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밋에 블록체인에 대한 글 이외에도 다양한 주제를 다뤄보려 합니다. 이 플랫폼의 성격이 어떤진 아직 잘 모르겠으나, 페북에 쓸법한 글도 스팀에 써보려구요. 그런 면에서 조금 전에 본 뉴스에 대한 단상, 언론계의 구조적인 문화와 관행에 대해서 써봤습니다.
'단독' 표식을 남발하는 게 문제라서 jtbc가 이 표식 자체를 달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관련기사-JTBC, '단독' 달지 않는다 http://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43671)
사실 이런 사고방식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단독을 남발하는 게 문제면, 남발을 안 하면 되지 않을까요. 오히려 신중하게 '단독'을 달고, 그런 방침을 밝히면 언론계 자정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습니다. 2000년대 초까지 우리 정치가 금품정치로 점철된 원흉으로 각 지역에 있는 정당조직인 '지구당'이 꼽힌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당시 한나라당의 오세훈 전 의원이 일명 '오세훈법'을 만들어 지구당을 없애버렸죠. 지구당에서 금품정치가 이뤄지니, 지구당을 없애자는 해결책이 나온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해결책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합니다. 지구당이 없어지니 풀뿌리 정치조직이 없어졌고, 우리의 정당구조는 늘 하향식 의사결정과 밀실공천 등으로 몸살을 앓았죠. 어떤 제도가 부작용을 낳는다고 없애버리면, 그 제도가 담당하던 역할은 어떻게 되는걸까요. 당시엔 이런 고민이 없었고, 문제의 본질을 보지 않는 편의주의적 해결책이 나왔습니다.(물론 2000년 이후 온라인 시대가 열리면서 지역에서 의견을 수렴하는 지구당 같은 조직이 과거와 같은 수준의 역할을 담당할지 의문이지만.. 여튼 당시엔 온라인 시대를 염두에 두고 지구당을 없앤 것은 아니었습니다.)
단독을 남발하는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단독 취재가 아니거나, 단독 취재를 했어도 특별히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지 않은 경우에도 단독을 남발하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방금 네이버에서 '단독'이란 키워드를 입력해봤습니다. 여기 노출된 기사가 문제가 있단 의미는 아니지만, 얼마나 '단독' 딱지가 범람하는지는 알 수 있을 겁니다. 포털에서 어떻게든 더 튀어보려는 의도로 '단독'을 다는 경우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언론계에는 또 다른 중요한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언론노동의 핵심인 '취재'를 무가치한 것으로 만드는 '복붙'(복사해서 붙여넣기)의 관행이죠. 기관이나 기업에서 발표한 내용을 기사화하는 경우엔 어느 언론사나 기사의 내용이 대동소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구조적인 문제에 천착하며 그와 관련된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는 '취재'의 결과물, 정말 공들여서 밝혀내거나 정리한 내용들도 너무나 쉽게 복붙되어 다른 매체에서 유통됩니다.
지난 십수년간 세상을 바꾼 훌륭한 기사들이 많았지만, 그 기사에 담긴 문제의식과 밝혀진 사실관계 등이 어느 언론사의 누구에게서 비롯됐는지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정말 극소수만이 그걸 기억하고 있죠.
그렇다면 질문을 하나 던져보고 싶습니다. 지금 같은 문화에서 세상을 바꾸는 기사들이 지속가능하게 나올 수 있을까요. 간간히 나오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수준으로 말입니다. 사막에서도 가끔 아름다운 꽃이 피지만, 물 맑고 공기 좋은 숲에선 꽃을 헤아리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죠. 다시 말해 간혹 뛰어난 보도가 우연히 나올 것을 기대할 게 아니라, 뛰어난 보도가 지속가능한 토양을 만들자는 취지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jtbc처럼 영향력 있는 언론이 '단독' 표식을 없앨 것이 아니라, 신중하게 달았으면 좋겠습니다.
Hey @hyeongjoongyoon, great post! I enjoyed your content. Keep up the good work! It's always nice to see good content here on Steemi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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