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의 커피 물결을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옅은 풀내음을 내는 고품질의 비취빛 커피 생두가 대형 로스터안에서 간헐적인 파열음을 내며 멋들어진 라이트 브라운 컬러로 점차 변해간다. 잘 볶인 커피 원두는 이내 활기 넘치는 멋진 바리스타의 손에서 섬세하게 그라인딩 되고 심혈을 기울인 추출 뒤, 향미 가득한 커피 한잔으로 탄생한다.
우주를 여행하더라도 커피는 마시고 갑시다!
커피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프라다를 입는 악마에게 스타벅스는 꽤나 취향에 맞았던 걸까?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미란다 프리슬리(메릴 스트립 분)의 까탈스런 스타벅스 주문은 많은 이들에게 카리스마 있는 커리어 우먼의 전형으로 인상깊게 각인되어 있다. 취향에서 호불호는 갈릴지언정 필시 스타벅스의 인어 세이렌(Siren)는 하얀 그란데를 타고 세계 커피 조류를 맹렬히 헤엄쳤던 강렬한 상징이다. 물론 지금도 스타벅스는 여전히 건재하고 더욱더 공격적인 커피 브랜드로 각광받고 있지만, 여전히 까탈스런 “런웨이”의 미란다 프리슬리가 여전히 스타벅스를 선호할지는 확신할 수 없다. 급변하는 패션계 만큼은 아닐지언정 커피에도 엄연히 트렌드가 존재하기 때문.
"뭔 소리야 커피는 스타벅스지!"
카페에서 여전히 카라멜 마끼아또를 찾는 것이 전혀 문제될 일은 아니지만, 조금의 도전의식을 가져본다면 한층 더 황홀한 커피 경험을 만끽할 수 있다. 구름 같은 휘핑크림과 카라멜 시럽 속 가려있던 커피 맛에 눈을 뜨고 좀 더 특별한 카페 문화에 심취해 보는 것, 그것이 바로 커피계의 핫한 트렌드다.
커피, 세 번의 큰 물결(3rd wave)과 스페셜티 커피(Specialty Coffee)
보다 나은 커피 한잔을 위해 따분하지 않을 만큼만 짤막히 커피학 개론을 펼쳐본다. 전 세계를 장악한 커피의 음용 문화에서 커피의 트렌드는 크게 3번의 격변기를 통해 분류된다. 19세기는 인스턴트 커피로 대표되는 첫 번째 물결이 거세었고, 두 번째 커피 부흥을 이끈 주역은 60년대 커피 프랜차이즈의 시초 미국의 피츠커피와 그 역량을 영리하게 답습한 스타벅스였다. 한여름 테이크 아웃 프라푸치노가 누구에게나 자연스러워질 무렵 스타벅스와 더불어 확장된 커피 산업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세 번째 물결(3rd wave)이다.
제 3의 물결은 단순히 커피 소비의 트렌드에 대한 접근과는 차별화된 개념이다. 커피의 소비 방식은 물론 커피의 생산과 가공에서부터 바리스타의 손을 거쳐 마지막 한잔의 커피로 완성되기까지의 전 과정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며, 기존 커피들이 갖추지 못했던 향과 맛 그리고 새로운 커피 경험을 소비자에게 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제3의 물결은 커피에 관한 모든 과정을 특별하게 관리한다. 이른바 핵심키워드는 스페셜티(Specialty)다.
