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릴레이] 돌아가서 쓰는 일기

in kr •  7 years ago  (edited)

@wanderingship 님의 지목으로 추억 릴레이에 소환되었습니다.
(시작 : @eunhaesarang님의 글, @wanderingship 님의 추억)

무슨 추억을 이야기 할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여행도 아니고, 저 먼 옛날 이야기도 아닙니다.
그냥 아버지와의 자전거를 탄 소소한 이야기 입니다!


2017년 10월 4일 추석.

명절을 맞아 오랜만에 할머니를 뵈러 왔다.

할머니 댁이 새로 지어진 지는 몇 년 됐다. 한 5년은 넘은 것 같다.
원래는 화장실도 집 밖에 있는 푸세식이었고, 입구도 창문 달려있는 철문이었는데
그 창문 마저도 다 깨져서 어렸을 때에는 좀 무서워했던 기억이 난다.
그집에서 한복으로 맞춰입고 다 같이 행복하게 웃었던 것이 가끔씩은 그립기도 하다.
이제 다시는 돌아갈 수가 없어서 더 그런 것 같다..

지금 새로 지어진 할머니 댁은 엄청 좋다.
이층짜리 단독 주택인데, 마당도 예쁘게 꾸며놓고 아주 그냥 별장이다 ㅎㅎ
그리고 얼마 전엔 삼촌이 집 옆 차고 위에 테라스 같은 것을 직접 만드셨는데
거기서 고기를 구워 먹다가 친구에게 자랑을 하려고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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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가 담가주신 복분자주를 할머니 댁에서 마시다니,
빨리 외할머니도 보고싶다.
어쨌든 숙모와 함께 짠! 을 했다.
오늘은 날씨가 좀 갰는데 어제는 비가 추적추적 와서 좀 추웠다.
가디건이라도 입고 나올걸 그랬다고 생각했다.

오늘은 일찍 눈이 떠져서 친척들이랑 거실에 모여
간단하게 아침을 먹으니 심심해져서 아빠랑 자전거를 타러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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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모가 면 단위로 열리는 행사에서 추첨으로 탄 자전거라고,
요새 운동 삼아 하루에 네 시간씩 타기도 한다고..
좋아하시던 걸 생각하면 아직도 웃음이 난다. ㅎㅎ
어른께 쓰는 말은 아니지만, 숙모는..귀여우시다!

어쨌든 나는 길을 잘 몰라 아빠가 앞장서고, 나는 그냥 졸졸 따라가기만 했다.
그런데 구름이 어찌나 예쁘고, 바람이 살랑살랑 불던지 너무 좋았다.
음악만 있으면 딱일 거 같아서
그래서 아이유가 새로 낸 앨범을 전곡듣기 해 놓고

카메라를 켰다.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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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

"아빠가 언제 이렇게 작아졌지?"

아빠는 원래 엄격하고 무섭고 가부장적인 사람이었다.
그래서 아빠에게 뭘 부탁하거나, 사달라고 말하고 싶으면
한참 생각했다. 안 된다고 할까봐.
아무리 생각해봐도 갖고 싶으면 말했다.
그렇게 커다랗고 무서운 아버지였는데, 언제 저렇게 작아지셨지.. 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페달을 밟는 아빠의 다리가 좀 ..
얇아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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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손은 휴대폰을 잡고 한 손엔 자전거 손잡이를 잡고
사진을 찍으면서 가다보니까 너무 뒤떨어지는 느낌이 들어서
사진 찍는 것을 잠시 멈추고 열심히 아빠를 따라갔다.

아빠는 설명을 해주셨다.

"이 자전거 도로를 쭉 가다보면 어디에 가고,
남지 유채꽃 축제가 어떻고 ~~"

아빠는 옛날에 학교에 자전거를 타고 갔다.
좀 오래 걸렸는데 학교가 멀어서 어쩔 수가 없었다.
학교에서 마치고 오면 소를 몰고 밭에 나가서
해 질 때까지 일을 했다.
그리고 또랑이나 강에 가서 몸 담그고 노는 게
그게 일상이었다.

많이 들었던 말이었는데, 직접 눈으로 보면서 직접 느끼면서 들으니까
또 느낌이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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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물 건너서 남지 유채꽃밭이 보였다.
계속 갈 수도 있었는데 너무 멀리 온 거 같아서 돌아가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까봐
이쯤에서 아쉽게 끝내기로 했다.

내가 사진을 찍으면서 온 걸 아는 아버지는,

"멀리 가봐. 더 멀리, 좀만 더 멀리."

"아빠가 자전거 타면서 갈테니가 한번 찍어봐."

