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산갈치전 1

in kr •  7 years ago 

저 혼자 심해국의 치안부장이라 떠드는 절치가 빨간 수염을 곧추세우며 말했다.

“요즘 인간세상으로 떠나는 산갈치들이 많다하오. 그래서 이를 제제하려 하오!”

그러자 다른 산갈치들이 크게 반발했다.

“그것은 우리들의 자유의 선택이니 강제할 수 없는 것이오.”

이렇게 절치의 말은 다른 산갈치들에게 조금도 먹혀들지 않았다. 그것은 자유라는 단어가 산갈치들에게 절대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절치는 반발하는 산갈치들을 보며 조금도 당황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태연하게 말했다.

“모두가 자유를 중요시하는 것을 나도 잘 알고 있소. 나 역시 산갈치이기 때문에 자유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소. 그러나, 자유란 다른 이의 자유를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자유인 것을 모르시오? 이곳의 치안부장인 나 절치는 이러한 것을 용납할 수 없소.”

산갈치들은 말끝마다 자신이 치안부장이라 지껄이며 권력을 행사하려는 절치에게 강한 불쾌감을 느꼈다. 그리고 있지도 않은 권세를 자꾸만 주장하는 절치가 신경쓰였던 것이다.

“누가 당신은 우리의 치안부장으로 삼았소?”

산갈치들은 가장 먼저 절치가 스스로 만들어낸 권세가 허울임을 지적했다. 그러나 절치는 주눅들기는 커녕오히려 몸을 더 곧추세우며 더 당당하게 말했다.

“이제와서 그게 무슨 소리요? 당신들은 내가 치안부장이라 말하고 다닐 때 가만히 있지 않았소? 그것을 인간들은 암묵적 동의라고 말하오.”

곧추세운 절치의 몸이 계속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러자 산갈치들은 움찔했다.

“서, 설마 저 녀석이 대산갈치....”

사실 산갈치들은 그동안 절치를 우습게 여기고 있었다.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며 경박한 행동을 많이 했기 때문에 절치가 대산갈치일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던 것이다(대산갈치란 다른 산갈치보다도 2배 이상 큰 산갈치의 변종으로 능력에 따라 길이를 계속 늘일 수 있다; 작가가 만들어 낸 산갈치의 종류로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산갈치들은 몸의 길이를 계속 늘이는 절치를 보며 안절부절 못했다. 산갈치들은 이 모든 것이 치밀하게 계획된 절치의 시나리오라는 것을 이제야 눈치 챘다. 하지만 이미 모든 것이 늦어버렸다. 산갈치들 간의 갈등이 조성된 이상 절치가 대산갈치로서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여러분과 나 사이의 갈등은 산갈치들 사이에 생긴 커다란 갈등이요. 나는 이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대산갈치로서의 권리를 주장하겠소. 지금 여기서 이 갈등을 해결할 산갈치들의 왕을 뽑기로 할 테니 나를 반대하는 대산갈치가 있다면 앞으로 나와 몸길이를 늘려보시오.”

산갈치들은 이 상황을 분하게 여겼다. 모든 것은 왕이 되기 위한 절치의 계략이었기 때문이다.

대산갈치가 왕을 뽑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대산갈치 중 하나가 왕을 뽑자는 제안을 하면 수많은 대산갈치들이 자신의 몸길이를 늘리기 시작한다. 이때 가장 몸길이를 많이 늘리는 대산갈치가 산갈치들의 왕이 된다. 이렇게 왕이 된 대산갈치는 산갈치들의 신비한 운명을 지키기 위한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게 된다. 그것은 지금껏 내려오는 심해국의 절대적인 전통이었다.

절치를 바라보는 산갈치들의 눈이 분노에서 체념으로 바뀌어 갈 때쯤 산갈치들 속에 숨어 있던 운치가 입을 열며 앞으로 나섰다.

“내가 해보겠소.”

산갈치들은 자신들의 절반 정도 밖에 되지 않던 운치가 앞으로 나오자 깜짝 놀랐다. 비리비리한 산갈치로 여겼던 운치 역시 대산갈치였기 때문이다. 놀라기는 절치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시나리오에 없던 변수가 나타났기 때문인데 운치의 비리비리한 몸짓을 보며 이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하하, 그 작은 몸으로 나와 길이를 겨루겠다고 하니 웃음이 다 나오는 구려! 괜시리 망신을 당하지 말고 어서 물러서시오.”

“자네가 대산갈치의 권리를 주장하지 않았나? 나 역시 대산갈치이기 때문에 그 권리주장에 참여할 권리가 있네.”

운치는 비리비리한 몸을 세우고 절치의 옆에서 자신의 몸을 한껏 늘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순식간에 운치의 몸이 절치의 몸을 초월했다.

“이, 이런 일이!!!”

깜짝 놀란 절치도 다시 몸을 늘리는데 집중하기 시작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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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습니다

짱짱맨 태그 사용에 감사드립니다^^
존버앤캘리 이번편은 왠지 찡함..^^
https://steemit.com/kr/@mmcartoon-kr/2018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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