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터와 튼 살 치료로 한의학의 새로운 영역 구축

in kr •  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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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향미한의원 홍성민 원장
흉터와 튼 살 치료로 한의학의 새로운 영역 구축

화상 흉터가 있거나 피부에 상처가 생겼다면 대부분 피부과 병원을 찾는다. 그런데 튼 살과 흉터 전문 한의원을 표방하는 곳이 있다면? 아마도 십중팔구 일단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될 것이다. 피부 치료를 주요 진료과목으로 내세우는 한의원을 주변에서 본 기억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이미지한의원 홍성민 원장은 흉터와 튼 살 전문, 즉 피부 치료 전문 한의사다. 우후죽순 늘어나는 한의원과 한의사 2만 명 시대에 눈길을 끄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자향미한의원은 서울 서초구에 위치해있지만 인근 지역 주민 환자는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서울을 비롯한 경기, 전국 각 지역, 제주도의 피부 질환 환자들까지 홍 원장을 찾아온다. 따라서 홍 원장은 최대한 100% 예약제를 지향하고 있다. 그래야만 먼 곳에서 한의원을 찾은 환자들과 오랜 시간 상담을 하며 그들의 피부 상처와 마음 속 상처에까지 귀를 기울일 수 있기 때문이다.

홍성민 원장은 가천대부속 길한방병원에서 수련의를 거친 한의사 전문의다. 그가 피부 치료에 처음 관심을 가진 시기도 수련의 시절이었다. 한의학은 치료 결과에 대한 직접적인 확인과 객관적인 검증이 어렵다는 약점이 있는데, 한의학적인 피부 치료는 직접 눈으로 확인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홍 원장을 매료시켰다. 다른 분야에 비해 객관적 검증과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한방 피부 치료에 대한 환자들의 믿음도 컸다.
하지만 홍 원장이 처음부터 피부 치료 전문 한의원을 표방했던 것은 아니다. 수련의 생활을 거친 후 그가 처음 한의원을 개원한 것은 지난 2007년,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로 대한민국 경기 역시 침체기에 빠진 시절이었다. 홍 원장은 누구나 쉽게 사랑방처럼 드나들 수 있는 '동네 한의원' 콘셉트로 한의원을 개원했다. 침술 치료를 비롯한 일반적인 한의원 치료에 주력했지만 의욕만큼 한의원 운영이 잘 되지는 않았다.
그러던 중 그는 아내의 튼 살과 자신의 몸에 있는 뜸 흉터 등 피부 치료에 집중하게 됐고, 그렇게 쌓인 지식과 노하우로 차츰 주위 사람들의 피부 치료로 영역을 넓히다가 현재의 피부 치료 전문 한의원에 이르게 됐다. 피부 치료 전문을 표방한 이후 이미지한의원은 뚜렷한 색깔이 강점으로 부각되며 서서히 자리를 잡았다.
피부 치료를 전문으로 하다 보니 마치 여름철을 앞두고 성형외과 환자가 늘어나듯이 이미지한의원 역시 어쩔 수 없이 경기를 타게 된다. 그러나 홍 원장은 한의원 운영의 어려움은 경기를 탓할 일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한의사 과잉 배출이 오히려 더 문제라는 것. 2000년에 한의대를 졸업한 홍 원장은 "졸업할 때만 해도 전국에 7천 명이었던 한의사가 지금은 2만 명을 넘었다"며 고개를 내젓는다. 문제는, 아무리 경기가 좋아진다고 해도 한의사 과잉 배출 문제가 당장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른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시점이기 때문에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홍 원장의 독특한 행보가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흉터 및 튼 살 치료에 집중하는 한의사 전문의
홍 원장이 피부 치료에 주력하면서 가장 큰 보람을 느끼는 부분이 하나 있다. 상처나 질환 자체의 치료 결과에 대한 보람은 당연한 것이고, 피부 질환 환자의 정신적인 아픔까지 치유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피부 치료라는 점이다. 일단 잘 보이는 곳에 흉터가 있는 사람들은 맨얼굴로 거리를 잘 다니지 못한다. 어쩔 수 없이 위축되고 우울증에 대인기피증까지 생길 수 있다. 홍 원장은 피부 치료를 하는 동안 외상은 물론 이러한 정신적인 아픔까지 치유 받고 돌아가는 환자들을 많이 봐왔다.
"흉터 환자분들은 심적인 고민이 큰 분들입니다. 그런데 대부분 자신의 잘못이 아닌 경우가 많거든요. 정작 본인은 기억도 안 나는 아주 어린 시절 부모님이나 주변인의 부주의로 생긴 흉터를 평생 안고 가는 거죠. 제가 취미로 관상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만, 흉터 환자의 대부분은 그 흉터를 지닌 것이 본인 탓이 아니에요. 그런 분들의 상처와 마음을 치료해 드린다는 보람이 가장 큽니다."
가족의 치료와 개인적인 관심에서 시작된 튼 살 및 흉터 치료는 어느새 이미지한의원의 가장 큰 경쟁력으로 자리 잡았다. 자연스럽게 적자 수준의 한의원도 전화위복의 계기를 맞게 됐다. 전국의 피부 질환 환자들이 홍 원장의 병원을 찾았다. 지인 소개나 입소문으로 찾은 분들이 아니다. 홍 원장의 치료 경험이나 관련 정보가 소개된 글을 인터넷에서 접한 사람들이 스스로 한의원을 찾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반적으로 피부 치료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친한 친구에게도 자신의 흉터에 관한 이야기를 쉽게 털어놓지 못한다. 오로지 본인만의 고민과 아픔인 셈이다. 꼬박 하루를 투자하며 어려운 발걸음을 한 분들이기 때문에 홍 원장 입장에서는 예약제를 고수할 수밖에 없다. 환자의 믿음에 대한 보답이자 한의사로서의 책임감 때문일 것이다.

