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고금소총 - #6 계집의 뱃속엔 쥐가 있다

in kr •  7 years ago 

<고금소총(古今笑叢)은 민간에 전래하는 문헌소화(文獻笑話: 우스운 이야기)를 모아놓은 편자 미상의 책으로 조선 후기에 최초 발간되었습니다. 문헌소화의 편찬의도는 반드시 권계(勸戒)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좀 지나친 외설담이라 할지라도 은연 중 교훈의 뜻이 담겨 있습니다.>

한 시골에 중년의 과부 하나가 있었다.
그런데 그 꽃처럼 붉은 얼굴과 눈처럼 희디흰 그녀의 살빛은 뭇 사내로 하여금 심심을 흔들어 놓는 것이었다.
그녀는 생활에 쪼들리지도 않았고 자녀와 친척도 없이 다만 더벅머리 총각 하나를 고용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 총각놈은 선천적으로 어찌나 우둔했던지 보리와 밀을 분간하지 못할 정도여서 과부댁 고용인으로서는 꼭 알맞았다.
어느 날 과부가 보니 자기의 침실 한 구석에 작은 구멍이 생겨 쥐란 놈이 가끔 그리로 출입을 하는 것이었다.
이튿날 밤, 과부는 이 괘씸한 쥐를 잡으려고 홑고의를 입은 채 쥐구멍 위에 앉아서 뜨거운 물을 그 구멍에 부었다.
쥐란 놈이 마침내 그 뜨거움을 이기지 못해 뛰쳐 나와 과부의 그곳으로 돌진하였으나 그곳은 몹시 좁기도 하거려니와 너무 침침하여 동서의 향배조차 잊은 채 보다 더 깊은 구멍을 찾으려고 대가리를 들고 허우적거리게 되었다.
그러는 사이에 과부는 마침내 쾌감을 느끼고 미친 듯이 취하게 되었으나 그 쥐를 잡아냄에 있어서는 아무리 생각을 해도 묘책이 없어 고민을 하고 있었다.
이윽고 과부는 할 수 없이 급히 총각놈을 불렀다.
총각놈은 깊은 밤중에 무슨 긴급사가 생긴 것인지도 모른 채 깊이 잠들었다가 마님의 고함소리에 눈을 부비며 달려갔다.
주인 과부는 홑고의를 입은 채 가만히 추파를 던지면서 아리따운 목소리와 웃음으로 총각의 손목을 이끌더니 총각의 옷을 벗기고 이불 속으로 끌고 들어가는 것이었다.
총각은 난생 처음으로 당하는 일인지라 두렵기만 했고 더구나 녀석은 음양의 이치를 모르고 있었다.
어찌어찌 과부가 그의 몸을 껴안고 방법을 가르쳐서 운우의 교정(交情)이 바야흐로 무르익게 되었다.
그런데 쥐란 놈이 그 속에서 가만히 보자 하니 무슨 방망이처럼 생긴 것이 들락날락하면서 제몸을 두들기는 시늉을 하는 것이었다. 쥐란 놈은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였으나 문자 그대로 진퇴유곡이어서 거의 사색이 되자 발악적으로 힘을 다해 그 방망이의 대가리를 꽉 물어 버렸다.
총각 녀석 또한 기절초풍하도록 놀라 비명을 지르며 과부의 몸에서 나가 떨어졌다. 그런데 그와 함께 쥐란 놈도 그 구멍에서 빠져 나오게 되자 나 살려라고 도망쳤다.
이런 일이 있은 다음 총각 녀석은,
“계집의 뱃속에는 그걸 물어뜯는 쥐가 들어 있다.”
라고 생각하고는 일생을 두고 다시는 여색에 접근치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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