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원조라고 하기엔...

in kr •  3 years ago 

남편의 자전거 수리를 위해 다리 건너 송도를 가게 되었는데, 이왕 다리 건너 간것 차이나타운에 가서 짜장면을 먹었다.
짜장면, 특히나 인천 차이나타운이라 하면 "공화춘"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공화춘은 1980년대 초반 누군가의 특허등록으로 원래의 주인이 이름도 가게도 가지지 못한 것임을 아는 사람은 다 알것이다.


그럼 공화춘의 맥은 끈어진 것일까? 1905년 혹은 1908년경 문을 열었던 '산동회관'은 1911년 '공화춘'으로 이름을 바꾼다. 인천항, 당시의 제물포항에 교역이 활발해지면서 번성하던 공화춘은 1983년 인천의 관공서들이 이전하면서 차이나타운 경기가 나빠지자 폐업을 결정한다. 폐업 후 대부분의 가족들은 대만으로 이주했으나, 1980년 공화춘 주방에서 일하던 창업자의 막내딸 부부가 독립하여 문을 연 '신승반점'이 지금은 창업자의 외손녀에 의해 운영되고 있으니 그 맥을 잇고 있다고 하겠다.
그렇다고 지금 우리가 먹는 짜장면이 처음 공화춘의 짜장면 이겠는가? 시대가 변하고 입맛이 변하고 생활 수준이 달라지면서 중국식 첨면장은 한국식 춘장이 되고 들어가는 재료의 종류가 늘어나고 수준은 올라가지 않았겠는가.
그럼에도 원조를 찾는 것은 기억하고 싶어서 그런게 아닐까? 어릴때 먹었던 엄마의 음식 맛을 세세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마치 기억하고 있는 것처럼 말하고 그리워하는 그런 마음, 오래 묵었으나 바래지 않은 것을 기억하고 싶은 기대감, 이런 것들이 원조집을 찾아가며 가지게 되는 속마음이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난 "자장면"이 아니라 "짜장면"을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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