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쟈니의 인터뷰#16] 가수는 노래, 배우는 연기, 식당은 맛.

딸 : 아빠 물이 영어로 뭐게?

아빠: Water.

딸 : 땡~ 물은 셀프야...

아빠: 딸아...물은 영어로 Water가 맞단다.

딸 :
아빠랑 안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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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형님 좀 이상한 식당이 있는데 가시겠습니까?

쟈니: 멀쩡한 식당 놔두고 왜 이상한 식당을 가야하지?

동생: 가수는 노래, 배우는 연기, 식당은 맛~!! 아니겠습니까?

쟈니: 맛이 이상한건가?

동생: 아뇨. 무진장 맛있는데, 식당이 좀 이상합니다.

쟈니: 어서 소상히 아뢰어라!

동생: 고기 좀 먹어 봤다는 사람들은 죄다 이 집을 정점으로
고기의 세계를 마스터 하였다고 합니다.
98% 셀프 서비스이며, 간혹 주인장이 기분 좋을 때는 직접
고기를 구워주기도 하는데, 그 맛이 일품이라,
한번도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간 사람은 없다고 합니다요.

쟈니: 98%가 셀프? 그럼 나머지 2%는 뭐길래...

그렇게 궁금증을 안고 지내오다, 최근에 시간을 내어 방문을 했다.
처음으로 방문한 그곳, 셀프 서비스를 만끽하며, 손님이 빠져나간 후,
조금 한산 할 때, 이모님(주인)과 폭풍 수다도 떨어가며, 고기의 신세계를
맞이 했다.

이미 먼저 온 손님들은 삼삼오오 각자의 테이블에서 고기를 굽고 있었고,
우리도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렇게 자리를 잡고 앉아만 있었다...

아무도 오지 않는 우리 테이블...벨도 없고, 종업원도 안 보이고...

...이 절실한 순간...

주방인듯 보이는 곳 유리창에 보이는 문구..

"손수 가져다 드세요. 술, 음료수, 기타 등등"

아~!!! 이것이 말로만 전해 듣던 98%의 셀프서비스~!!!

쟈니둥절을 그만 두고, 기타 등등을 챙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방 안에서 열심히 뭔가를 주물주물 하고 계시는 분께,

주문을 하고 자리에 앉아 있으니, 함께 일하시는 분이,

숯불과 함께 양념된 고기를 들고 입장 하신다.

"뜨거워요..조심하세요.."

100가지 중, 숯불과 고기만 가져다 주는 98% 셀프서비스.

메뉴를 보아하니, 돼지 부속을 전문으로 하는 집.

처음이니 일단 모듬으로 시켜봤다.

일전에 백종원선생이 방송에서 돼지 부속구이 집을 소개 할 때,

군침을 흘리며 본 적이 있었는데, 이렇게 직접, 이름도 생소한

부위들을 직접 마라보게 되다니....

뭔지나 알고 먹어보자며, 스맛폰으로 폭풍검색.

(염통, 막창, 목살이야 이미 알고 있으니, 생략.)

애기보 : 돼지 아기 집(자궁)

꼭지살 : 배부분에서 양 젖꼭지 옆의 부위.

호두기 : 호드기라고 하며, 돼지의 경동맥.

머리고기 : 귀, 코. 혀. 등등

이렇게 적고 보니, 몬도가네 식단이 완성된 것 같지만,

일부는 순대국밥에도 들어가 는 것들이며, 알게 모르게 여러분들도

이미 드셔 보셨을 지도 모르는 것들이다.

오래 전, 일본이 고기(육류)맛을 알기 시작했을 때, 사육을 하려 했으나,

냄새나고, 퇴비처리도 곤란해 하고 있을 때, 이를 눈치 챈 한국의 누군가가

한국이 사육해서 좋은 부위(안심 등심 등)는 일본으로 수출하고,

남은 부위를 내수시장에 풀었는데, 대표적인 것이 삼겹살이고, 목살을

비롯한 나머지 부속부위들이 소위 뒷고기라 하여 저렴하게 팔리기 시작했다는

설과, 도축 하는 사람들이 맛있는 부위를 따로 빼돌려서 자기들까리 구워먹던

데서 유래했다는 설 등이 있다. 뭐가 되었든 맛있으면 그만.

쟈니: 대충 봐도 오래 장사 해오신 듯 한데, 가게 시작한지 얼마나 되셨죠?

이모: 몰라...오래 했어...10년 넘었는데, 그런 거 계산 안해...

쟈니: 혼자 하시기엔 많이 바쁘실거 같은데 종업원이라도 두시지...

이모: 한명, 뒤에서 (숯)불피우고 주방일 돕고 있지...

당첨이라도 된 듯, 빈 테이블을 치우던 주인장(이모)가 불판 태워가며

굽고 있는 우리 테이블에와서 직접 구워주셨다. 이때가 기회!!!

쟈니의 폭풍 질문을 받아 주시며, 분주히 왔다갔다 하셨다.