어렵다면 이것만 기억하자. “인스턴트-스타벅스-스페셜티(Specialty)”. 당연히 우리는 스페셜티 커피의 시대에 있다. 제 3물결의 주역은 ”스페셜티 커피(Specialty Coffee)“라 불리는 퀄리티 있는 생두로 일반적인 ”커머셜급 커피“ 생두보다 품질 면에서 우수하다. 커피 콩(Coffe Bean)에도 점수를 매긴다는 말에 귀를 의심하는 사람도 있을테지만, “스페셜티 커피”는 말그대로 까다로운 관련 규정에 따라 서로 다른 등급 점수를 부여받는다. 생산국의 자체 평가 및 각국의 커피 협회 등의 고유한 규정들이 존재하지만 결국 각각의 엄격한 시험을 통과한 엘리트 커피만이 ”스페셜티 커피“라는 자격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멋을 아는 사람들, 개성 가득한 힙스터 커피
스페셜티 커피 문화가 가장 뚜렷이 자리 잡은 곳은 다름 아닌 미국이다. 확고한 아이덴티티를 구축한 힙스터 문화가 커피에도 꽤나 영향을 미친 셈인데, 소위 좀 놀고, 마실 줄 안다하는 피플들은 스타벅스 그란데를 일찌감치 내던졌다. 제 3물결의 본고장인 미서부 지역의 유명 로스터와 카페를 중심으로 스페셜티 커피의 고유한 개성은 트렌드 세터들의 큰 호응을 얻었고, 점차 하나의 커피 문화로 발전되어 미국 전역을 물들였다. 다행스럽게도 한국에서도 예외는 아니니 그리 아쉬워 마시길. 이미 국내외 입소문 가득한 한국의 스페셜티 카페와 로스터들도 트렌디한 커피 힙스터들에게 걸맞는 폼나고 맛나는 커피를 제공한다.
미국 포틀랜드의 대표 커피 기업 스텀타운은 ESTEEM 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에 진출
스페셜티 커피를 즐기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을 잠시 떠나보는 것. 당장 스마트폰으로 “스페셜티 카페+지역명” 같은 키워드를 검색해보자. 이미 주위에 멋진 스페셜티 카페들이 즐비하단 사실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될지도 모른다. 이미 스페셜티를 취급하는 다양한 카페 투어리스트 서적들도 다양하게 출간되어 있다. 맛집, 멋집 탐방을 즐기는 독자라면 주요 스페셜티 카페 목록은 이제 필수 추가 사항.
사진 : 마포구 도화동 프릳츠 커피 컴퍼니
스페셜티 커피, 스페셜하게 즐기기
옅은 풀내음을 내는 고품질의 비취빛 커피 생두가 대형 로스터안에서 간헐적인 파열음을 내며 멋들어진 라이트 브라운 컬러로 점차 변해간다. 잘 볶인 커피 원두는 이내 활기 넘치는 멋진 바리스타의 손에서 섬세하게 그라인딩 되고 심혈을 기울인 추출 뒤, 향미 가득한 커피 한잔으로 탄생한다.
최고의 커피를 위해 커피 산지를 찾는 커피 감별사(Cupper)의 여정, 장인에 가까운 로스터(Roaster)가 커피 생두를 볶아내는 작업, 친절하고 프로페셔널한 바리스타(Barista)가 정성스레 커피 머신을 세팅하고 심혈을 기울이는 과정 등은 한편의 다큐멘터리와 같다. 모든 과정에서의 콜라보레이션인 셈인데, 마지막 주자인 당신 입속에서 멋들어지게 소비되는 순간에 비로소 스페셜티 커피의 여정은 마무리 된다.
쉽게 말하면 품질 좋은 스페셜티 커피는 고급 스테이크와 같다. 웰던으로 먹을지 레어로 먹을지는 취향의 문제겠지만 이왕이면 너무 강하게 볶은 스페셜티 커피는 본연의 플레이버를 가리운다. 고유의 향과 맛을 즐기고 싶다면 너무 강하게 볶은 다크 로스팅보다 미디움, 혹은 라이트 로스팅된 스페셜티 커피를 선택하자. 꽃, 허브, 베리 류의 향과 더불어 커피 본연의 단맛과 잘 어우러진 상큼한 산미는 마치 과즙이 담뿍 담긴 열대과일을 한입 가득 베어문 듯한 새로운 커피 경험을 선사 할 것이다. 물론 신맛을 싫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선택의 폭도 넓다. 가공과정이나 지역색에 따라 충분히 부드럽고 온순한 커피를 마셔볼 수도 있으니 주저 말고 바리스타에게 조언을 구하자.
