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 무더운 병실에선 마치 애벌레가 고치를 뒤집어쓰고 남루한 껍질을 벗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쓰듯 병자들이 병상에 줄지어 누운 채 느림보처럼 꼬물거리고 있다 누에가 사각사각 뽕잎을 갉아먹는 시간 그와 그녀들은 남겨진 숨들을 살금살금 잡아먹었다
한 계절을 온전히 향유할 소망은 간절함으로 충만하지만 기약할 수 없는 내일에의 헛된 희망만 공간을 가득 채울 뿐 스러지는 눈빛마저도 안타까운 그대들은 시한부인생 내일보다는 금세 다가올 몇 초의 순간에 잠시 절망을 묻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