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의 작가 박흥용의 2016년 신작 웹툰.
"여우는 같은 덫에 두 번 걸리지 않는다"
10대와 20대가 주 독자층인 웹툰에서 박흥용 작가와 같은 중견 만화 작가가 진입하기는 상당히 어렵다.
자신의 색깔과 출판만화 작가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디지털 시대의 젊은 층에 맞는 소재와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은
자기를 부정하면서 또 긍정하는 과정에서 피어나는 것 일테니까.
이 어려운 숙제를 잘 해결한 최고의 작가는 네이버 웹툰 '고수'의 류기운/문정후 커플이라 생각된다.
이 이야기는 다음 기회로 넘기고.
이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세대를 건너 뛰어 넘은 만화 작가의 1인으로 박흥용 작가를 꼽을 수 있게 되었다.
박흥용 작가의 이 웹툰은 작가 특유의 여백의 허전함과 울림을 90년대의 정서와 어우러지게 하여,
나에게는 젊은 시절의 정감을 다시 느끼게 해준 특별한 작품이다.
아마도 90년대에 20대를 보낸 이들이 다 공감할 수 있는 정서이겠이만,
나에겐 가보지는 않았지만 다니던 대학 근처이다보니 왠지 친숙한 동네들이 나오고,
고층 아파트 나래비로 서있는 도시가 아닌,
2층 정도의 단촐한 주택들이 중심인 거리의 풍경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20화의 분량으로 짧은 단편(웹툰에서는 단편분량)이라 할 수 있는데,
전체적으로 옴니버스의 구성이라 분량을 더 늘렸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야기의 큰 맥락은 무선 햄통신 커뮤니티 네트워크에 방해전파를 쏘는 정체불명의 훼방꾼을 추적하는,
미스테리 내지는 스릴러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박흥용 작가의 정서답게 전혀 서스펜스가 작동하지 않는다. ㅋㅋㅋ
스릴러 자체도 좋아하지만 이런 느슨하고 나이브 한 정서가 참 좋다.
또 이 추적극 속에 청춘이 한창인 주인공이 찾고 싶어하는 여우가 진짜 여우처럼 독자들까지 홀린다.
상업적인 기획을 하는 사람이라면 '여우사냥'이라고 부르는 이 스릴러 구조를 중심축에 두었겠지만,
박흥용 작가님께서는 그 대신에 그 과정속에 놓인 사람들을 소개시켜 준다.
세상에 함께 살아 가지만 우리가 잘 알 수 없는,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스치듯이 지나가지만 마음 한 켠에 깊숙한 기스를 하나씩 남겨 두고 지나간다.
이렇게 그 때의 사람들을 만나며 지나가 보면 세상의 근본이 크게 다르지 않음이어서인지,
작가의 능력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로, 이 작품에서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선명하다.
소재는 90년대 햄 무선통신의 네트워크상에서의 소통을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 나타나는 사람들과 그들이 행하는 태도는 지금의 인터넷 네트워크 시대와 별반 차이가 없다.
안타깝게도......
기술은 뛰어나지고, 더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보게 되었더라도
결국은 사람의 문제......
90년대 20대를 보낸 청춘들에게 강추.
단편문학같은 웹툰을 보고 싶은 이들에게도 강추.
세로운 테크놀러지에 경도된 이들에게 인간에 대해 생각해보라는 의미에서 또 추천.
마음 한 귀퉁이를 여백에 내어 줄 수 있는 이들에게도 강추.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전 아직 못봤는데 읽어보겠습니다.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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