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비 내리는 소리에 잠시 숨을 멈추다 누군가 덜컥거리는 소리에 잠 깨도 눈 감고 잠시 선잠에 빠져본다 달그락거리는 소리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 겹쳐 무한 공명이 시작되고 깬다는 것이 반복된 일상에로의 회귀여서 괜한 발버둥을 치며 죽은 척 한다 시작을 위한 늘어진 기지개라도 좋고 돌밭길에 덜컥대는 수레바퀴의 어긋남도 괜찮다 그냥 모든 소음을 잠재울 선잠만이 필요할 뿐
한 번도 새소리에 잠을 깨어본 적이 없는 남자는 따각따각 볼펜으로 탁자를 두드리며 달아난 잠을 붙잡으려 긴 하품을 놀리고 단 한 번도 앞장 서본 적 없었다는 자각에 맥없이 눈을 비빈다 기대하지 않았던 삶 언저리에서 중심을 향한 헛된 자맥질로 살아왔다는 생각에 의자에 걸터앉아 어둠이 말끔히 달아난 창밖을 늙은 개처럼 응시한다
잠깐의 선잠마저도 허락하지 않은 메마른 일상이 그리 싫지만은 않은 것이 오랜 세월 무쇠 같은 밭은 담금질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깊은 숙면과 날카로운 꿈을 바라지 않았기에 상쾌한 아침까지 양보할 수 없었던 지난밤의 다짐은 헛된 기대가 되어 산탄처럼 흩어진다 더운 여름 불쾌한 끈적거림으로 시작되는 새벽은 치명적인 데자뷰 그래도 버팅 기며 잠을 청해본 짧은 시간은 마파람처럼 달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