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삶순이

주부들 이라면 손이 가는 살림살이의 많은 부분 중에서 유독 더 신경을 쓰거나 한번이라도 더 손길을 보내는 곳이 있을 것이다. 내 경우는 그게 수건 삶기 이다.
오랫동안 스테인리스로 된 대야에 수건을 삶았다. 그러다 좀 발전한게 곰솥 같이 큰 냄비 형태의 삶솥 이었다. 그런데 이 둘은 무엇보다 가스레인지에 물이 많이 튄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다 문득 오래전 동서가 선물해준 '행순이' 라는 것이 생각났다. 그건 딱 커피 포트 크기여서 행주 2개면 용량 한도 였지만 좀 큰것도 있지 않을까 싶어 중고나라와 당근마켓 검색을 해보니, 왜 없겠나? 그리하여 우리집에 와 있는 녀석이 바로 저 삶통 이다.
조금의 편의와 삶의 질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하나씩 늘어나는 가전제품의 숫자를 생각하면 약간의 죄책감 비슷하니 뭐 굳이 저런 것까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드럼 세탁기의 속터지게 느린 삶기 기능이나 퍼덕퍼덕 물방울 날리는 삶솥보다 한결 단순한게 속시원하니 그 값은 하고 있다. 중고거래로 구매한 금액 이상의 A/S를 받고 왔으니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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