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눈앞이 흐려지기 시작해
돈 들여 안경 바꿨는데 소용없다
일회용 렌즈부터 하드 렌즈까지
각막이 시리도록 변화 꾀했지만 헛수고
오랜 눈 혹사로 라식이 안 된다 해서
라섹까지 했지만 눈앞은 뿌연 안개
실명이 될까 찾은 병원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흰 가운뿐
종교도 찾아보고 경치 좋은 곳도 다녔고
눈알 벌게지도록 약수로 씻었다
사물을 제대로 분간하지 못하며 지낸 날들
그 모든 것의 원인을 찾고 허탈했던 건
마치 종기처럼 작고 가는 눈썹 한 올이
눈 감으면 올라붙고 뜨면 내려왔던 것
낡은 들보 뽑듯 족집게로 꺼냈더니
기다렸듯 다래끼 한 움큼 자리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