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어린 나무에게

in kr •  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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뉘라고 그 자리에 그렇게 태어나고 싶었겠냐
그냥저냥 맞춰가며 사는 게지
그래도 지난여름 땡볕 더위에 죽지 않고 버텨줘 고맙다

새를 보면 새가 되고 싶고
다람쥐를 보면 다람쥐가 되고 싶고
뱀을 보면 뱀이 되고 싶고
나도 너 만할 때는 그랬단다

저 위쪽에 당당하게 선 아름드리 소나무가 부럽고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삼나무가 부럽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산수유, 이팝, 층층나무가 징하게 부럽더라

동백이나 사철, 주목처럼 늘 푸른 것도 아니고
밤나무, 감나무, 모과나무처럼 열매를 맺는 것도 아니고
하다못해 진달래, 개나리, 자귀처럼 꽃이라도 피웠으면 하고
신세한탄도 많이 했다만,
세월이 지나니 다 부질없는 짓이더라

사는 게 다 그렇단다
짐승은 짐승으로의 살이가 있고
풀은 풀로서의 살이가 있듯이
우리 나무도 나무들만의 살이가 있단다

나무도 큰나무, 작은나무, 늘 푸른 나무,
겨울이면 옷을 벗는 나무, 산 위에 서있는 나무, 산 아래를 지키는 나무,
나무마다 다 제 할 일이 있어서 거기에 있는 게지

니 모습이 천사이고, 니 서있는 곳이 천당이려니 생각하고
어짜던지 마음 단단히 먹고 꽝꽝하게 살아라
니 본모양이 하도 심란해서
그래도 널 해꼬지 할 놈을 없을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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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좋은 시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