약 대신 침으로만 흉터를 치료하는 한의원?
눈으로 확인되는 치료 과정이 피부 치료의 최대 강점이지만, 사실상 한의학적으로 바라보는 피부는 오장육부의 반영이라고 홍 원장은 강조한다. 속이 편안하지 않으면 좋은 피부가 발현되기는 상당히 힘들다. 따라서 똑같은 증상에 똑같은 치료를 하더라도 결과는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대부분 개인적인 생활 습관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저는 제가 갖고 있는 지식과 경험으로 약을 쓰지 않고 피부 치료만 합니다만, 제가 약간 독특한 경우인 겁니다. 한의학적인 피부 치료는 속을 다스려서 겉을 치료하는 개념이에요. 서양의학과의 가장 큰 차이지만,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거든요. 한의학 치료 속도가 다소 늦다는 경향은 있지만 생활 습관 자체의 개선 노력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한의학적인 방식이 피부 치료에서 강점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홍 원장이 채택한 방식은 흉터나 튼살 자체에 침을 놓으며 피부 외적인 치료만 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한의학적인 피부 치료 방식과 큰 차이를 보인다. 진료 도구가 다를 뿐, 오히려 서양의학 개념에 더 가까운 방식이다.
통계와 데이터가 있는 근거 중심 의학인 서양의학에 비해 지금까지의 한의학은 고전에 의존한 치료 방식에서 크게 개선되지 못했다. 국가적인 연구 지원 비중이 서양의학과 한의학 사이에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제도적인 원인에서도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고, 한의학의 발전을 위한 한의사들 스스로의 노력 부재도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홍 원장은 진단하고 있다.
홍 원장 역시 한의학 문헌에도 없는 튼 살 치료와 흉터 치료를 전문으로 한다는 점에서 같은 한의사들의 의문 섞인 시선을 받기도 했다. 홍 원장 입장에서는 한의사로서의 개인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한의학 전체를 상대로 어려운 싸움을 하고 있는 셈이다.

