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이야기를 해볼까.
나는 소소하게 네이버 블로그를 하고 있었다. 외로움을 달래줄 수단이 필요했고 별 영양가 없는 얘기였지만 타인과 이야기를 통해 글로 대화할 수 있었던 점은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인기가 없는 블로거여서 방문자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한가지 이상한 점을 눈치채게 되었다. 비밀글을 통한 방문유도 글이 보였던 것이다. 이전같으면 무시했겠지만 그 날 따라 호기심이 발동해 해당 블로그를 방문해보니 부실한 글에도 많은 방문자와 댓글이 달린 것을 보게 되었다. 직감적으로 '뭔가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다른 블로거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해당 의문점을 포스팅으로 밝혔다.
지금 생각하면 미투의 선조쯤 되는 행위가 아니었을까.
아주 간단한 이야기였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러한 방식에 속고 있었다며 의견을 남겨 주었으며 포스팅은 퍼지고 퍼져 링크를 타고 방문자수와 댓글은 폭발적으로 늘었다. 한달여간을 그런 식으로 활동하다보니 나는 어느새 그 운동의 지도자가 되어버렸다.
수많은 사람들이 주는 피드백들은 가슴을 설래게 해 엔돌핀을 분비시켜 붕뜬 기분이 되었으나 한편으로는 내심 답답했다. 그렇게 모여든 사람들은 스스로 무언가 하길 원치 않았고 심지어 대다수의 사람들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 채 단순하게 이슈가 되었으니 동참한다라는 마인드를 보여주었다. 해결책이 필요했으나 현재까지도 그러한 뉴스란의 매크로 댓글 방식이나 스텔스 마케팅이 먹히고 있는 것을 보면 그 당시에 해결책이 나올리가 없었다.
그러한 행태를 보며 물론 그 일을 벌일 때부터 가진 생각이었지만, 어느 순간에는 블로그를 폐쇄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을 하고 있었다.
내가 그러한 일을 벌인 것은 오로지 순진하게 그러한 마케팅 수법에 넘어가고 있는, 나중에 마음과 시간을 농락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화를 내고 있는 블로거들이 진실을 알기 원했기 때문이지 내 개인의 영달을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그러한 부분에 되도 않는 선비같은 결벽증을 느끼고 있었고 그게 옳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흘러가던 어느 날 유저들의 요청에 힘입어 네이버에서는 몇개의 미봉책을 내놓았으나 결국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저 사람들에게 사회의 어떤 면이 옳지 않으니 조심하라는 메세지를 던진 것에 만족한채 중2병스럽게도
"나는 블로그에서 자살하려합니다"(ㄹㅇ으로 이불킥감이다)
라는 표현을 쓰며 블로그 완전 폐쇄와 함께 네이버 측에 삭제 요청을 했다.
몇 일전 한 유투버가 미투 비스무리한 선언을 하며 큰 화제를 낳았고 다시 전쟁은 시작됐다.
해당 유저는 최근 한 싸이트에 자신이 이전에 촬영했던 비공개 성인용 촬영 이미지가 유포 되었는데 그 이미지를 본 일부 사람들이 성적 모욕을 주는 댓글을 달아서 유출된 사실을 알게 되었고 과거 모델 촬영일을 하게 되었을 때 현장에서 성추행과 감금을 당했다 주장했다.
나는 그 글과 영상을 본 후 AV계에서 터진 강요 사건이 생각나 혹시 있었을지도 그리고 현재도 벌어지고 있을 내가 알지 못하는 현장에서 모델들이 받는 성적 피해에 대해 용감하게 밝힌 점만은 지지하지만 객관적이지 않은 발언들에 대해서는 소위 말하는 중립기어를 넣고 관망했다.
위 유저의 주장은 세상에 나온 미투들과 같이 증명할 수 없는 성질을 담고 있으며 또한 자신이 입장을 밝힐 수 밖에 없는 몇가지 이유가 존재했다. 그런 상황에서 최선의 방법은 유출시킨 당사자를 찾는 것이며 또한 폭로를 기점으로 혹시나 있을지도 모르는 피해를 막는 것에 국한되어야 한다. 거기에 한국사회는 그런 불미스러운 일로 이득을 볼 여지에 대해 좋게 생각하지 않는다.
또다시 미디어들은 이 선정적인 논쟁을 앞다투어 다루어 유입자 기반 광고 소득을 극대화 시키려 할 것이며 내가 겪은 바와 같이 사건의 성질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많은 사람들이 입에 오르내릴 것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이러한 일련의 사건이 사회에 무슨 질문을 던질 수 있으며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는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는지 생각하지 않은 채 객관적이지 않은 단순한 신세한탄으로 끝내 버린다면 결국 누군가나 누군가들이 개인의 불행을 사회를 불건전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변질시켜 이권을 취하는 행태로 이용될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