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hangeul입니다. 오늘은 생활 국어 관련 포스팅을 해 보려고 합니다. 바로 얼마전 사전적 의미가 바뀐 ‘미망인’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국립 국어원에서는 2017년 12월 4일 자로 ‘미망인’의 의미를 기존의 ‘아직 따라 죽지 못한 사람이란 뜻으로, 남편이 죽고 홀로 남은 여자를 이르는 말. ≪춘추좌씨전≫의 <장공편(莊公篇)>에 나오는 말이다.’에서
‘남편을 여읜 여자. ≪춘추좌씨전≫의 <장공편(莊公篇)>에 나오는 말이다. ※ 아직 따라 죽지 못한 사람이라는 뜻으로, 다른 사람이 당사자를 미망인이라고 부르는 것은 실례가 된다.’로 바꾸었습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언론에서는 앞 다투어 관련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의미가 바뀌었다는 사실 자체에 무게가 실린 나머지 독자들에게 자칫 앞으로는 ‘미망인’을 자유롭게 사용해도 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오늘은 이 문제에 대해 한 번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미망인’의 기존 의미를 다시 한 번 살펴보면,
- 아직 따라 죽지 못한 사람이란 뜻으로, 남편이 죽고 홀로 남은 여자를 이르는 말. ≪춘추좌씨전≫의 <장공편(莊公篇)>에 나오는 말이다.
라고 되어 있죠? 도대체 ≪춘추좌씨전≫의 <장공편(莊公篇)>에는 어떤 내용이 있길래 미망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장공편>에는 한 일화가 나옵니다.
- 초나라 문왕이 죽자 ‘영윤’(관직 명)이라는 최고위직의 관리가 문왕의 부인을 유혹하기 위해 성대한 열병식을 개최합니다. 그러자 문왕의 부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열병식은 본디 군사를 훈련시킬 때만 열었던 것인데 영윤이 이 ‘미망인’ 곁에서 열병식을 열고 이러고 있으니 괴이하다.”
라는 일화입니다.
우리는 실생활에서 또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이와 비슷한 장면을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남편을 잃은 부인이 “같이 죽지, 왜 먼저 가셨나요?, 나만 남겨두고 가면 어떡하라고 나도 따라 죽을래요.” 또는 “먼저 보내서 미안해요. 나도 곧 따라 갈게요.”와 같은 말을 하는 것 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부인은 스스로를 ‘미망인’이라고 얼마든지 칭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남편을 잃은 슬픔이 너무 큰 나머지 혼자 남아 살아가는 것이 두렵고 힘들고 괴로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인 자신이 스스로에 대해 생각할 때 남편을 따라 죽었어야 하는데 아직 죽지 못한 사람 즉, ‘미망인이 된 것입니다.
이렇듯 ‘미망인’이라는 말은 일인칭의 시점에서 ‘과부’가 스스로를 겸손하게 낮추어 표현할 때 쓰이는 말로서 사용되었습니다. 그런데 후대로 오면서 다른 사람들이 ‘과부’를 높여 이른답시고 ‘미망인’이라고 부르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되기 시작합니다.
남편을 잃은 부인이 스스로를 미망인이라고 부르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다른 사람이 그러한 부인을 가리켜 ‘미망인’이라고 칭하는 것은 ‘당신은 아직 남편을 따라 죽지 못하고 남아 있는(살아 있는) 사람이군요.’라는 의미가 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국어교육에서도 지난 세월 동안 이 ‘미망인’의 의미 때문에 다른 사람을 칭할 때 ‘미망인’이라는 단어를 다른 사람에게 사용하지 않도록 교육해 왔고, 국립 국어원에서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12월 4일자로 이 ‘미망인’의 의미가 아래와 같이 바뀌게 됩니다. 다시 한 번 보도록 하겠습니다.
- 남편을 여읜 여자. ≪춘추좌씨전≫의 <장공편(莊公篇)>에 나오는 말이다. ※ 아직 따라 죽지 못한 사람이라는 뜻으로, 다른 사람이 당사자를 미망인이라고 부르는 것은 실례가 된다.
기존의 의미에서 ‘남편을 아직 따라 죽지 못했다’라는 의미를 없애고 단순하게 ‘남편을 여읜 여자’라는 의미로 바뀐 것입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이 ‘미망인’을 자유롭게 사용해도 되는 것일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선 미망인은 과부의 높임말도 아닐뿐더러, ‘미망인(未亡人)’에서 ‘미망’의 한자가 ‘아닐 미, 망할 망’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부정적인 의미를 함의한다는 점이 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미망인이 순 우리말이 아니라는 사실은 대다수의 언중(언어를 사용하는 대중)들이 쉽게 파악할 수 있고 한자어인 이상 언중들이 한자가 가지는 의미를 완전히 무시할 수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국어사전의 의미만을 바꾼다고 해서 이 단어가 가지는 기존 한자어의 의미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볼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답은 명쾌합니다. 지금까지 해 왔던 것처럼 남편을 잃은 부인을 일컬어 ‘미망인’이라고 부르지 않으면 됩니다.
