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감성]투박한 아버지의 손과 이마의 깊은 주름

in kr •  7 years ago 

싸이 - 아버지 입니다.



한시간전에 여동생에게서 온 카톡을 보았습니다.

아버지의 퇴근 후 집에서의 일과를 재미있게 잘 편집하여서 만든 동영상이더군요.

집에서 키우는 조그만 물고기(구피) 어항에 밥을 주고,
손에 잡힌 고름을 짜면서 아프시다며 동생에게 찡그린 표정을 지으시고,
TV를 보다가 코를 드르렁 골며 주무시는 것으로 끝나는 동영상이었습니다.

처음에 봤을 땐 되게 웃겼습니다.

그렇게 한번 혼자 자취방에서 웃고나서 다시 한번 동영상을 보았습니다.

그러자, 처음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였습니다.

매일 가족의 생계를 위하여 추레라 운전대를 쥐신지 20년이 넘어
두터워지고 굳은살이 배기고 습진으로 인하여 아버지의 손에 잡힌 고름.

그것을 짜내실 땐 정말로 아프셨겠죠.
하지만 동생이 보고있기에 그저 해학적인 웃음으로 승화하셨겠지요.

그리고 TV를 시청하시다 코를 드르렁 드르렁 대차게 고시는 모습에서,
왜 내가 어릴 때 보던 높은 산 같던 아버지의 모습은 어디가고
이마에 깊게 패인 주름들에,
운전하시다가 , 현장에서 일하시다 상처입어 다리에 남은 많은 흉터만이 보이던지...

평소같았다면 "내가 잘되서 우리 아부지 주름 펴드려야겠다~"하며 농담으로 넘길 수도 있던것을,

왜 오늘따라 이렇게 안쓰럽게 보일까요?

매일 함께 있다가 타지에서 오랫동안 아버지를 못뵈어서 그런걸까요?

무언가 착잡함에 쉽사리 잠에 들지 못하는 밤입니다.

빨리 제가 잘되어서 하루에 5시간도 채 주무시지 못한채
짐을 받고 비좁은 차에서 쪽잠을 주무시는 아버지 짐을 덜어드릴수만 있다면...

내일 저녁엔 아버지께 안부전화나 드려야겠어요.

대한민국의 모든 아버지, 어머니께 항상 감사와 수고의 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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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컥했네요..ㅠ 저도 전화드려야겠어요 ㅠㅠㅠ

저희집 대들보께선 키가 어느새 저보다 많이 낮아지셨지만, 낮아지신 만큼의 키를 저에게 나눠주었다고 언제나 생각합니다 ㅠㅠ
그 낮아진 어깨에는 아직도 얼마나 무거운 짐들이 쌓여져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