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립토 파이낸스': 정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in kr •  7 years ago 

다들 알고 계신 내용의 뒷북일지도 모른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생태계 지도"라는 제목의 기사가 보이는데, 블록체인 등의 기술을 바탕으로 금융시장 관련 업무에서 탄생하고 있는 새로운 활동들의 범주를 소개하는 내용이다. 주로 금융에 해당하는 것들만 고른 것 같은 데도 이렇게─자산관리, 펀딩, 융자, 은행(은행 본연의 업무를 뜻하는 듯하다), 보험 등─다양하다. 아직 자세히 알 수는 없어도, 대충 곁눈질로만 읽어 둬도 앞으로 새 동향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기사 내용의 본래 출처는 금융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이 쓴 다음 글들인 것 같다.

정확히 들어맞지는 않겠지만, 이러한 변화의 배후에 자리 잡고 있는 무언가를 직관하는 데 다음 인용문을 살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주류 금융 기관들의 행동 양식에는 몇 가지 디자인 원리가 숨어 있다. 금융 기관 이용자들이 생각해 볼 만한 내용이다. 가령 일반 소매 은행의 지점과 거래해 보면 이용자인 나는 수동적인 위치에 서고 그들의 자질구레한 조치가 나를 돌봐 준다고 느낌을 받는다. 은행의 온라인 플랫폼은 그들의 업무가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아무것도 설명해 주려고 하지 않는다. 여기에 숨어 있는 디자인 원리가 있다. 그 원리는 바로 정보를 '불투명'하게 만들어서 정보의 '불평등'을 확립하는 것이다. ( ... ... )

이론적으로는 어떤 사람이든 자기 돈을 이런저런 사업에 투자하는 그 자신의 은행이 될 수 있다. 사실, 알아야 할 것 전부를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완벽한 정보가 갖추어진 상황이라면 은행이 존재할 이유가 별로 없다. 은행이 존재하는 이유는 우리가 투자 기회에 대한 정보를 알지 못하고 그러한 투자 기회를 평가할 수 있는 역량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어떤 투자 기회(가령, 삼촌이 운영하는 농산물 가게)에 대해 잘 알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투자할 수는 있다. 하지만 투자의 안전성을 높일 수 있도록 여러 가지 투자 기회에 골고루 투자하는 분산된 포트폴리오를 꾸릴 만한 돈이 없을 때가 많다. 여전히 이러한 제약이 아주 크다. 하지만 기술 덕분에 투자 기회에 관한 정보를 얻기가 훨씬 용이해졌고, 본인이 직접 투자하는 데 따르는 거래 비용도 낮아졌다. ─ 출처: Brett Scott , Hacking The Future of Money: The Heretic's Guide to Global Finance, 213, 221쪽.

위 인용문에서 대충 읽을 수 있는 것은 지금 '크립토 (파이낸스) 생태계'라고 불리며 새로 탄생하고 있는 활동의 범주들을 다 알 수는 없지만, 아마도 그것들을 관통하는 원리는 '투명성'과 '탈중개(즉, 중개 배제)'라고 짐작할 수 있다. 여기에 하나를 더 추가하자면, 사람들이 생각하고 설계하고 참여하며 사용하기에 따라서 '민주화' 원리가 추가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을 예술에 비유한 위 인용문 저자의 짤막한 구절을 하나만 더 보고 이 게시물을 짧게 마무리하자.

활동가들은 심층의 교란을 유발하는 비전을 구상하는 데 아주 뛰어나다. 하지만 금융처럼 기술적인 분야의 합리적 도그마에 도전하려면 그러한 비전이 실제로 효과를 볼 수 있는 행동과 결합되는 것이 필요하다. 창조성은 사실 해체건설을 동시에 의미한다. 해체는 기존 구조를 뛰어넘어 내다보는 능력이고, 건설은 그렇게 내다본 비전을 새로운 구조로 전환하는 능력이다. 전통적인 예술에서 창조성은 페인트나 점토 같은 매체를 통해 발현된다. 즉 매체는 예술가가 세상에 대한 일반적 시각을 파괴하거나 그에 도전하는 창조적 비전에 현실적 형태를 부여하는 수단이다. 회사라는 구조물도 예술적 매체가 될 수 있다. ( ... ... )

[일례로,] 1981년 [영국의] 녹색당 활동가들은 지속 가능한 주택 건설 사업에 융자해 주는 생태적 주택 금융조합(Ecology Building Society)을 설립했다. 이곳은 규모가 아주 작았지만, 바로 그 점이 소단위 지역의 구체적인 녹색 건설 사업에 집중할 수 있는 장점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생태적 주택 금융조합이 하나밖에 없다면 별 소용이 없다. 그보다 훨씬 많이 필요하다. ( ... ... ) 다수의 작은 은행들이 연쇄점처럼 일괄적으로 규제될 수 있도록 공동의 플랫폼을 바탕으로 작동하는 시스템을 만들면 [수많은 작은 단위의 금융조합의 탄생을 꺼리는 감독 당국으로부터 호의적 반응을 끌어낼 수 있다.] ─ Brett Scott, 같은 책, 214~215쪽.

덧. 물론 한국 문화에 고유한 장애 요인들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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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정보 소개 감사드립니다.
많이 참고가 됩니다.

  ·  7 years ago (edited)

어이쿠. 나중에라도 참고하려고 기록 삼아 메모해 둔 것에 불과합니다. 잊지 말고 읽어봐야 할 터인데 정보의 홍수 시대이니 참 여기저기 쫓아다니기 쉽지 않은 세상입니다.^^

스팀잇에서 자연스럽게 이런 양질의 정보를 접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보의 격차가 대리인 역설을 낳는군요. 블록체인이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잇는 계기가 되길 바래봅니다.

제가 인용한 부분에서 은행과 고객의 관계는 더 포괄적으로 주인과 대리인의 문제에 속한다고 볼 수 있겠씁니다. 주인-대리인 문제가 현대 자본주의, 그중에서 자본 시장에 상존하는 고질적인 문제라고 하겠습니다.^^

좋은 정보 고맙습니다!

자료 메모 삼아 기록해 둔 것인데, 저도 언제 읽을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