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내겐 들보 같은

in kr •  6 years ago 

오래 전 눈앞이 흐려지기 시작해

돈 들여 안경 바꿨는데 소용없다

일회용 렌즈부터 하드 렌즈까지

각막이 시리도록 변화 꾀했지만 헛수고

오랜 눈 혹사로 라식이 안 된다 해서

라섹까지 했지만 눈앞은 뿌연 안개

실명이 될까 찾은 병원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흰 가운뿐

종교도 찾아보고 경치 좋은 곳도 다녔고

눈알 벌게지도록 약수로 씻었다

사물을 제대로 분간하지 못하며 지낸 날들

그 모든 것의 원인을 찾고 허탈했던 건

마치 종기처럼 작고 가는 눈썹 한 올이

눈 감으면 올라붙고 뜨면 내려왔던 것

낡은 들보 뽑듯 족집게로 꺼냈더니

기다렸듯 다래끼 한 움큼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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