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투자 유치를 위한 IR 미팅에서 반대편 자리

in kr •  7 years ago 

나는 스타트업 투자를 심사만 했다.
갑과 을이라는 단어를 싫어하고, 개인의 역량과 열정에서도 내가 더 부족하다고 진심으로 생각해왔다.
단지 각자의 인생을 살다보니, 난 투자라는 역할을 업으로 하게 되었고, 그들은 사업을 리딩하는 역할을 하게되었다고 본다.
그리고 어쩌다보니 같은 테이블에 앉아서 나는 그들의 사업과 팀을 평가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오히려 개인적으로는 이 시간이 정말 짜릿하고 기분이 좋은게,
대부분의 대표님들은 인생을 걸고 사업을 달리고 계시고,
최선을 다해 투자를 유치하려 하시는 에너지가 느껴진다.
이러한 진심과 열정은 같은 방에 있는 것만으로도 짜릿한 경험이고 자극이 된다.

블록체인 스타트업을 시작한지 일주일이 되었는데, 벌써 많은 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더 큰 불확실한 상황에서 더 용기있는 도전을 하시는 분들을 보는 건 더 짜릿함이 느껴진다.

나는 스타트업 투자를 유치도 한다
그런데 최근 또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서 몇몇 VC들과 투자 유치 미팅을 했다.
VC에서 여러분들이 들어와서 좋은 분위기에 IR이 진행되었는데, 느낌이 참 묘했다.
모두 잘해주셨는데도...
그 반대편에 앉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참 느낌이 달랐다.

뭐가 그렇게 안절부절 못하게 하는지,
편하게 앉는게 뭐가 그렇게 힘든지.

조신하게 말하게 되고,
조신하게 앉게 되고,
상대방의 눈치를 끊임없이 보게 되고.
참 간사한 삶이란걸 느끼게 된다.

반대편에 앉아있을때는 남을 배려한다는 거만함이 있었음을 깨달았고,
또 이쪽에 앉을때는 잘 보이고 싶다는 비굴함이 있음을 깨달았다.

결국 어떤 상황에서도 객관적이고 중립적이라는 건 애초에 불가능함을 느꼈다.

오히려 나도모르게 나오는 나의 본성이 올곧은 본성이 되기를 노력해야 함을 느낀다.
상황에 따라 나오는 내 모습은 어쩔수 없더라도,
순간 순간 들어나는 나의 모습을 올바르게 만들어야 함을 알게 해주었다.

1년 같던 1주일을 마무리하면서 참 많은 일이 있었고,
새로운 많은 분들을 만났고,
새로운 감정을 참 많이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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