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THE DAY 13

in kr •  6 years ago 

어린 넬사가 젊은 아빠 윤재룡의 무릎에 안겨 공룡이 그려진 그림책을 보고 있다. 글자보다는 그림이 대부분인 유아용 그림책이었다. 어찌나 손을 많이 탔던지 그림책의 귀퉁이는 헤져서 너덜거릴 지경이었다.

“아빠! 공룡은 왜 다 사라진 거야?”

넬사가 아빠 윤재룡을 올려다보며 앙증맞게 물었다. 보조개가 쏙 들어간 통통한 모습의 넬사는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귀여웠다.

“응. 공룡이 왜 지구에서 갑자기 사라졌는지 정확한 건 아무도 몰라. 너무 오래 전의 일이고, 아직 거기에 대한 연구가 끝나지 않아서 그렇지. 그렇지만 이런 얘기가 있지.”

“어떤 얘기?”

“먼 우주로부터 날라 온 큰 운석이 지구에 부딪쳐 불이 나서 동물이나 식물의 일부가 불에 타 죽고, 그 열로 인해 엄청난 먼지가 땅을 뒤덮었지. 먼지가 땅을 뒤덮으니 태양이 먼지에 가려 지구에 햇빛이 비치지 않게 되고 해가 안 비치니 겨울처럼 추워진 거야. 햇빛이 없으면 풀이 자랄까?”

“아니, 못 자라. 햇빛이 없으면 광합성 작용이 안 되잖아?”

“우리 넬사! 정말 똑똑하구나. 광합성도 알고. 그래서 풀을 못 먹게 된 초식공룡이 먼저 멸종하고, 초식공룡이 사라지니까 초식공룡을 잡아먹고 사는 육식공룡도 먹을 게 없으니까 다 굶어죽은 거야.”

윤재룡은 넬사가 귀여워 죽겠다는 듯이 넬사의 뺨에 얼굴을 마구 비볐다. 까칠까칠한 수염에 볼이 간지러워 피하는 넬사에게 이번에는 턱으로 가볍게 문질렀다. 넬사가 까르르 웃는 모습을 보며, 그는 마냥 행복한 표정이었다.

“응. 그렇구나.”

“그리고 큰 화산이 폭발해서 공룡이 멸종했다는 얘기. 지구의 환경이 변해서 멸종했다는 얘기. 소행성이 폭발해서 그랬다는 얘기 등등 공룡이 멸종한 것에 대한 많은 얘기가 있단다.”

“그럼 그 중에 어느 게 진짜야?”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그걸 연구 중이란다. 우리 넬사가 커서 어느 게 진짠 줄 알아보렴. 아빠도 그게 알고 싶거든.”

“응. 알았어. 넬사가 나중에 커서 알아내면 아빠한테 제일 먼저 가르쳐줄게.”

그렇게 말하며 넬사가 아빠의 볼에 입을 맞췄다.

윤재룡은 그런 딸이 너무 기특하고 귀여워 엉덩이를 토닥이며 꼭 끌어안았다.

넬사는 아버지의 회상에서 깨어나,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두 손으로 쓸어 올리며 길게 기지개를 켰다. 그녀는 잠깐의 휴식이 오히려 사람을 더 지치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으며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넬사는 이대로 의자에 푹 파묻혀 그냥 잠들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손으로 구겨진 치마의 주름을 곧게 폈다.

“설란! 그만 일어나자.”

넬사가 그렇게 말하며 일어서자, 설란도 빈 종이컵을 구겨 휴지통에 던져 넣으며 마지못해 넬사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설란도 넬사와 마찬가지로 엄청난 피로를 느끼고 있었다. 오랜만에 느긋하게 늘어졌다가 다시 고단한 일상으로 돌아가려니 쉽게 몸이 움직여주지 않았다.

“정말 일하기 싫다. 넬사! 너도 그렇지?”

“그걸 말이라고 해? 오늘처럼 몸이 무거운 적은 처음이야.”

“에고! 그래도 어쩌겠냐? 빨리 안 가면 우릴 찾아서 난리가 날 텐데. 가자! 가서 또 죽어보자.”

두 사람이 그렇게 미적거리며 겨우 몸을 일으키는데, 모퉁이를 돌아서 인턴 한 명이 그녀들에게로 허겁지겁 달려왔다. 넬사 밑에서 보조로 일하던 녀석이었다. 넬사와 설란을 발견한 인턴 녀석은 그제야 얼굴 가득 기쁜 표정을 지으며 그녀들 앞에 숨을 헐떡이며 멈춰 섰다.

“넬사 선생님! 티베트에서 전화랍니다.”

“티베트?”

“네, 티베트에서 국제전화가 걸려 왔어요. 빨리 가보세요.”

“티베트라? 티베트에는 아는 사람이 없는데...”

그렇게 인턴 녀석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넬사가 문득 뭔가 떠오른 듯 한 표정을 짓더니 인턴을 밀치고 허겁지겁 프런트로 뛰어갔다. 어찌나 빨리 뛰던지 신고 있던 신발이 벗겨질 듯 헐렁거렸다.

“티베트이라고? 인도에서 언제 티베트로 가셨지?.”

설란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넬사가 사라진 모퉁이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녀도 넬사에게 걸려온 국제전화가 어떤 내용인지 몹시 궁금했던 것이다. 설란은 총총걸음으로 넬사 뒤를 따라 빠르게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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