미국 스페셜티 커피계의 다크호스 블루바틀(blue bottle)
스페셜티 커피 한잔을 앞에 두었다면 천천히 향과 맛을 음미하자. 시럽, 소스류도 잠시 처음은 익숙치 않겠지만, 기존의 커피에서 느끼지 못했던 맛들을 찾아가는 재미는 꽤나 쏠쏠한 편이다. 식어가면서 느껴지는 맛의 변화에 집중해도 좋다. 먼저 한 모금 머금은 후 느껴지는 다채로운 향기와 혀끝에서 느껴지는 맛과 질감을 느껴보자. 마시고 난 뒤 한참동안 입속에 남는 풍미 또한 기억하자, 스페셜티 커피엔 꽤나 즐길 거리가 많다.
스페셜티 커피가 낯선 이들을 위한 짧은 가이드
와인, 위스키 시음회에서나 들어봄직한 ”떼루아(Terroir)“나 ”향미(Flavor)“, ”블렌딩(Blending)“, ”싱글 오리진(Single Origin)“ 등의 용어는 이미 주위 좀 커피 마실 줄 안다 하는 사람들에겐 기본 소양에 가깝다. 그렇다고 뒤쳐졌다 생각말자. 섣불리 아는척 하는 손님보단 프로 바리스타에게 한마디 추천을 건네는 손님이 더 좋은 커피를 마실 확률이 크다. 그래도 커피 용어는 외계어라 생각되는 이들을 위해 짧은 가이드를 준비했다.
이거 스페셜티 커피? : 간단히 이름만으로 스페셜티를 유추하는 안목을 길러보자. 경계가 조금씩 무너지고는 있지만, 커피는 기본적으로 지역성을 중요시한다. 표기에는 대략적인 커피의 성향을 가늠할 수 있는 국가의 명칭을 가장 먼저 기재하고, 이어 지역명칭이나 농장, 혹은 조합의 명칭을 기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e.g) [에티오피아] 시다모 수케쿠토. 물론 농장까지 알 필요는 없다. 먼저 마신 커피가 입에 맞았다면 다음에도 같은 국가 내에서 도전한다면 대략적으로 성공가능성이 크다. 스페셜티 중에서도 C.O.E(Cup Of Excellence)라 불리는 종류는 각국의 커피 품평에서 84점 이상의 고득점 커피에만 붙여지는 영예로은 징표다.
블렌딩, 싱글 오리진 커피 : 커피의 블렌딩과 싱글은 위스키의 블렌딩과 싱글몰트와 유사하다. 다양한 종류의 커피를 섞어 원하는 균형감을 만들어내는 블렌딩 커피는 주로 에스프레소나 카페의 개성을 대표하는 하우스 커피로 사용되는 편이고, 싱글 오리진 커피는 핸드 드립 등의 브루잉(Brewing) 형태의 추출법으로 각 커피가 가진 고유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많이 사용된다. 드물긴 하지만, 점차 싱글 오리진 에스프레소도 늘어나고 있다.
브루잉(Brewing) : 바리스타가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용하지 않고 한잔의 커피를 내리는 방식의 통상 명칭. 일반적으로 핸드 드립 커피라고 알려진 방식 이외에도 다양한 기구로 추출하는 방식들이 늘고 있는데, 카페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커피 추출 도구들은 제각각 다른 개성의 커피를 선사한다. 최신 트렌드의 커피 추출 도구는 에어로 프레스, 클레버, 하리오 V60 등. 다양한 방식으로 즐기는 커피는 또 다른 향과 맛을 선사한다.
볶음도(배전도) : 로스팅 과정을 통해 볶여진 커피의 정도를 말한다. 많이 볶은 커피는 흔히 구수하고, 쓴맛이 강하지만 고유의 커피생두의 개성이 감소되고, 약하게 볶을수록 커피 고유의 향과 맛이 살아나며 신맛이 강조된다. 민낯에 자신있는 커피라면 약한 볶음도에서도 당당하게 자신의 맛과 향을 표출한다.
