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THE DAY 14

in kr •  6 years ago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출입문 앞에서 넬사와 설란이 초조하게 서성거리고 있었다. 그야말로 출입문 앞은 마중 나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는데, 몇몇 사람들은 종이에 입국자의 이름을 영어로 써서 높이 쳐들고 있기도 했다.

“인도에 계신다는 너의 아버지가 갑자기 티베트에서 전화를 걸어서 귀국하신다는 전화를 했다? 인도에서 언제 티베트로 가셨다니?”

설란이 껌을 빠르게 씹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게 말이야. 정말 종잡을 수 없는 분이 아빠야. 언제 티베트에 가신 건지... 그건 그렇고 얼핏 계산해 보니 거의 십 년 만에 아빠를 만나는 셈이네.”

“그런데 네 아빠가 넬사 네가 여기 한국에 있다는 건 어떻게 아셨대?”

“그러게? 그건 나도 미스터리야. 어젯밤에 엄마한테 전화해서 물어보았더니, 엄마도 최근 들어 아빠 전화를 받은 적이 전혀 없대.”

“혹시 너희 아버지 무슨 주술사 아냐? 인도와 티베트에서 마법을 배워 이상한 신통력이 생긴 건지도 모르잖아?”

“설란, 요즘 판타지 소설 자주 읽더니 좀 이상해졌어?”

넬사는 입가에 미소를 띠우며 설란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찔렀다.

“이상한 건 내가 아니라, 지금 여기 분위기야. 지난주에 친한 친구가 유학 간다고 해서 배웅 나왔을 때는 안 그랬는데... 오늘따라 어쩐지 경비가 삼엄해진 거 같다.”

설란이 주위를 흘낏거리며 갑자기 목소리를 낮췄다.

넬사도 덩달아 주위를 둘러보았다. 넬사의 눈엔 그저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로 분주할 뿐이었다. 넬사는 어깨를 으쓱 추켜올렸다.

“난 모르겠는데...”

넬사가 설란의 행동이 이상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둔하긴. 정말 둔해. 넬사, 둔한 건 정말 알아줘야 해!”

“내가 둔하다고? 정말 그렇게 둔해?”

“당연히 둔하지. 너처럼 둔한 애는 아마 지구상에 없을 걸?”

“설란, 도대체 무슨 소리야?”

“마취과 장 선배가 그렇게 눈치를 줘도 모르니까.”

“눈치? 눈치가 뭐지?”

“그것도 몰라? 그러니까 네가 둔하다는 소리를 듣지. 장 선배가 너 좋아하는 거 몰라? 장 선배 눈치도 못 채고!”

“에이, 그거야 내가 한국말이 서투니까 장 선배가 놀리려고 그러는 거지.”

“넬사! 혹시 바보 아니니?”

“바보라니? 조금 전에는 둔하다고 하더니 이제는 바보라고 하고. 설란! 도대체 오늘 왜 그래?”

“에휴! 내가 말을 말아야지. 그래, 지금까지 한 말 모두 다 취소다. 취소! 내가 너랑 얘기하느니 차라리 벽하고 얘기하는 편이 훨씬 낫겠다. 어쨌든 나, 화장실이나 다녀올게.”

설란이 팔꿈치로 넬사의 옆구리를 툭 치며 그렇게 말했다. 그녀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사뿐사뿐 화장실을 향해 걸어가 버렸다.

넬사는 왠지 설란이 전과 어딘지 모르게 다르다고 느껴졌다. 물론 쾌활한 성격이야 그렇다고 쳐도, 뭔가 모르게 잔뜩 긴장한 눈치였다. 자꾸 주위를 살피고 수시로 시간을 확인하는 것이 꼭 제 아버지를 만나러 온 것 같았다.

‘내 아빠지, 제 아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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