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이겨본 적 없는 빈번한 만남 끝에 모래성처럼 허물어졌고 이기고 싶었던 적조차 없어 예전부터 등졌던 친구였다 그라피티가 날카롭게 긁힌 거리에 혼자 버려진 듯 고독이 아스팔트를 빗물처럼 적실 때 알코올 향처럼 매캐한 실연의 추억이 들불처럼 일어났다 그 시절의 사랑이 그리웠던 건 아니지만 잔 속엔 남겨진 쓸쓸함은 더해갔다
가난한데 연애해도 되나 슬퍼서 비운 술은 괜스레 읊조리는 옛 노래 마시고 돌아보면 생경한 느낌만 맴돌고 취한 넌 관대하지만 세상은 언제나 차갑고 모든 걸 놓아버린 망각의 시간들 속에서 떠나고 돌아와도 늘 그 곳에 머무는데 시간은 영원히 바람으로 머물 것만 같다 한 치도 용납 없는 숙취의 추억 남겨진 슬픔 위해 술잔 비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