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사는곳은 대도시에서 400km 떨어진 시골. 인구 만명 정도의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이 마을은 한국음식을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인 곳이다. 한식이 먹고 싶을땐 왕복 800km를 달려 대도시에 있는 한인마트에서 필요한 물품을 구해와야만 했다. 고추장, 고춧가루, 김치 등등. 매일 느끼한 음식만 먹는다는게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그 먼길을 자주 갈수도 없는 노릇. 두달에 한번 꼴로 같이 장을 보러 다녀왔다.

그녀의 생일이 얼마 남지 않은 어느 날 이었다. 머나먼 이국에서 맞는 첫 생일. 그는 그녀에게 특별한 기억을 남겨주고 싶었다. 그리고 주기적으로 대도시에 나가는 날과 겹쳤기에 그는 근사한 계획을 짜고 있었다.

계획대로만 되면 그게 인생인가!
잘만 달리던 그의 차가 갑자기 고장이나서 정비에 들어갔고 느긋한 이곳 사람들의 특성상 꼼짝없이 2주동안 뚜벅이 신세를 져야만 했다.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고, 어쩔까 고민하던 그는 평소 자신있던 요리실력으로 깜짝 생일상을 준비하는걸로 계획을 변경했다.

문제는 미역국. 한국인 생일상의 메인은 미역국 아니겠는가! 하지만 이 오지에서 미역을 구하기란..

이동수단도 없고 좌절의 연속이었던 그..
모든것을 포기하던 그에게 실낱 같은 희망이 보였다.

이곳 대형마트에서 유일하게 볼 수 있는 한국 식품이 있었다.

바로 신라면!

한국 기업들이 내놓는 수출용 제품은 내수용과 차원이 다른 퀄리티를 보인다.

신라면 역시 예외는 아니었고, 코쟁이들 입맛에 맞게 살짝 매운맛을 줄이고 같이들어 있는 건더기 스프의 양을 어마어마하게 늘렸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그는 바로 신라면 10봉를 사서 건더기 스프에 들어있는 파와 고기,버섯들 사이에서 미역을 골라냈다.

미역국을 끓이는데 성공!

그렇게 그는 그녀 모르게 깜짝 생일상을 준비했고, 그녀도 그 생일상을 모르게 지나갔다.

생일파티한다고 나가서 안들어옴. 망할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