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思者] 바보야, 문제는 금수저야

in kr •  7 years ago  (edited)



“台湾不是国家” (대만은 국가가 아닙니다)

“한국, 일본과 대만 등 국가······.”라는 한 발언자의 말에 중국인이 지적한다. 중국은 대만을 한국과 일본 같은 국가가 아니라 중국의 한 성(省)한국의 행정구역 도으로 보기 때문이다. ‘하나의 중국’은 중국의 핵심이익으로 절대 양보하지 않는다. 따라서 중국은 앞의 문장을 ‘한국, 일본과 대만 등 국가와 지역(地区)’으로 표현한다. 1971년 중국이 유엔에 가입 하면서 대만은 유엔에서 쫓겨났고, 올림픽에서도 올림픽기를 들고 공식국호인 중화민국이 아닌 중국대만(Chinese Taipei)으로 참가한다. 그렇다면 북한은 어떤가. 북한은 대만과 달리 유엔의 회원으로 한국과 동등한 국가이다. 3대 세습 형태가 현대국가인가라는 문제는 논외로 하고.



남남북녀

"일 없습니다"(괜찮습니다).

한국 취재진의 질문에 대해 한 북한예술단원의 대답이다. 이제 어떤 표현에서는 번역기가 필요하다. 정치체제뿐 아니라 많은 부분에서 남북은 민족공동체를 넘어 서로 다른 국가로 진화하고 있다.

“안녕하세요. 혼자 왔어요? 같이 밥 먹을래요.”

여자는 흠칫 놀라더니 주위를 살핀다. 혼자 왔냐며 나에게 물어 그렇다고 했다. 우리는 구석에 자리를 잡고 같이 밥을 먹었다. 그녀는 얼마 전 국제문화제에서 같이 사진을 찍은 북한 학생이다.

Beijing, China

각국의 유학생이 부스를 차리고 자국 문화를 소개했다. 나라마다 부스의 크기와 내용도 달랐다. 한국은 부스도 크고, 협찬기업이 막걸리를 선물하는 등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반면에 북한은 김일성과 김정일 사진을 중앙에 걸어놓고 두 사람의 사진으로 작은 부스를 도배했다. 흥행은 괜찮았다. 은둔의 나라가 궁금해서인지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한복을 입은 그녀와 양복을 입은 한 남학생과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둘 다 김일성·김정일 배지를 달았다.

Beijing, China

어제(9일) 한국에 온 김여정처럼 백두혈통은 아니지만 그녀는 금수저다. 나중에 다른 북한 사람과 함께 있는 그녀와 가끔 부딪쳤지만 모른 척 했다. 물론 그녀도 고개를 돌렸다. 외국에 나와 있는 북한 사람은 서로를 감시하기 때문이다.



바보야, 문제는 금수저야

클린턴은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라는 구호로 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성공했다. 많은 경우 문제를 단순화하면 핵심이 드러나고 상대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클린턴과 달리 말하는 자의 ‘생각의 빈곤’과 ‘실천의 부재’는 있었지만 “통일은 대박이다” 역시 핵심을 담고 있다. 분명 통일은 한민족에게 새로운 기회다.

촛불시위 이후 한국사회에서 직접민주주의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정치인들은 ‘국민의 뜻’과 ‘집단지성의 힘’을 입버릇처럼 말한다. 한국역사에서 일어났던 여러 운동의 가치와 의의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다. 정치인은 편리한대로 국민의 뜻과 힘을 사용한다. 역사상 많은 민중혁명이 있었지만 배후의 신구(新舊) 지배계급을 보면 알 수 있다.

금수저는 지배계급이다. 수저를 물고 태어났다는 표현에서 보듯이 상속의 의미가 있다. 자신의 의지가 아닌 주어진 수저다. 비유하자면 금은 경제나 정치 등 권력자산이다. 죄악이나 비난의 대상이 아니다. 인간의 욕망이 추구하는 대상 중 하나일 뿐이다. 따라서 금수저도 비난 받을 이유가 없다. 보는 사람에 따라 시기의 대상이 될 뿐. 공동체가 합의한 법을 무시하며 금을 확대하고 비합적으로 혈연공동체에 승계하는 ‘불순한 금수저’가 문제다.

불순한 금수저는 체제를 먹고 산다. 남북의 금수저가 적극적 통일을 원하지 않는 이유다. 사전적 의미의 체제에 정말 들어맞는지도 의심이지만 사회주의나 자본주의에 목을 맨다. 사실 남북의 금수저는 각각 거대자본시스템·반공이데올로기와 김씨 일가의 세습체제를 붙잡고 있다. 더 나은 체제나 이론에 대한 고민과 시도가 가능해야한다.

