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린: 조각 비늘

in kr •  7 years ago 

이름조차 부르기 싫었던 그 사람,
말하는 소리조차 듣기 싫었던 그 사람

기억되는 게 싫어, 망각의 울타리 치고 싶던 그 사람
해묵은 메모장에 그 이름 발견하고 깜짝 놀라 박박 지워 버렸던 그 사람

그 사람 때문에 분노하고,
그 사람 때문에 괴로워하고

그 사람 때문에 나의 인생이 불행했노라
생각게 했던 그 사람과의 짧은 세월,

세월들이 작은 비늘이 되어 내 몸에 갑옷이 되어, 이제는 강한 인간이 되고,
인내하는 인간이 되고, 이해할 줄 아는 인간이 되고, 생각할 줄 아는 인간이 되고,

누구를 배려하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니...
그 사람과의 대립이 우정이었나? 사랑이었나?

omeganova,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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