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자영농노의 삶-밀린일기> 금요일 장사/토요일 70유로짜리 외식, 맘모스빵/일요일 장사준비

in kr •  5 years ago 

금요일

오전 6시 15분 출근 오후 5시 30분 퇴근
71인분 판매

사람들이 휴가갔다가 돌아왔나?
이번 주 중에 가장 바빴다.
몇 가지 메뉴는 품절되서 돌려 보낸 손님도 몇 있었다. (아까비)

이 날 종종 오는 모녀 단골 손님이 왔었다.
다 먹고 나가는데 계산대에서 남편이랑 한 참을 얘기하길래
그 손님들 가고 나서 물어보니 희한한 소리를 들었다고.
Pôle emploi라고, 우리나라로 치면 실업급여 관리 하고 일자리를 소개해주고 대충 그런 정부기관인데
거기서 우리 가게로 추정되는 곳의 구인광고를 봤다고.(엥?)
그것도 서빙도 아니고 요리할 사람 구한다는 광고. (사실 내 대신 일 할 사람 구할 수 있으면 좋긴 하겠네..ㅜ)
그래서 우리가 진짜로 사람을 구하는지 궁금해서 왔다고 했다.
딸이 최근에 프랑스령에 있는 해변가에 있는 식당에서 일했는데
8일 정도 근무하면서 그 동안에 손님이 진짜 하나도 없어서 그냥 그만두게 됐다고 했다.
어쩐지 밥먹으면서 내가 일하는 모습을 너무 뚫어져라 쳐다보더라니..
너무 쳐다보니까 바쁘게 일하면서도 뒷통수가 따가워서 혼났다.

주방을 깨끗하게 관리하려고 일부러 반 오픈 키친형태로 사람들이 다 들여다 볼 수있게 해놓긴 했는데
가끔 너무 동물원 구경하듯 보는 사람들 때문에 영 신경쓰이는게 아니다
나도 바쁘면 실수도 하고 작업대가 지저분 해지기도 하는데 그걸 너무 노골적으로 보니까
표현은 못해도 속으로 바빠 죽겠는데 눈치도 더럽게 없다면서 진짜 씩씩 대면서 일할 때도 있었다. 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우리가 요청하지도 않은 그 구인광고는 무엇일까?
혹시 근처에 비슷한 컨셉의 식당이 오픈할 예정인가???!!!
그냥 우리 가게를 인수하세여

퇴근하고서는 남편이랑 맥주 마시면서 도란도란 얘기하고 뻗었다.
넘나 피곤한것.
코로나 2병 마시고 다음 날 너무 괴로웠다..
20대때는 나름 술을 좋아하고 자주 마셨는데
30대 접어들고 이 일을 하고 나서 부터는
다음 날 피곤한게 너무 두려워서 술을 안마시게 되었더니
맥주 1병 2병 마시고 다음날 숙취까지는 아니고 약간의 괴로움이 올라온다.
하루 종일 기력이 없다거나, 머리가 아프다거나, 속이 안좋거나...

그리고 토요일

거의 11시까지 늦잠자고 장을 보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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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푸에서 가끔 하는 행사로
특정 품목들을 묶어서 5불에 파는데 이번에 갔더니 파인애플이랑 수박을 묶어서 5불에 팔길래 또 업어왔다.
황도, 자두, 백도, 천도복숭아 이런것들도 8개에 5불 이렇게 팔길래
황도 8개를 집어왔는데..
집에 와서 계산서를 보니 캐셔 언니가 1개 값만 찍어놓은것.
내가 본게 맞나 싶어 눈을 비비고 다시 봤다.
복숭아 1.5 Naf로 찍혀 있어서 당황했지만 이내 곧 오 개꿀 ㅋㅋ 이라며 좋아하는 속물적인 나란 인간.
캐셔 언니 복 받으세여.. 제가 빌게여

금요일에 웬만한 것들을 다 팔고 집에서 먹을게 없어서 토요일 점심은 오랜만에 외식했다.
외식을 자주 안하는 편인게,
아무래도 여기가 휴양지이다 보니 외식물가가 비싼편이다.
둘이서 나가서 점심을 먹으면 50유로-70유로
저녁을 먹으면 70유로-100유로 이렇게 나오기 때문이다.
게다가 특별하게 맛있는 식당이 있는것도 아니고
남편이랑 내 기준에 그 돈주고 사먹기엔 아까운 그냥 흔한 음식들
피자, 샐러드, 파스타, 스테이크, 버거 이런것들이라 진짜 웬만하면 외식을 안한다.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 한국 외식값이 너무 많이 올랐다면서 볼멘 소리를 많이 하던데
내가 느끼기에 한국은 아직 외식하기에 나쁘지 않는 나라 같다.
아직은 그래도 가격과 양이 혜자스럽다는게 내 판단.
작년 겨울에는 뉴욕에 다녀오고
올해는 캐나다에 휴가로 다녀왔는데
와 진ㅡ짜 별거 아닌데 비싸고 거기다 팁 기본 15프로 더하기 세금.
뉴욕은 7프로였나, 캐나다는 거의 13-15프로 였다.
난 특히 들이는 정성이나 노고에 비해서 한식이 너무 싸다고 느낀다.
샐러드니 파스타니 만오천원 이만원 지불하는 것은 별로 아까워 하지 않으면서
갖가지 반찬이 같이 나오는 백반같은것에는 만원도 너무 비싸다면서 아까워 하는게 뭐랄까...

