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때 시작도 못 해본 취재기획안

in kr •  6 years ago  (edited)

벌써 2019년이 가까워 옵니다. 제 에버노트 메모장을 살펴보다가, 지난 대선 때 시작도 못 해본 기획안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일명 '타임캡슐 2020' 프로젝트인데요. 지금 다시 보니, 이 기획을 제대로 추진해봤음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다음 대선 때라도 누군가 이런 기획을 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그때의 기획안을 그대로 공유해 봅니다. 아, 이 기획안은 제가 혼자 쓴 건 아니고, 저의 친한 친구와 함께 썼습니다.

한겨레 대선기획 '타임캡슐 2020' 프로젝트

이 프로젝트는 크게 세 갈래임. 1) 임기 중반까지 차기 대통령이 지켜야 할 목표치를 제시하고, 약속을 받아내는 '타임캡슐', 2) 대선 후보의 공약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공약반박', 3) 우리 후보의 유산, 지더라도 이것만은 남기자는 '위대한 유산' 프로젝트임.

취지 : 5년에 한번 열리는 대통령 선거는 소소한 민생부터 거시적인 외교안보까지 한국사회 모든 분야에 대한 미래 정책과 비전이 후보들을 통해 제시되고 경쟁하는 가장 크고도 일시적인 공론장임. 이때 논의됐던 정책들은 선거가 끝나면 쉽게 잊혀지고, 심지어 승리한 후보의 공약조차 몇몇개를 제외하곤 기억에서 사라짐. 특히 2017년 5월9일 조기대선은 역대 어느 선거 가운데 우리 사회가 해결할 과제가 무엇인지, 해결책 가운데에선 어느 후보의 어떤 공약이 괜찮은지 등이 조명을 받지 못하는 선거가 되고 있음. 따라서 공약이 의미있는 선거가 되기 위해 언론도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음.

1 타임캡슐 2020 프로젝트

  • 차기 대통령이 5월9일 당선되면, 임기 반환점이 2019년 11월임. 2020년이라는 상징적인 해의 목전에 임기 반환점을 돌게 됨. 과연 그 시점에 차기 대통령은 어떤 평가를 받고 있을지, 또한 자신이 공약한 것들을 얼마나 지켰을지,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일지가 의문임. 이번 대선은 더더욱 정책과 공약이 의미가 없어지면서 우리 사회의 미래상을 그려보기가 어려움.
  • 공약이 의미있는 선거를 만들기 위해서는 언론의 역할이 매우 중요함. 지금껏 언론은 선거 때에 후보자의 발표, 일정 등을 보도하는 '수동적'인 모습을 보여왔으나, 이젠 언론이 후보자에게 '말하게 하고, 약속하게 하는' 능동적인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음.
  • 따라서 2020년 우리 사회상이 어때야 할지를 한겨레가 주요 분야의 전문가들과 숙의를 모아 제시할 필요가 있음. 이를 테면 비정규직의 숫자는 몇명이 될지, 비정규직의 평균임금은 얼마일지. 가계와 기업의 소득 증가율 격차라든지, 노인빈곤율, 육아휴직 이용률 등등. 우리 사회 각종 통계들을 톺아보며 우리 사회가 어느 수준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제시. 또한 중요한 분야임에도 통계가 미비한 분야도 함께 지적할 수 있음.
  • 이런 미래 사회상을 달성하기 위해 어떤 정책적 수단을 써야하는지, 예산은 얼마나 써야하는지를 각 후보별로 비교. 특히 어느 정책에 얼마 쓰겠다는 수준보다 구체적으로 2019년말까지 정책과 예산 캘린더를 제시하고, 달성하려는 목적의 목표치를 각 후보들에게 받아내는 것이 핵심. 이렇게 하면 각 후보들에게 보다 구체적인 약속들을 받아낼 수 있음.
  • 이 기획은 2019년말은 물론 매년말 결산 혹은 중간결산 기사를 쓸 수 있음. 프로젝트명이 '2020 타임캡슐'이었으므로 후보들이 약속한 미래상을 타임캡슐에 담아 땅에 묻고 2020년에 꺼내본다는 컨셉임. 미래세대인 초등학생 혹은 중학생들과 함께 교정에 타임캡슐을 묻고서 같이 꺼내 보는 퍼포먼스도 시도해볼 수 있음.
  • 각 분야별 전문가, 타 부서와의 협업이 절실함. 같이 해도 좋으나, 커뮤니케이션만 잘 되도록 조정해주면 됨. 예를 들면 전문가 소개나 섭외, 의견을 요청했을 때의 답변 등을 각 분야의 출입기자들이 도와줘야 함.

2 공약반박

  • 공약은 그 내용 그대로를 보도하기 보단, 비판적인 검토가 중요함. 그래서 아예 컨셉을 '공약반박'으로 잡고 전문가들의 의견과 통계 등 여러 근거를 모아서 공약을 반박하는 컨셉의 기사를 작정하고 써보는 것도 새로운 유형의 콘텐츠를 만드는 방법이 될 수 있음.
  • 이를테면 안희정의 10년 근속 1년 안식년 공약의 경우 한국 사회의 통계를 살펴보면, 정말 소수만 혜택을 볼 수 있는 공약임.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분석 결과, 근속연수 10년 이상의 장기근속자 비율은 전체 노동자 가운데 17%에 불과하고 이는 OECD 중에서 최저치임.
  • 홍준표의 식수댐 건설 공약도 비판 지점이 많음. 그냥 보도할 것이 아니라 비판적으로 검토가 필요함.

3 위대한 유산(사표방지 프로젝트)

  • 승리한 후보의 공약도 지켜지지 않지만, 패배한 후보의 공약은 완전히 잊혀짐. 하지만 이 공약들도 많은 사람들이 지지하고 희망을 가졌던 우리 사회의 '위대한 유산'임.
  • 각 후보별로 당선 가능성과는 별개로 꼭 채택이 되었으면 하는 공약들을 꼽아보고, 그 공약들을 집중 점검하는 방식. 비판하는 쪽의 의견과 지지하는 사람들의 희망을 같이 담아볼 수 있음.
  • 이 기사들이 모이면 지지자들의 참여를 유도해 '우리 후보, 이 공약만큼은 꼭'이란 책자를 만들어 다른 기념품을 제작할 수 있음. 크라우드 펀딩 형식으로 참여를 유도하고, 후보별로 책자+알파(티셔츠, 텀블러 등의 기념품)을 소장할 수 있게 함.
  • 민주당 탈락 후보들도 해야할지는 좀 더 고려해볼 요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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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거 같아요~
사실 당선되면 지키지 않는 공약이 많은데 이 기획안이 활성화 되면 조금 더 책임감 있게? 공약을 내세우려나요?

그렇게 할 생각으로 만들었던 기획안이었어요. 공감해주셔서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