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식사를 하기 전에 잠시 샤워도 하고 옷도 갈아입으러 다시 객실로 돌아왔습니다. 점심이 사실 좀 부실했기도 하고, 저녁은 코스 요리로 나오는만큼 좀 더 특별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또 그에 걸맞게 드레스코드를 맞춰서 가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욕실에서 샤워를 했는데, 아뿔싸, 정말 생각하지도 못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욕실 한쪽에 샤워부스가 있었는데 분명 하수구멍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배가 기울어졌는지 아니면 각도 설계가 잘못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물이 그 쪽으로 빠지지 않고 반대쪽으로 흘러갔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욕실에 총 3개의 하수구멍이 만들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남은 한 쪽으로 흘러갔습니다. 그리고 그 쪽은 바로 방 쪽이라 잘못하면 물이 넘쳐 방까지 적실 지경이 되었습니다.
정말 생각해보지도 못했던 문제이고, 있어서도 안될 일이라 기가 차더군요. 5성급 호텔 욕실에서 물이 안내려가고 고여서 방까지 범람할 위기에 놓이다니요.. 배가 다시 제 위치(?)로 돌아오지 않는한 간단히 해결될 문제가 아니어서, 어쩔 수 없이 우선 수건으로 턱을 쌓아 물을 흡수하게끔 만들어두고 나왔습니다. 나중에 들어보니 제가 묵었던 객실 뿐 아니라 다른 방에서도 동일한 증상을 경험하셨더라고요. 겉보기는 화려하지만 이런 기본적인 부분마저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모습이 좀 안타까웠습니다.
황당함을 뒤로 하고 어쨌든 기분 좋게 식사를 하기 위해서 다시 식당칸으로 올라갔습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대기하고 계시더군요. 사실 크루즈 여행이 배에서 생활을 하는 것이다보니 막상 할 수 있는 게 많이 없습니다. 제일 윗층 갑판에는 앉아서 쉴 수 있는 벤치/의자들과 마치 우리나라 공원에 가면 운동할 수 있게 만들어놓은 맨손 운동 기구 같은 기구들이 설치되어 있지만, 사실 그걸 크루즈 여행 와서 오랜 시간 하는 사람도 없겠지요. 차라리 당구대, 탁구대나 오락기 같은 걸 비치해두었다면 좀 더 승객들이 여유시간을 즐길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런 오락거리는 전혀 없습니다.
아무튼 그렇다보니 승객 입장에서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대기해야 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그것이 더 답답함을 높이는 원인이 되는 것 같습니다. 저녁식사 역시 예상시간을 훌쩍 넘겨서야 비로소 서빙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래도 확실히 부페보다는 나았던 것이 각자의 음식이 서빙이 되니 부페처럼 앞 사람이 음식을 다 가져가서 숟가락만 빨고 있어야 하는 경우는 없고, 또 서빙이 조금 지연되더라도 일단 먹고 있는 음식이 있으니 기다림이 좀 더 지루했던 것 같습니다.
음식은 애피타이저와 스프까지는 괜찮았는데 메인요리가 아쉬웠습니다. 원래 식단에는 소고기 스테이크로 되어 있어서 기대를 했었는데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튀긴 오리 고기로 변경되었는데, 그마저 굉장히 질기고, 맛과 풍미가 살아나지 않더군요. 점심 때를 생각해서 일단 먹기는 다 먹었는데, 주변에는 결국 안 먹고 남긴 분들도 더러 계셨습니다.
그 후에 디저트로 조각 케이크가 나왔는데 역시 서빙이 많이 길어지다보니 먹기를 포기하고 내려가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저는 물론 끝까지 남아서 먹었지만요 ㅎ 참고로 배에는 따로 간식거리를 판매하는 곳도 없어서 식사를 든든히 먹거나, 혹은 만일을 대비해서 미리 간식을 좀 준비해가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어쨌든 결국 저녁식사도 썩 그리 만족스럽지는 못하게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저녁 이후 액티비티로는 원래 오징어 낚시가 예정이 되어 있었는데, 그에 대해서 따로 안내가 되지 않더군요. 오징어잡이를 해본 적이 없어서 한 번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거든요. 어쩌면 저희가 식당에 조금 늦게 올라가서 이야기를 못 들은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오후처럼 선내 안내방송을 통해서 희망자를 내려오라고 이야기해줘도 좋았을텐데, 결국 그런 안내는 없었습니다. 결국 조금 피곤하기도 하고 딱히 더 할 일이 없기도 해서 잠을 청하고 말았습니다.