고전적 개념과 과학적 치료 접목
홍 원장의 독특한 행보는 피부 치료라는 부분 외에도 몇 가지가 더 있다. 바로 관상학과 고전에 대한 학문적인 관심이다. 관상학 공부는 개인적인 관심사에서 시작된 취미생활이었지만 홍 원장은 흉터 환자들을 접할 때마다 관상학을 접목하게 된다고 털어놓는다. 물론 임상적인 내용이 아니니 관상학적인 지식을 치료에 활용하지는 않는다. 다만 이러한 홍 원장의 관심 분야를 잘 알고 있는 환자들이 물어볼 경우에는 해당 환자의 흉터 위치와 관상학적인 지식을 결부해 설명해 주기도 한다. <마의상법>, <유장상법>, <상리형진> 등 홍 원장 입에서 나오는 관상학 서적 제목들은 거의 전문가 급이다.
"흉터 환자 치료는 심리적인 부분까지 접근해야 하기 때문에 개인적인 관상학 공부가 치료과정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물론 100% 들어맞는 것은 아니지만, 관상학은 상당히 과학적인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관상학 외 홍 원장이 이름을 알린 부분은 또 있다. 바로 고전 번역이다. 이 역시 처음에는 한의학 공부를 위해 <동의보감>과 <본초강목> 원전 번역을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됐다. 홍 원장은 관상 관련 서적인 <마의상법>과 역사 소설인 <삼국연의> 등의 원전 번역까지 그 영역을 넓혔다.
개인적으로 즐겨 읽는 책들 역시 사마천 <사기>, 사마 광의 <자치통감>, 풍몽룡의 <동주열국지> 등 역사 소설이 대부분이다. 관상학 공부와 역사 소설 읽기, 고전 번역 등은 모두 홍 원장이 개인적인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선택한 취미생활이었지만 현재는 홍 원장의 중요한 일상 중 하나가 됐다. 물론 진료 외 남는 시간을 모두 취미생활에만 쏟아 붓는 것은 아니다. 피부 치료와 관련한 <튼살과 흉터>, <흉터 있다고 흉보지 마세요>, <우리가 알아야 할 튼살 96가지> 등이 모두 홍 원장이 집필한 책이다. 단순히 젊은 혈기와 에너지라고 설명하기에는 홍 원장의 삶 자체가 온전히 한의학과 고전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연이 치료하고 의사는 보완할 뿐'
국사학과 진학을 희망했던 문과생 홍 원장은 고등학교 2학년 때 <소설 동의보감>을 접한 후 난생 처음으로 책을 읽느라 밤을 지새웠다고 한다. 단지 베스트셀러여서 집었던 책이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홍 원장의 운명을 바꿔 놓은 하나의 터닝 포인트가 됐다. 공교롭게도 원하던 학교와 학과 입시에 실패한 홍 원장은 과감하게 한의대에 지원했고, 이후 평생 한의사의 길을 걷게 됐다.
"대학 진학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의 저를 만든 모든 사건들이 처음부터 제 의지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었어요. 오히려 제 의지가 아닌 외적 상황의 변화로 방향을 바꾼 셈이고, 그렇게 저의 내공이 쌓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항상 그 당시에는 힘들었어요. 처음 개원한 한의원이 적자를 면치 못했을 때도 마찬가지였고요. 하지만 뒤돌아 생각하면 잘 된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홍 원장은 '자연이 치료하고 의사는 보완할 뿐'이라는 히포크라테스의 말을 신뢰한다. 그만큼 마음으로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일 것이고, 그 과정에서 홍 원장은 '기소불욕물시어인(己所不欲勿施於人)'이라는 논어의 문구를 인용한다. '자기가 하기 싫은 일은 남에게도 하지 말라'는 뜻이다. 공격적인 치료나 환자에게 피해가 갈 것 같은 치료는 아예 하지 않는다는 홍 원장의 신념은 한의학과 서양의학, 고전과 과학을 넘나들며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니체가 한 말 중 '아모르 파티(Amor Fati)'라는 말이 있습니다. 운명을 사랑하라는 거죠. 제가 강조하는 관상이나 운명이라는 것은 그저 주어진 대로 순응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당장 제 한의원이 적자에 시달렸을 때도 경기 탓, 외부 탓 할 거 없죠. 사실 한의사 과잉배출 문제도 뭐 어떻게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 않습니까? 본인만의 강점을 찾고 개발하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역시 본인의 마음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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