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가란 모든 집착과 얽힘에서 벗어나는 일입니다. 이것은 수행자에게만 해당되는 일이 아닙니다. 진정한 삶을 살아가려는 사람 누구에게나 이 출가 정신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든 적이 있다면 삶을 변화시켜야 하고, 낡은 타성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이혼하고 집을 나오라는 소리가 아닙니다. 그릇된 생활 습관과 잘못된 업에서 벗어나라는 것입니다. 새로운 업을 지으라는 것입니다.
--- p.23
‘바로 지금이지 다시 시절은 없다.’는 말. 한번 지나가 버린 과거를 가지고 되씹거나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에 기대를 두지 말고, 바로 지금 그 자리에서 최대한으로 살라는 이 법문을 대할 때마다 나는 기운이 솟는다. 우리가 사는 것은 바로 지금 여기다. 이 자리에서 순간순간을 자기 자신답게 최선을 기울여 살 수 있다면, 그 어떤 상황 아래서라도 우리는 결코 후회하지 않을 인생을 보내게 될 것이다.
--- p.82
석양 무렵인데 그날은 엷은 망사 같은 이내가 끼어 있었습니다. 차창 밖으로 얼핏 보니 이내 때문에 해가 달처럼 부옇게 떠 있었습니다. 해를 안고 가는 길 덕분에, 산마루가 바뀔 때마다 졌다가는 다시 떠 있는, 달 같은 해와 해 같은 달을 몇 번이고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빛이 볼 때마다 새로운 모습이라 자연의 아름다움 앞에 머리를 숙여 예배드리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무량겁을 두고 끝없이 되풀이하고 있는 생과 사도 이 달 같은 해, 해 같은 달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pp.109-110
홀로 있으면 비로소 내 귀가 열리기 때문에 무엇인가를 듣는다. 새소리를 듣고 바람 소리를 듣고 토끼나 노루가 푸석거리면서 지나가는 소리를 듣는다. 꽃 피는 소리를, 시드는 소리를, 지는 소리를, 그리고 때로는 세월이 고개를 넘으면서 한숨 쉬는 소리를 듣는다. 그러므로 듣는다는 것은 곧 내 내면의 뜰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 p.143
해가 바뀌면 우리는 원하건 원하지 않건 이 육신의 나이를 하나씩 더 보태게 된다. 어린이나 젊은이는 나이가 하나씩 들어가는 것이고, 한창때를 지난 사람들에게는 한 해씩 빠져나가는 일이 된다. 이것은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자연현상이다. 빠져나가는 세월을 아쉬워하고 허무하게 생각할 게 아니라 주어진 삶을 순간순간 어떻게 쓰고 있느냐에 보다 관심을 가져야 한다.
--- p.143
사람의 심성은 마치 샘물과 같아서 퍼낼수록 맑게 고인다. 퍼내지 않으면 흐리고 상한다. 많이 줄수록 많이 받는다. 주는 일 그 자체가 받는 일이므로,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주고 싶어 줄 뿐이다. 사람은 이와 같은 행위를 통해 우리들 안에 잠들어 있는 인간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 p.182
우리들이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게 되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적잖이 마음이 쓰이게 된다. 그러니까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인다는 것이다. 필요에 따라 가졌던 것이 도리어 우리를 부자유하게 얽어맨다고 할 때 주객이 전도되어 우리는 가짐을 당하게 된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은 흔히 자랑거리로 되어 있지만, 그만큼 많이 얽히어 있다는 측면도 동시에 지니고 있는 것이다.
---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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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누가 내 삶을 만들어 줄 것인가.
오로지 내가 내 인생을 한 층 한 층 쌓아 갈 뿐이다.”
스스로 행복하라는 법정 스님의 목소리!
법정 스님은 1976년 처음 발간한 산문집『무소유』를 시작으로『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버리고 떠나기』,『오두막 편지』 등 맑고 깊은 사색이 담겨 있는 주옥같은 수필집을 여러 권 출간했다. 하지만 그는 풀어놓은 ‘말빚’을 다음 생으로 가져가지 않겠다며 더 이상 출판하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다. 법정 스님이 집필한 대부분의 책이 절판되어 법정 스님의 글을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했다. 법정 스님의 열반 10주기를 맞는 2020년에는, 법정 스님이 생전에 깊은 인연을 맺은 샘터가 50주년이 되고 월간 「샘터」 지령 600호가 발간된다. 이에 샘터는 법정 스님의 유지를 받은 ‘(사)맑고 향기롭게’와 협의하여 법정 스님의 글들을 다시 출간한다. 「무소유」, 「텅 빈 충만」, 「산에는 꽃이 피네」, 「소리 없는 소리」 등 법정 스님의 영혼을 울리는 명수필이 다시 세상으로 나오게 된 것이다.
과거에 비해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세상이 되었지만 그만큼 행복해졌다고 자부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법정 스님은 일찍이 “온갖 고통은 결국 집착에서 온다”, “불필요한 것으로부터 얼마만큼 홀가분해져 있느냐에 따라 행복의 문이 열린다”라고 말했다. “텅 비어 있기 때문에 오히려 가득 찼을 때보다도 더 충만하다”고도 했다. 그는 생애 마지막 시기를 강원도 산골의 화전민이 살던 주인 없는 오두막에서 직접 땔감을 구하고 밭을 일구면서 무소유의 삶을 살았다. 불필요한 것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비움으로써 행복하고 충만한 삶을 살았던 것이다.
법정 스님은 또한 자기 삶은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누가 내 삶을 만들어 줄 것인가. 오로지 내가 내 인생을 한 층 한 층 쌓아 갈 뿐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스스로 발견한 길을 가야 한다. 그래서 자기 자신의 꽃을 피워야 한다.” 법정 스님이 남긴 글에서 배울 수 있는 바람직한 삶의 자세는 마음속 집착을 비우고 자연과 가까이하며 다른 이들과 기쁨과 슬픔을 나누는 것이다. 진정한 행복은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일깨워 준다. 이 책의 제목 ‘스스로 행복하라’는 이와 같은 법정 스님의 가르침을 담고 있다.
“우리가 사는 것은 바로 지금 여기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법정 스님의 가르침
32년 전 불일암에서 만난 법정 스님의 첫인상이 인자한 아저씨 같았다고 회고하는 김성구 샘터 발행인은 “자연과 멀어지면 병원과 가까워진다”, “건강하려면 제일 늦게 겨울옷으로 갈아입고, 덥다고 빨리 벗지 마라”, “젊었을 때는 나이가 하나씩 더해 가지만 나이가 들면 하나씩 줄어든다”, “잘 버릴수록 부자가 된다” 등 스님의 말씀이 삶의 지표가 되었다고 한다. 스님이 남기신 말씀과 글이 ‘어떻게 살 것인가’의 방향타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법정 스님처럼 모든 집착을 끊어 내고 산속에 들어가 무소유의 삶을 살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남긴 글들을 읽으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어떻게 살 것인가’,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보게 된다. 조금씩이라도 실제로 비워 나갈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변화들이 모여 행복으로 이끌어 줄 것이다.
안녕하세요 imagediet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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