아침이 되니 다시 방송이 나와 아침을 먹으러 올라오라고 합니다. 아침식사는 부페식에 가까웠는데 쌀국수가 추가되어있었습니다. 면이나 재료를 선택하면 그걸 가지고 쌀국수를 만들어주었는데, 역시 베트남에서는 쌀국수가 제일 맛있는 것 같습니다 ㅎ
간단히 아침식사를 마치고 동굴 체험을 하러 다시 배를 타고 나갔습니다. 어제 저녁의 오징어 낚시와 오늘 아침의 기체조를 생략하니 (자느라 생략..) 어느덧 마지막 액티비티입니다. 조그만 섬에 도착해서 계단을 걸어올라가니 동굴 입구와 팻말들 같은 게 보입니다. 그리 길지 않으니 쭉 들어가서 보고 나오랍니다. 정말 그리 길지 않더군요. 들어가자 마자 돌아서 바로 출구입니다 ㅎㅎ 동굴이라고 부르기는 좀 허무할 정도의 짧은 거리더군요. 그래도 기암괴석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상황을 좀 보아하니 앙코라 크루즈의 경우 새로 출항을 한 배이다보니 기존에 좀 명성 있는 크루즈들이 주로 가는 곳들을 못 가는 것 같더라고요. 다른 배들은 어디 해변에도 가서 논다고 하는데 그런 코스가 빠져있고 대신 남들이 덜 가는 루트를 택해서 다니는 것 같습니다. 왜 이렇게 다 코스를 달리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비용을 낮추기 위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크루즈를 선택할 때 가격이나 식사도 중요하지만, 어떤 액티비티를 어디서 하느냐도 정말 잘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 하롱베이 크루즈 여행을 생각하는 분이 계시다면 꼭 미리 꼼꼼하게 살펴보시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배에 돌아와서 점심을 먹고 (여전히 양은 부실했습니다.) 나니 어느덧 1박 2일 크루즈 여행의 끝이 다가옵니다. 출발은 많이 늦어졌던 것 같은데 도착은 칼 같이 하네요. ㅎㅎ 그 후의 단계는 그리 중요한 내용은 아닌 것 같아서 생략하고 마지막으로 크루즈 여행의 평점을 매겨보고자 합니다.
<Ancora Cruise 여행 평점은?>
시설: ★★★ (시설 자체는 나쁘지 않았는데 끝마무리가 부족... 그리고 욕실에 물 안 빠지는 건 진짜.. 하아;)
식사: ★★ (부페 양이 너무 적고 대기 시간이 너무 길어요. 그리고 오리 고기 요리는 안 해주셨으면..)
액티비티: ★★★ (딱히 엄청 재미있었던 액티비티가 없네요.)
승무원: ★★★ (기본적으로 친절은 한데, 아직은 경험/전문성이 부족...)
총평: 하롱베이는 한 번 가볼만 합니다. 앙코라 크루즈는 타지 마세요.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했으나 결론적으로는 다사다난(?), 아쉬움 가득했던 앙코라 크루즈 투어를 마치고. 다시 하노이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이제 마지막 날 여행을 시작합니다. (다음 편에 계속)
그다지 만족도가 높은 여행이 아니셨나봐요ㅠㅠㅠ
저도 가지말까 고민됩니다...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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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크루즈 자체는 너무 아쉬움이 컸어요 ㅠㅠ 5성급이라고 해서 기대를 엄청 많이 했었거든요..
그래도 하롱베이 자체는 한 번 가볼만 하다고 생각해요 ㅎ 당일로 생각한다고 하셨었으니, 크루즈를 잘 골라서 가보시면 괜찮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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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흰 그냥 저렴한거든 비싼거든 코스도 배도 똑같다는 글이 많아서
현지에 있는 여행사에서 딜볼생각이예요 ... 여기서 사면 싸야 5만원정도이더라구요~ 3만원 정도까지 깍을수있대서 그냥 그렇게 할까!하는 중이예요 ~ 배도 버스도 기대는 안되지만, ㅋㅋㅋ 풍경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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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풍경은 확실히 한 번쯤 가서 볼만하더라고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도 등재된 곳이라고 하니까요~ 희재님은 꼭 좋은 경험 하고 돌아오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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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 감사합니다 이제 전 한달 남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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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한 달... 준비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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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짱맨 호출에 출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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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동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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