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축구를 많이 보고 많이 했지만, 이제는 직장에서 치이기도 하고 딱히 국가대표 경기를 봐도 재밌을 것도 없기 때문에, 정말 오랜만에 경기를 본 월드컵 스웨덴전/멕시코전 감상평.
평범한 초등학생이 평범한 중학생과 싸운다고 치고, 어떻게라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초등학생이 중학생의 급소를 한방에 찔러서 단번에 승리를 가져가는 것이다. 급소를 찌르는 그 한 방을 수도 없이 연습하면 어쩌면 이길 지도 모른다. 그런데 무슨 전략이랍시고 플라잉니킥 알려주고 암바 알려주고 뎀프쉬롤 알려줘봐야 우스울 뿐 된통 당할 뿐이다. 그런 전략을 알려주는 인간이 있다면 싸움에 별 볼 일 없는 인간일 것이다.
이번 월드컵때 모 감독이 본인 딴에는 전략가라고 본인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 포메이션 여럿 준비해놓고 전략이라고 하고, 제대로 된 크로스도 못올리는 상황에서 세트피스 여러 개 준비했다고 언론플레이를 하는데, 두 경기를 본 결과 플라잉니킥을 연습한 초등학생을 본 것 같았다. 코너킥 평범하게 올렸으면 운으로 한번이라도 들어갈 수도 있는 것을, 괜한 패스 주고 받고 뒤로 돌아서 뛰어들어가다가 우리편 체력만 빠지는게 보였다. 포메이션 활용은 결과가 말해줬고.
준비 시간의 부족은 감독이 교체된 시점부터 당연한 일이었지만, 한정된 시간에서 하나라도 완성을 했어야되는데 모든걸 하려고 하다가 다 망한 느낌이었다. 억울한 부분이야 있겠지만 내 느낌은 그랬다. 그래서 팀 차원에서 준비한 것은 뭐 하나 보여주지도 못하고 두 경기가 끝났다.
그런데 감독에 대한 실망을 떠나서, 해설가들의 말처럼 이게 우리 지금 수준이라고 느껴진다. 다른 선수들을 기용하거나 다른 전략을 했다고 하더라도 운이 정말 좋으면 16강까지는 가겠지만, 그 이상은 기대하기가 힘들다. 신태용이 벨기에 감독을 한다고 해서 벨기에가 예선탈락하지는 않을거고, 뢰브가 우리 감독을 한다고 해서 우리가 8강 이상을 가지도 않을 것이다.
피케나 페페 정도 되는 수비수가 있었으면 당연히 썼을테지만 상황이 그렇지 않고, 결과적으로 제일 잘하는 수비수를 썼을거다. 다른 수비수를 썼다고 해서 우리 수비력이 크게 달라질 리는 없을 것 같다. 기껏해야 지는 경기 어쩌다가 비기고, 3대0으로 질 경기 2대0으로 지는 정도다. 감독도 마찬가지다. 지금 보유하고 있는 선수 풀이 그정도인거다. 선수육성, 프로리그 수준, 감독/선수 선발과정, 훈련 등 모든 부분의 합산이 현재의 2패라고 봐야된다.
박지성이 4년 뒤를 바라볼 것이 아니라 10년 뒤를 바라보면서 준비해야된다고 했다.
10년이면 중학생에게 지던 초등학생이 훈련해서 UFC에 나갈 수 있는 시간이다. 벨기에가 10년을 바라보고 유소년 정책을 수립해서 어느날 정신차려보니까 강해진 것 같은 일이 우리도 발생해서, 한 경기라도 마음 편하게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