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국립박물관steemCreated with Ske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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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오후 시간을 보람차게 보내기 위해 찾은 곳이 치앙마이 국립박물관이다.
올드타운 가까이 있다면 좋았을 것을 외곽도로변에 있다 보니 접근성이 좀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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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이 있는 큰 저택 같은 느낌이다. 매표소가 따로 없고, 안으로 들어서면 안내데스크 같은 곳에서 현금으로만 입장권(100밧)을 판매한다. 그리고 전시장 안쪽으로는 가방을 전혀 가지고 들어갈 수 없으므로, 데스크 뒤로 물품 보관소에 보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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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전시실은 불교의 나라답게 불상을 마주한다. 온전한 모습을 하고 있는 불상도 좋은 기운을 느끼게 할 뿐만 아니라 숲속에서 머리 부분만 발견된 불상의 보이는 듯 보이지 않는 듯한 옅은 미소가 외려 더 경외감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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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예상은 했듯 전시물의 숫자는 얼마 되지 않는다. 또 대부분이 불상이거나 불교문화와 관련 있는 것들이다. 그럼에도 굳이 란나 왕국을 이야기하고 란나 예술이라 강조하는 것은 태국과 하나의 나라가 되기 전 오랜 시간 별개의 왕조를 이어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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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인도의 몬족이 이동을 해서 지금의 방콕 부근에 드바라바티(Dvaravati) 왕국을 세웠다. 세월이 흘러 이 왕국에 공주 하나가 태어나는데, 천방지축 사고뭉치로 신하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그러다 20살이 되던 해에 유랑을 다녀온 공주는 배가 불러서 궁으로 돌아왔는데, 태중 아이의 아비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상황인 것이다. 이에 신하들의 원성이 심해지니 더 이상은 방패막이가 되어줄 수 없었던 왕은 결국 공주를 궁에서 내보내게 된다.
공주를 돌보는 사람들과 함께 궁에서 쫓겨난 공주는 짜오프라야 강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오다 핑강 줄기로 접어들어 현재 치앙마이에서 한 시간 정도 남쪽 람푼(Lamphun)지역에 성을 쌓고 삶의 터전을 마련했다. 이 공주의 이름이 짜마데비(Chamadevi)이고, 661년 하리푼차이(Hariphunchai)왕국이 탄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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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푼차이 왕국의 짜마데비는 현재 치앙마이 공항 부근 도이깜(Doi kam) 지역에 자리 잡고 있던 부족 와(Wa) 족의 족장으로부터 청혼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이 핑계 저 핑계로 미루다가 족장의 죽음으로 와족을 섬멸하기로 한다. 와족은 지금의 트라이앵글인 치앙샌(Chiang Saen) 지역으로 도주를 했다.
그런데 와족의 추격은 이미 치앙샌 지역에 살고 있던 언양국이라 알려진 중국계 따이(Tai) 족과의 분쟁으로 번진다. 이 대립은 500년이나 이어진다.
그러다 언양국의 25대 왕 맹라이(Mengrai 1238-1318) 왕의 남하정책으로 하리푼차이 왕국은 사라지고 1296년 치앙마이에 란나 왕국을 건설한다.
그리고 600년이 넘게 이어져온 란나 왕국은 결국 1930년대 완전히 태국의 일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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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실의 초상화를 보는 순간 가수 심수봉의 초상화를 보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랐다. 이 초상화의 주인공은 다라 라사미(Dara Rasami 1872-1933) 공주이다. 란나 왕국의 공주였던 그녀는 태국 라마 5세(Lama .../)인 쫄라롱콘왕의 여러 아내 중의 하나로 방콕으로 갔다. 처음에는 '라오스 여자(Lao ladies 촌스러운 시골 여자를 의미)' 또는 '생선 비린내 나는 여인(생선 젓갈은 란나의 라오스 근방 음식)'이라며 놀려댔다. 그러나 다라 라사미 공주는 란나의 전통과 자존심을 지키며 최고의 왕비(No.1)에까지 올랐다. 란나를 대변하는 강인한 여성으로 대표되던 공주는 쫄라롱콘왕 사후에 치앙마이로 돌아와 여생을 보냈다고 한다.

더 다양한 문화재를 보고 싶다거나 크고 화려하고 웅장한 문화유산을 보고 싶다는 것은 그저 외부인의 단순한 희망 사항일 뿐일지도 모른다. 가끔 우리나라의 작고 섬세한 문화재들이 가지는 아름다움을 외국인들이 알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던 것이 이곳 치앙마이에서 란나를 이야기할 때도 비슷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마음으로 박물관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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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도 각 나라마다 그 나라 특징에 맞게 발전을 하고 변해 왔나 봐요 !!
불교 문화도 비슷한거 같은데 다 다른걸 보면은요 !!

사람이 살던 곳에 새로운 종교가 들어오니 녹아드는 과정이 달랐던 것이겠죠. 또 아름다움을 보는 눈도 제각각 이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