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음의 미래] 인간의 시각 능력은 어떻게 확장되었나? - 두 가지 혁명

망원경의 발명

망원경(telescope) = 멀리(tele) + 본다(skopein)

망원경은 "멀리본다"는 그리스어에서 유래되었습니다.
말 그대로 멀리보기 위해서 발명된 물건입니다.

망원경이 발명되면서 인류는 신비의 영역으로 남겨져 있던 우주의 실체를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망원경 발명 후 15년 동안 알아낸 사실은 그 이전에 인류역사를 통틀어 알아냈던 사실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망원경은 오랜 세월 유지되었던 우주관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습니다.
당시 유럽의 지식인 들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우주관을 통해서 세상을 이해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하늘은 '에테르'라는 특별한 물질로 되어 있어 완벽하며 영원하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하늘에 떠있는 해와 달은 완벽하며 흠집이 없고,
새로운 별이 생겨나 하늘을 바꾸는 일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망원경으로 들여다 본 우주는 완벽하지 않았습니다.
태양에는 흑점이 있고, 달의 표면은 운석의 충돌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습니다.
정확히 볼 수 없어서 믿고 있던 미신들이 한순간에 새벽안개 처럼 사라졌습니다.

400년 전 우연히 발명된 망원경은 이렇게 인류의 역사를 바꾸었고,
지금도 우주의 비밀을 하나씩 풀어가는데 큰 공헌을 하고 있습니다.
학계에 정설로 받아들여 지고 있는 빅뱅설도 에드윈 허블이 망원경을 통해서 밝혀낸 사실이죠.

망원경의 발명으로 우리는 더 멀리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단지 더 멀리 볼 수 있는 것만이 아니라 더 자세히 더 정확하게 볼 수 있게 되었고,
이것은 자연에 대한 인류의 지식을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으로 올려 놓았습니다.

이런 면에서 망원경은 인류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발명품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기공명영상(MRI)의 발명

인간의 뇌는 우주처럼 베일에 쌓여져 있었습니다.
뇌를 연구할 수 있는 방법이 제한적이기 때문이었을 것 같습니다.
뇌를 직접 연구하기 위해서는 죽은 사람의 뇌를 연구하거나, 살아있는 사람의 두개골을 열어서 보는 방법밖에는 없었죠.

그런데 1990년대~2000년대 사이에 신체에 상처를 가하지 않고 뇌를 들여다 볼 수 있는 방법이 발명되었습니다.
바로 MRI로 알려진 자기공명영상입니다.
이때부터 뇌를 연구하는 신경과학 분야에는 새로운 시대가 열렸습니다.
지난 15년 동안 두뇌와 관련하여 새롭게 알게 된 지식의 양은 지난 수천년 동안 쌓아온 지식보다 훨씬 많습니다.
망원경과 마찬가지로요.

뇌와 관련해서도 미신과 같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1935년 안토니오 에가쉬 무니스 박사는 치료가 어려운 중증 정신병 환자의 전두엽을 잘라내었습니다.
그 결과 환자의 행동이 얌전해졌고 획기적인 정신병 치료 방안을 고안한 공로로 노벨상까지 받았습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1950년대에서 1970년대까지 최소 수만에서 수십만의 사람이 이 수술을 받았고,
심각한 부작용에 시달렸습니다.
이런 행위들로 인해 뇌의 생물학적 구조를 조금 알게 되긴 했지만 끔찍하긴 하네요.

뇌는 더 이상 인간이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 아닙니다.
아직도 갈 길이 멀긴 하지만 과학의 발달로 인해 언젠가는 정복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있습니다.
MRI는 난공불락의 요세에 갇혀있던 뇌를 과학자들의 연구 도마 위에 올려주었습니다.
이제 과학자들은 MRI를 이용하여 머리속에 맴도는 생각을 읽을 수 있습니다.
또 뇌에서 발생하는 신호의 패턴을 분석하여 컴퓨터에 이식함으로써 생각만으로도 인공팔을 움직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직은 생각을 선명한 이미지나 동영상으로 보여줄 수는 없지만 아마도 빠른 시일내에 그렇게 되리라 보고 있습니다.

결론
과학의 발전은 인류의 복지를 증진하고 사람을 윤택하게 합니다.
단, 정당한 목적으로 사용되어야 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