집니다. 주인공이 학교를 도망 다니지만 도와주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 게임에는 교장 선생님도 나오는데, 그는 발디를 제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철저하게 발디의 행위를 묵인하죠. 그러면서 자신은 주인공이 교칙을 어긴다며(뛰어다니는 등) 교장실에 가두어 발디 선생님이 플레이어를 쉽게 찾게 만듭니다. 주인공이 교칙을 어기는 대부분은 발디 선생님을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맞지 않기 위해서, 즉 생존을 위해서 필사적인데, 교장이라는 사람은 이를 막고 있는 겁니다. 그런 상황에서 묵인 정도가 아니라 아예 억압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이는 교장 선생님. 또한, 교장 선생님은 ‘모든 훌륭한 학교는 좋은 불량배가 필요하다’라는 이상한 논리를 내세워서 불량배가 활개 치는 것을 권장합니다. 패치 이후 이 불량배가 괴롭힘을 하는 것을 막기는 하지만, 다른 학생을 괴롭히는 학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 보면 정말이지 이 학교에는 희망이 없습니다.

이외에도 여러 방해꾼이 있지만, 이 악덕한 선생님들보다 무서운 건 없을겁니다.(줄넘기 소녀가 있기는 합니다만, 놀고 싶은 게 무슨 죄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이 게임의 최종목표가 ‘학교 탈출’이라는 점에 큰 공감이 갑니다. 완벽을 강요하는 학교, 생존을 위한 행위를 교칙으로 규제하는 학교에서 학생이 할 일은 결국 도망치는 것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도망의 끝은 아무래도 학교 밖으로 나가는 것이겠죠.

우리는 학교를 가장 안전한 곳이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당사자들에게는 그곳마저도 공포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즐기려고 만든 공포게임입니다. 그래서 제가 말한 의도는 아마 그저 헛소리에 불과할 뿐입니다. 하지만 한국 사람이 이 게임에서 좀 더 공포를 느낀다면 위에서 언급한 부분들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요? 가상 현실 게임이라는 게 점점 대중화될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 발디 선생님의 수학교실의 경우에는 VR기기를 장착하지 않아도 되지 않습니까? 이미 현실에 도래한 상황이니까요. 단지 게임에서 좀 더 과장되고, 우스개가 많아졌다는 것일 뿐이지요. 미디어는 현실의 투영입니다. 그건 오지 않은 미래나 상황을 가정하지 않습니다. 분명 있는 현실을 가지고 다시 재구성했을 뿐입니다. 외국에서는 선생님이 체벌한다는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유튜버들도 있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그들에게는 이런 상황은 게임 속 이야기일 뿐입니다. 우리도 언젠가 다시 발디 선생님의 수학교실을 다시 플레이했을 때, 그렇게 느껴야 하지 않을까요?


다가오는 6월 13일은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입니다. 이때 우리는 우리 지역의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감을 뽑습니다. 여러분들이 현실이 무섭기 때문에, 게임이 더 무서워지는 상황을 원하지 않으시면, 좀 더 좋은 방향으로 교육 정책을 추진하는 후보에게 한 표를 던지시길 바랍니다. 집에만 있으면 세상을 바꿀 수 없습니다. 투표하는 민주시민이 세상을 바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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