그렇게 설정 샷을 찍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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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오전 10시 밖에 안 됐는데 뭔가 오후 4시 같았다.
진짜로 오후 4시가 되기 전에 집에 돌아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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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 검다 하고
백로야 웃지 마라
것치 머믄들 속초자 검을소냐
아마도 것 희고 속 검을 손 너뿐인가 하노라

아버지는 이 시를 자꾸만 읊으셨다. 나보고도 따라하라고 했다.
의미도 알아맞춰보라고 하셨다.
나도 이 시조를 배워서 알고 있다.
그러나 그냥 아버지한테 한 번 더 들었다.
또 다르게 느껴졌다.
어렸을 때 이런 시를 외우라고 배워서 잊혀지지가 않는다
얼마나 맞으면서 배웠던지 ..
라고 하셨다.

아빠의 옛을 50% 들은 것 같다.
듣기만 한 거지, 이해는 10%도 못 했을 거다.
먹고 싶으면 시켜 먹는 치킨인데,
옛날엔 치킨 그런 게 없었다고 하셨다.

그리고 닭 백숙을 먹는 날은 집안의 좋은 일이 있는 날이었다고 하셨다.
들으면서 신기했다.
한 세대 사이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그렇게 생각은 했지만 덤덤하게 받아들이시는 아버지가 신기했다.
나도 이렇게 아버지처럼 덤덤하게 내 어릴 적을 말하는 날이 오겠지.

"어, 나 어릴 때는 수업을 들으러 학교라는 곳을 갔단다."
"와이파이라는 게 안 잡히면 인터넷을 못 했지."

라고 말하면 "에엑 진짜요?" ㅎㅎ
집에 가서 밥 먹고 외할머니 댁으로 출발했다.
별 건 없지만 많은 생각이 들었던 오전이었다.

오늘의 일기 끝.



"옛날에는 지폐라는 게 있었어. 코인이나 가상화폐가 아니라."

ㅋㅋㅋㅋ 스팀잇 만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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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
● 당신의 인생의 한 단면을 나타내는 한사진을 올린다
● 그리고 다른 3명을 지명하시면 되십니다
● kr-memory를 다섯 개의 태그 중 하나를 사용하세요

제가 지목할 세 분입니다!
@gaeteul
@lazydays
@woolgom

(이 소환 릴레이는 강제성이 없으며 미래의 스팀을 생각하며
과거의 추억을 소환하는 릴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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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이제 봤네요. 빠른시일내에 올리겠습니다!

레쓰기릿!

정말 아름다운 추억입니다.
부모님과의 추억은 생각할수록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 같아요.
꿈을 꾸는 듯한 경치를 가진 저 곳에 가보고 싶어요 ㅋㅋㅋ
좋은 포스팅 감사해요!

그냥 시골길일 뿐인데 예뻐보이긴 하네요 ㅎㅎ
@wanderingship 님 덕분에 생각해보게 됐어요.
지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이 킬링파트네요 ㅋㅋㅋㅋ @홍보해 kr-writing 태그는 씹히신듯합니다 ㅠ

ㅋㅋㅋㅋ 역시 알아주시네요 ㅎㅎ 아 제가 태그를 롸.잉 이라고 해놨구나ㅠㅠ 덕분에 알았어요 공감과 홍보 감사합니다!

@hazzys님 안녕하세요. 별이 입니다. @julianpark님이 이 글을 너무 좋아하셔서, 저에게 홍보를 부탁 하셨습니다. 이 글은 @krguidedog에 의하여 리스팀 되었으며, 가이드독 서포터들로부터 보팅을 받으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별이가 왓네요! 저희집 강아지입니다~^^

ㅋㅋㅋㅋㅋ 헉. 진짜요? 별님 감사합니다! 🌟

자전거 타고 싶어 지네요. 따뜻한 글 감사합니다

날 풀리면 레쓰기릿 하세요! ㅎㅎ 감사합니다!

요즘 정말 많은 분들이 짱짱맨 태그를 사용해주시네요^^
행복한 스티밋 ! 즐거운 스티밋! 화이팅~~

짱짱맨도 화이팅하세요!
오늘도 감사합니다 ㅎㅎ 즐티밋!

저도 이제 봤습니다. 며칠 고생을 하며 다녔더니... 감사합니다. 그런데 할머니댁이 너무 좋네요. 집에서 바라보는 경치만으로도 최고이고 따뜻한 부녀의 사진에 행복이 물씬 묻어 납니다. 행복!

저때 엄청 행복했답니다 ㅎㅎ @gaeteul 님의 추억도 지금 읽으러 가봐야겠네요! 감사합니다 :-)

@ hazzys 님! 숙제 완료 했습니다. https://steemit.com/kr/@gaeteul/g8yp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