"우린 이 커피를 샴페인이라 생각하세"
"우린 이 커피를 샴페인이라 생각하세" - 짐 자무쉬 감독의 영화 “커피와 담배(Coffee & Cigarettes, 2003)”에는 이와 같은 대사가 등장한다. 부자들의 음료 샴페인에 대한 동경을 서민적인 커피에 투영한 대사인데, 이젠 스페셜티 커피도 조금은 유사한 지위를 얻어간다. 커피 ; 제 3의 물결과 스페셜티 커피는 결국 커피 자체에 대한 품질 본위의 접근으로 커피에 한층 높은 품격을 더하고자 하는 노력인 셈인데, 일반 커피보다 좀 더 많은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경우도 있다. 하지만 지속가능한 발전의 의미 그리고 보다 높은 퀄리티의 커피를 위한 노력의 측면에서 밥값하는 커피, 혹은 젠체하는 사람들의 커피라 쉽게 평하긴 이르다. 그리고 사실 그렇게 비싸지도 않다. 전 세계 생산량 10% 남짓의 스페셜티 커피를 가장 저렴한 사치의 범주에 두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우린 이 커피를 샴페인이라 생각하세"
근래들어 대형 프렌차이즈 커피 샵들도 스페셜티 커피에 대한 진취적 행보를 취한다. 스타벅스는 물론 할리스 커피 등 국내외 대형 프렌차이즈 커피 샵들도 명칭은 다르지만 고급 커피 라인업의 추가로 제 3의 물결의 흐름에 동참하는 추세. 원한다면 이미 충분한 스페셜티 커피 문화는 갖추어졌다는 이야기다. 마음껏 경험하고 즐거이 마실 것! 그게 제 3의 커피 물결을 가장 흥겹게 즐기는 방법일게다.
단지 당부할 것은 것은 스페셜티 커피 문화와 기존의 커피 문화를 우열의 잣대로 규정짓지 말자는 점. 커피는 결국 음료이며 커피의 제 3물결은 사실 커피 다양성의 개념으로 제 1, 2의 물결을 존중한다. 때론 커피 보다 자판기 커피 한잔의 여유가 주는 위안이 더욱 맛나지 아니한가. 어떠한 편견 없이 그저 새로운 경험에 몸을 맡겨보자는 이야기다.
글쓴이 : 서리 이상선 ([email protected])
오늘은 커피를 수다라고 생각하면서 마시고 있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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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수다 좋죠. 맥심 믹스가 또 거기엔 제격이기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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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신입이라 댓글 확인하는 법이 익숙치 못해 답이 늦었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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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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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 정말 좋은 글 감사합니다!
평소 커피를 즐겨 마시는 저에게 새로운 세계를 매일 보여주시는군요. 정말 감사드려요.
특히나 마지막 문단이 좋네요.
요즘 들어 인스턴트 커피 타마시는 사람들 보고 커피 마실 줄 모른다는 이상한 자부심에 빠진 사람들이 많아진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잘 정리해주셧네요.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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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도 커피라면 물불가리지 않고 모두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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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커피가 서민적인 음료라고 말하긴 어려운 시대가 된 것 같아요. 스타벅스 애용하다보면 금방 용돈을 탕진하고.... 분위기 좋은 개인카페들도 가격이 많이 비싸니까요. :)
그래서 전 생두 주문해서 집에서 핸드로스팅해서 핸드드립으로 마시거나, 케냐 AA 원두 사서 더치 커피 내려마시곤 해요. :)
물론 그래도... 가끔 스타벅스를 찾기도 하고, 동네 단골 카페에도 종종 가지만 말이죠. ^^ ㅎㅎ
사실 스벅은 커피맛 보단 일하러 가고, 단골 카페는 커피가 맛있어요! 가격도 4,800원이라서 그렇게 비싸진 않고요.
인덴드? (이렇게 발음하는 것 맞나요?) 님 글에서 커피 이야기 읽을 수 있어서 좋네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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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하루에 한잔 마십니다. 새벽에 내린 커피로 하루를 시작할때 행복을 느낍니다. 은은한 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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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팅 흥미롭게 보았어요 ㅎ 지금 눈 앞에 놓여진 빈컵의 맥심흔적이 보이네요^^' 팔로우하고 갑니다. 저는 여행에 관심이 많은 여행작가 중 한명입니다. 여행에 관심많으시면 놀러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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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커피 성애자인 @ghana531님이 특히 더 좋아하실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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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커피는 단맛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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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ce. Please check my video LATTE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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