만약 준비되지 않은 벼락같은 통일이 온다면? 역사는 알려준다. 일제식민지시대 금수저가 어떻게 변화에 적응하고 진화했는지. 따라서 먼저 우리안의 적, 불순한 금수저 대신 ‘선(善)한 금수저’가 필요하다. 이것이 통일 뿐 아니라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드는 하나의 길이다. 좋은 대한민국은 역시 좋은 통일 국가의 지름길이지 않을까.




Written and photographed by @iamruda
Ⓒ 2018 iamruda





@iamruda[北京에서 思는 者]

  1. 靜觀其變
  2. 중국에 없고 한국에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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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여러분들의 꾸준한 포스팅을 응원합니다.

@tumble님, 고맙습니다~

  ·  7 years ago (edited)

와, 중국에 대해 늘 고민하는 저에게도 좋은 시리즈 글이네요. 북한에 대한 내용은 일부 저와 생각이 다른 부분은 있지만... 팔로우하고 갑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부탁드립니다!

  ·  7 years ago (edited)

@cyanosis님, 고맙습니다!
관심 분야, 맡으신 사건, 마광수 교수님 이야기와 법률 정보 흥미롭네요.
팔로우합니다.

중국에 대해 어떤 고민을 하시고, 북한에 대해 어떤 점이 저하고 생각이 다르신지요.
혹시 시간이 되시면 답해 주실래요.
공부가 될 것 같습니다.

  ·  7 years ago (edited)

중국에 대해서는 사업적으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당장은 오늘 아침 중국어 수업에 가느냐 아니면 더 자느냐부터, 멀리는 결국 중국에서 사업의 기회를 만들어볼까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근래 중국 업체를 대리하여 인천의 제조업체들을 상대로 소송을 한 경우들이 몇 있었는데, 한국의 제조업 중소기업들에게는 거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 모습, 가격 뿐 아니라 품질에서도 중국에 거의 따라잡힌 모습 등이 보여서 또다른 고민거리입니다.

북한 글에 대해서는 '생각이 다르다'는 말은 제가 했지만 좀 적절치 않고, 주목하는 지점이 좀 다르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남북의 지배계급(금수저)들이 서로의 존재를 이용하여 자신들의 지배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에 동의합니다. 70년대 김일성의 주체사상과 박정희의 유신체제가 모두 '통일'을 기치로 하고 있었음은 그 전적인 증거가 되겠지요.

그런데 벼락같이 통일이 온다면, 그때 과연 북한의 지배계급(금수저)들이 어떤 권력이나 힘을 가질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경제적, 정치적 역량이 너무나 떨어지는데다, 어차피 벼락같은 통일 체제가 주체사상을 인정해주기는 쉽지 않을테니, 극소수만을 제외하면 외려 청산의 대상이 되겠지요. 그리고 통일 이후 많은 문제는, 각국의 금수저들이 계속 권력을 잡는다는 점보다, 오히려 급격한 변화로 금수저들이 자신의 영향력을 상실하여 일어날 수 있는 혼란이 될 지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 점에서 당연히 '더 나은 대한민국이, 더 나은 통일'이라는 전제에 100% 동의하면서, 한편으로 통일의 방식에 대해서는 북한의 기득권을 일정 기간, 일정 정도 보장해주는 것이 어떤가하는 딱히 정리되지 않은 생각이 글을 읽으면서 스쳐지나갔습니다.. 이 점에서 '생각이 다른 부분'이라 말씀드렸던 것이고, 딱히 반론은 아니었습니다.ㅎㅎ

@cyanosis님, 긴 댓글 고맙습니다. 수업은 가셨죠? :)

  1. 중국에서 사업. 말씀대로 여러 산업 분야에서 한국기업의 비교우위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현재 중국에서 개인이 어떤 사업을 한다는 것은 2000년 전보다 상대적으로 힘듭니다. 따라서 요즘 아시겠지만, 개인이나 기업이 아세안 특히 베트남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전 변호사님이 韩中 문화산업 기업의 판권이나 계약 등의 일을 생각하시는 줄 알았습니다. 법을 전공하거나 변호사인 중국 친구들에게 문화산업 쪽을 많이 추천하거든요. 중국이 16차 당대회(2002) 이후 문화산업을 국가발전의 핵심전략 중 하나로 추진하고 있죠. 따라서 기회가 많습니다.

  2. 갑작스러운 통일 후 남북 금수저(기득권층). 변호사님 말씀에 동의합니다. 말씀대로 갑작스러운 변화에 기득권층의 균열이 생길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그중에서 변화에 적응하는 자도 있겠죠.