약가 화난다!! ㅋㅋ
화난다 진짜. 내가 음식을 해서 그런지.
한식은 진짜 손이 많이가고 그만큼 정성도 많이 들어간다.
집에서 반찬 3가지만 하고 국만 끓여봐도 밥하는게 얼마나 힘든 건지 알 수 있는데..
(우리 어머님들 진짜 존경합니다)
그것도 귀찮고 시간 많이 들어서 집에서 밥 잘 안해먹으면서
사먹을때는 그게 비싸다니요.. ㅜ
근데 어쨌든 많이들 사 드세요.
그래야 자영업 하는 분들도 좀 살죠...

암튼 저 메뉴는 에피타이저로 시킨 부라타 치즈 샐러드 같은건데..
저 저 보라면서. 풀때기 위에 치즈 한 덩이 햄 몇 개 데코레이션 해가지고 나오는데
18유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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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내가 시킨 여백의 미를 강조한(?) 메인 메뉴
매운거 안먹으면 밥 먹은 것 같지 않은 나라서
파스타도 항상 아라비아따 로 주문하거나
암튼간에 매운 맛이 약간이라도 있는것으로 주문하는 편이다.
20대때와 다르게 느끼한 거 잘 못먹음..
그래서 Rolled chicken with cajun spice 어쩌고 하는 것으로 주문했다.
근데 내가 진짜 바보 같은게 ㅋㅋㅋㅋ
케이준 양념이 들어간 음식 먹을때 마다 라면스프 같아서 싫다고 그러면서
또 시킨것...
남편도 먹어보더니 이거 라면 파우더 맛인데? 이럼 ㅋㅋㅋㅋㅋㅋㅋ
닭가슴살 삶아서 라면 파우더 찍어먹으면 딱 그맛인 그런 맛이었다. 하..

남편은 비프 부르기뇽을 시켰다. 누가 부르고뉴 출신 아니랄까봐
어찌된게 채소는 없고 고기랑 소스만 나와서 남편은 실망했다고 한다.
고기 자체는 푹 끓인거라서 연하고 괜찮았다.

암튼 저렇게 에피타이저는 나눠 먹고 각자 메인에 물 한 병, 소다 2개 시키니 70유로였다.
한국에선 특별한 경우 아니고서 점심 한 끼 먹으며 저런 돈을 지불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물론 그 땐 돈이 별로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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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먹고 돌아와서 채 가시지 않은 숙취를 달랠겸 낮잠 한 숨 푹자고
일어나서 빵을 구웠다.
요즘 유튜브 보니까 맘모스 빵 먹방이 많더라.
언제부터 맘모스빵이 이렇게 다채로워졌나 싶게 진짜 다양했다.
입맛이 없다가도 희한하게 먹방을 보면 입맛이 생기는..ㅋㅋㅋㅋ
암튼 너무 먹고 싶어져서 이번 주 내내 벼르다가 만들어 보았는데
구석에 박아둔 밀대 꺼내는게 그렇게 귀찮아서 (아니 손반죽은 안귀찮니..)
손으로 대충 눌러서 성형했더니 음 맘모스빵이 아니라 대형 소보루 빵이 되었다.
그래도 맛은 있었다 ㅎㅎㅎㅎ 남편도 인정.
바게트의 종주국 프랑스인인 남편은 뭔가 불신 가득한 얼굴로
아니 빵이 너무 크다면서 먹기를 꺼려하더니
막상 먹으니 생각보다 괜찮았는듯.
만들고 나니 밤 열한시였다.

일요일 오늘

고양이들이 그렇게 깨워대도 우리 둘 다 오전 열시가 훌 쩍 넘어서 일어났다.
아침 대충 챙겨 먹고 가게로 나가서 여느때 처럼 다음 주 장사 준비를 하고
집에 돌아와 저녁먹고 노닥거리니 어느 새 곧 잘 시간.

하루도 짧고 일주일도 짧고
남편도 나도 항상 하는 얘기가 퇴근하고 시간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둘 다 퇴근후에 하고 싶은게 많은데 시간이 너무 짧다고 얘기한다.
내 경우에는 그래서 자는 시간을 줄여도 봤는데 그러니까 사람 행색이 말이 아님 ㅋㅋㅋㅋㅋㅋ
잠을 못자니 얼굴은 더 붓고 다크서클은 엄청 내려오고..
그래서 요즘엔 12시 전에는 꼭 자려고 노력한다.
지금은 순수하게 내 노동력을 투입해서 수익을 내는 자영농노지만
언제가는 장사가 아니라 사업 하는 사람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게 바람..
내가 못되면 남편 너라두 제발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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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한 번씩 출몰하는 염소떼들 사진으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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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며칠 안오시나 했네요~ 주말에 바쁘셨군요^^
www.steemzzang.com 에서 글을 쓰시면 더 많은 보팅을 받으실 수 있을 거예요~

아이코 기다려주셨네요 ㅎㅎ 감사합니다.
스팀짱 닷컴은 그냥 거기 들어가서 쓰면 되는건가요??? 한 번 들어가 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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