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왜 이렇게 공항이 붐벼? 정치인이나 연예인이라도 입국하나 봐?”
“그러게. 유명한 사람이 들어오는지 경비가 장난 아니게 살벌하네.”
두 사람의 아주머니가 대화를 주고받으며 매서운 눈빛으로 사람들을 노려보고 있는 경비원들을 흘낏거리며 지나갔다.
인천국제공항 입구에는 무전기를 든 검정 양복 차림의 경비원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건장한 사내들이 날카로운 눈빛을 번뜩이며 지나가는 사람들 한 명 한 명을 유심히 살피고 훑어보고 있었다.
그때 검은색 그랜저 한 대가 정문 앞에 빠르게 와 닿았다. 차에서 내리는 사람은 국정원의 정보실장 강호인과 그의 수행비서 김성호였다. 두 사람은 차가 멈추기 바쁘게 차에서 내렸는데, 두 사람 다 회색 양복 차림이었다.
“지금까지 상황을 보고 해 봐.”
정보실장 강호인이 누가 쫓아오기라도 하듯 입구에서 경비를 서고 있는 정보요원 한 명을 붙잡고 빠르게 명령했다.
“윤재룡 박사가 탄 비행기는 삼십 분 후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현재 출구에 다섯 명 대기 중이고, 윤재룡 박사의 딸 넬사를 다섯 명의 요원이 멀리서 감시하고 있습니다.”
정보요원이 귀에 꽂은 이어폰을 손가락으로 밀어 넣으며 그렇게 보고했다. 정보요원으로서는 처음 맡은 중대한 임무라 여간 긴장이 되는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귀에 맞지 않은 이어폰이 자꾸 귀에서 빠져나오려고 해서 무척 애를 먹고 있었던 것이다.
“도착 즉시 윤재룡을 연행해서 이태원에 있는 안전가옥으로 데려오도록. 실수 없도록 해.”
강호인 실장은 보고를 하는 정보요원의 태도가 영 눈에 거슬렸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그렇게 말하며 그냥 넘어갈 생각이었다. 어디서 이런 어수룩한 놈을 데려다 놓은 것인지 속에서 화가 부글부글 치밀었지만 꾹 참았다.
“네, 알겠습니다.”
눈치 없는 정보요원은 그런 강호인 실장의 표정을 눈치 채지 못하고 다시 손을 귀로 가져가 이어폰을 매만졌다. 강호인은 눈살을 찌푸리며 공항청사로 발길을 돌리는 것을 비서는 알아채지 못했다.
“저 멍청한 놈! 저 놈 새끼! 지금 당장 잘라버려. 그리고 왜 모두들 검정색 정장 차림이야? 나, 여기 있소 하고 대놓고 떠벌리면 어쩌자는 거야?”
한참을 말없이 걷던 강호인은 뒤따르던 그의 비서 김성호에게 싸늘하게 한 마디 내뱉었다. 참고 참았지만 깐깐한 그의 성격이 결국 폭발하고 만 것이었다.
“네, 바로 시정하도록 하겠습니다.”
김성호는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 그는 공손하게 대답하며 힘차게 무전기를 뽑아들며 이를 갈았다. 앙다문 그의 입술이 바르르 떨렸다.
“현장 책임자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