"통일의 방식에 대해서는 북한의 기득권을 일정 기간, 일정 정도 보장해주는 것이 어떤가"

변호사님의 통일을 위한 기술적 부분에 동의합니다. 누구나 자기 이익을 우선하죠. 기득권층의 정치·경제적 자산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그들을 포섭해야겠죠.

반론이든 이견이든 환영합니다. 더 나은 답을 찾기 위한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 자주 뵙겠습니다~

@홍보해
글 잘 읽었습니다^^

@floridasnail님이 홍보해주시면 글을 읽는 사람이 부쩍 느네요.
따뜻한 플로리다의 기운, 고맙습니다~ :)

@iamruda님 안녕하세요. 하니 입니다. @floridasnail님이 이 글을 너무 좋아하셔서, 저에게 홍보를 부탁 하셨습니다. 이 글은 @krguidedog에 의하여 리스팀 되었으며, 가이드독 서포터들로부터 보팅을 받으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  7 years ago (edited)

고마워요 하니님! :)
팔로우합니다~

요가 좋죠? 배우고 싶은 운동 중 하나입니다.
전 필라테스를 합니다.

반갑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gaeteul님, 고맙습니다!
명상에 관심이 많은데 팔로우하고 올리시는 글 잘 읽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자주 뵙겠습니다^^

양질의 포스팅이 여기에 숨어있었군요..!
오늘도 큐레이팅 슥-
스사모 화이팅입니다 :D

고맙습니다, @seaturtle님!
스사모 가즈아!!! :)

플로리다 달팽이님 글 보고 찾아왔어요.
예전에 북한 사람이 한국사람 만나면 모른척 한다는 소리는 들어봤는데 진짠가 보네요. 선한 금수저는 그럼 어떤 사람들일까요 ?!

  ·  7 years ago (edited)

@floridasnail님 덕분에 오늘 새로운 분을 많이 알게 되네요.
@lanaboe님, 반갑습니다. 그림이 너무 좋네요.
우선 답변 드린 후 팔로우하고 다시 천천히 볼게요~ :)

  1. 금수저는 부모로부터 '금'을 물려받은 사람입니다. 따라서 부모세대가 어떻게 금을 형성했는가는 수저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연좌제처럼 부모의 잘못을 자식까지 물을 수는 없죠. 따라서 그 점은 논의에서 제외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善한 금수저'는 아래 두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2. 먼저 사회공동체가 합의한 법이나 규범을 해치지 않고 정치·경제·명성 등의 자산을 확대해야 합니다. 누구나 욕망을 추구합니다. 그러나 금수저는 다른 계층과 다르게 출발점도 다르고, 금을 또 자신의 후손에게 전달해서 견고한 성을 쌓습니다. 계층이동을 어렵게 하는 요소가 될 수 있죠. 따라서 금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법을 지켜야 합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사생활 윤리까지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3. 다음은 있는 자로서 영향력입니다. 기득권을 내려놓으라고 누구도 그들에게 초법적으로 요구할 수 없습니다. 다만 금수저는 많은 부분에서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자산이 있습니다. 이것을 공동체의 공익을 위해서 사용하는 것이 善입니다. 스팀잇에서 고래와 플랑크톤이 업보트나 홍보하는 효과의 차이는 큽니다. 우리 사회 각 영역에서 이러한 영향력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공동체를 위한 긍정적인 영향력이 바로 善입니다.

@lanaboe님 그림 보러 갑니다~ :)

더 나은 대한민국이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잘 읽었습니다..^^

"나눠주기(특히 먹을 것)를 좋아하고,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을 좋아하고, 기왕이면 바람직한 방향에서 남의 일에 참견하기를 좋아하고, 또 기왕이면 세상을 지금보다는 살기 좋게 만들려는 일에 참여하기를 좋아하고.... 그리고 진리라고 믿어왔던 것에 대해 의심하는 것을 좋아하는 보통의 사람이지요."

@carrot96님, 이미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서 애쓰고 계십니다. :)
우리는 벌써 그 나라에 한 걸음 더 가까이 왔네요.
고맙습니다, 당신이 있어서······.

좋은글이네요.
같은 뿌리 같은 민족도 분단의 길이가 길어질수록 골은 깊어져만가네요

고맙습니다!
@fastthinking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이렇게 좋은 글을 이제서야 보고 갑니다.

탐욕으로 이루어진 한판의 놀이터죠. 삶자체가요.

네~
그러나 꼭 탐욕만은 아니고요.
'희로애락'의 놀이터죠.
여기서 어떻게 놀 것인가는 개인에게 달려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