다만, 앞서 예를 든 것처럼 부인 자신이 스스로를 ‘미망인’이라고 일컫는 것은 여전히 가능하고 이 단어의 용례에 가장 적합할 것입니다.
또한 이와 관련하여 ‘미망인’ 대신에 ‘남을 유’자를 사용하여 ‘유가족, 유족’처럼 ‘유부인(遺夫人)’으로 부를 것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이것에 반대합니다.
‘유부인’이라는 말은 국어사전에 나오지 않는 새로운 단어로 굳이 새로운 단어를 만들 필요성이 있느냐는 문제가 있습니다. 또한 ‘고인의 부인’으로 칭하면 될 것을 ‘남아있다’라는 의미를 여전히 가지고 있는 ‘유부인’이라는 단어를 만들어 사용하자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봅니다.
‘남편이 죽고 홀로 남은 여자를 이르는 말’이라는 의미가 좋지 않다고 생각하여 ‘남편을 여읜 여자’로 바꾸었는데 ‘남아있다’라는 의미가 여전히 있는 ‘유부인’을 사용하자고 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요?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지금까지 '미망인'이라는 단어의 의미 변화와 앞으로의 사용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남편의 죽음을 맞이한 ‘부인’들을 만나게 됩니다.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 굳이 ‘미망인’이니, ‘유부인’이니 어떻게 부를까를 고민하기 보다는 그냥 ‘부인께서 많이 슬프고 힘드시겠습니다.’라고 위로의 말을 전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럼 이만 줄이겠습니다.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도 그냥 '부인'이 맞는것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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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맞습니다. 이런 저런 고민할 것 없이 고인의 부인으로 칭하면 제일 좋을 것 같습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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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에 맞지 않는 언어는 대체되는 것이 당연지사죠ㅎㅎ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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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팔로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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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향력이 많은 언론인들이 단어 사용에 신중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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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습니다. 독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신중할 필요가 있겠죠. 그리고 국어 관련 기사를 전할 때는 기자의 수준에서 알고 있는 내용을 전하기보다는 전문가와의 인터뷰 형식으로 전달하거나 전문가의 의견을 소개한다면 좀 더 알찬 내용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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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로 한자어투가 좀 줄어들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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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망인이라는 어려운 말을 굳이 사용할 필요가 없으니 조금은 영향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ㅋㅋ 부디 기사를 접한 독자들이 이제 의미가 바뀌었으니 '미망인'을 자유롭게 써도 된다고 오해하는 일이 없기를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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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가 있었군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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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이 되었다니 기분이 좋네요.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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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잘 읽었습니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과부는 남편을 잃고 혼자 사는 여자이고 아내를 잃고 혼자서는 남자는 홀아비라고 하죠.
그리고 자식을 잃은 부모에게는 자식을 잃은 슬픔이 너무나도 크기때문에 거기에 덧붙이는 명칭이 없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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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죠. 부모보다 먼저 간 자식은 무덤도 만들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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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안써야겠군요. 고맙습니다.
미망인보다 슬픈건 미생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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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굳이 미망인으로 칭하기 보다는 편하게 부인으로 부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전문가들도 '부인' 또는 '고인 ooo의 부인'으로 부르면 된다고 권하고 있습니다.
미생의 삶을 살아가는 분들도 슬프고 힘들겠죠ㅠㅠ 완생을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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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쓰지말아야겠군요....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hangeul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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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이 되셨으면 좋겠네요.ㅋㅋ 친족이면 해당 호칭을, 친족이 아닌 경우 부인으로 부르시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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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히 보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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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항상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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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항상 변화하는 것이라 사전에 등록되는 내용도 변하는군요.
원래 뜻은 안좋은 뜻이지만, 보편적으로 계속해서 쓰면 변하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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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가능성도 없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다만 해당 단어의 유래도 그렇고 단어 자체가 가지는 한자적인 의미에서 오는 부정적인 의미들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저 개인적으로는 어렵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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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문화를 가진 언어였네요. 그것도 모르고 썼던 사람들도 많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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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를 높여서 말한다고 '미망인'을 사용하는 분들이 있습니다만, 엄밀히 따지면 그런 의미가 아닌 것이죠. 모르고 쓰시는 분들은 이해를 해야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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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한번 생각해봤던 것이였는데 놀랐습니다. 그 당시 이 단어를 제3자가 사용할 수 있을까 생각했거든요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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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신 내용이었군요? 말씀하신 것처럼 제3자가 다른 사람을 가리킬 때 미망인을 사용할 경우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면 자신도 모르게 실례를 범하는 게 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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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현재는 문화도 인권의식도 많이 달라졌으니 사라져야 할 단어가 참 많은것같습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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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습니다. 언어도 하나의 생명체와 비슷해서 사어화 되기도 하니까요. 요즘엔 국립 국어원이 시대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이런 예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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