쟈니: 가격이 착한데다, 맛도 좋으니, 단골손님 많으시겠네요^^

이모: 몰라...주방에 주로 있으니까 어지간한 단골아니면 잘 몰라..^^;

쟈니: 소문이 자자하던데, 돈 많이 버시겠어요...(예리한 넘겨짚음)

이모: 하하하 돈 많이 벌면 장사 관두고 놀러다니지, 이러고 있겠어?
예전에 다른 장사도 해 봤는데, 시원찮았거든...
오면서 봤겠지만, 사람도 잘 안다니는 쌩뚱맞은 곳에 이런 고기집
차려놓고, 오면 오고 말면 말아라는 심정으로 이 장사 했는데, 맛있는지
입소문 타고 사람들이 찾아 와....
여름에는 저 밖의 테이블까지 꽉 차니까 그땐 정신없어.

자니: 음...여름엔 돈을 더 잘 버시는 걸로...
고기 양념하는 거랑, 숯불 외엔 모두 셀픈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으신가요?

이모: 사람이 없으니까....
처음엔 오는 사람도 없고, 일할 사람도 없고 그래서 그렇게 시작한게,
지금까지 이렇게 하고 있는거야, 뭐 특별한 이유는 없어.
고깃집이 손이 많이 가니까, 사람이 많이 필요한데, 인건비 무시 못하지..
어차피 아는 사람들이 오는 곳이라서, 이제는 알아서들 잘 챙겨 먹으니까
나도 한결 수훨하고...그냥 이렇게 자리가 잡혀버렸네...

쟈니: 어딜 가나 진상 손님있는데, 여긴 구조상 먹튀하기
딱 좋아보이는데요...그런 사람 없나요?

이모: 계산 안하고 그냥 가는 사람들 많아...속상하지...
어떤 사람은 들어 올때 부터 티가 나. 그렇다고, 주문 안 받을 수도 없고..
어떤사람은, 며칠 지나서, 그때 먹다가 도망갔다고, 돈 주고 가는 사람도 있고,
술취해서 도망가다가 제 풀에 넘어져서 다치기도 하고, 다쳤다고 성질 내면서
난장피우기도 하고...장사하다 보면, 별의 별 사람들 다보지...
뭐 별로 신경 안써...그런거 다 신경쓰다간 장사 못해.

쟈니: 역시 장사가 어려운게 아니라 사람이 어렵네요.

이모: 술 적당히들 마셔...그리고, 이런것도 몸에 안 좋아..자주 먹지 말고...

쟈니: 예...? 하하하 이거 뭔가 앞뒤가 안 맞잖아요...

이모: 뭐 내가 틀린말 했나...술이든 고기든 적당히들 먹어야 건강하지...
건강해야 또 오고. TV 보면, 숯불에 직접 굽는 고기, 너무 자주 먹으면
안 좋다고 하잖아...저기 밥이랑 국도 공짜니까 좀 먹고가. 속 버려...
채소도 좀 많이 가져다 먹고...

쟈니: 아니..이렇게 장사 하셔서 남겠습니까..? ^^;

이모: 어이구...남 걱정은...남으니까 장사하지...
이 사람 장사 하면 망할 사람일세... 나도 이거 하기 전에 다른 거 해봤는데,
돈 벌려고, 이것 저것 아끼다간, 맛도 제대로 안나고, 사람들도 안와.
먹는 장사하려면, 일단 맛있어야 하고, 많이 퍼줘야 해.

허름한 이 집에 사람들이 오는이유가 뭐 있겠어?
싸게 많이 먹을 수 있으니까 오는거지...

쟈니: 아~ 전 먹는 장사는 못할 거 같네요...제가 다 먹을 거 같아서..ㅋ
그런데, 이 집 컨셉 신선 한데요...거의 모든게 셀프라니...
대신 양도 많고, 맛있고, 야유회나 캠핑 온 기분도 들고...
원가대비 마진도 좋을 듯 한데요...?

이모: 참 궁금한게 많은 양반일세...몰라 그런거...
그런데 먹고 살만은 해. 오늘 여기 처음인 모양인데, 자주와...
그럼 알려줄지도 모르지...오늘 너무 들이댄다.

쟈니: 먹고 사는 거에 관심이 많아서, 다짜고짜 그런 질문 많이
합니다.ㅎㅎ 한때, 직장 관두고 장사해보려고 여기저기 많이 들이 댄
시절이 있어서 그런지....

이모: 그냥 직장 다녀...뭐하러 사서 고생을 해...장사야 나이 먹고해도 되고..
그리고 먹는 장사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먹을 게 넘쳐나는 세상이라
어지간히 해서는 못 살아 남아... 나도 이거 될대로 되라 해서 한게, 운이 좋아
이러고 있는거지... 돈 벌 기대 안하고 했으니 만족감이 있는거고...
젊은 사람들 뻑 하면 직장 관두고 장사한다하는데, 그럼 못써.
장사 하면 편할 줄 아는 모양인데, 모르긴 몰라도 직장 생활 보다 더 힘들어.

차라리 돈이 많아서, 아무나 못하는 장사를 하면 모를까, 안 그럼 힘들어.

쟈니: 역시...그렇겠죠? 더군다나, 음식에 별 소질도 없는 사람들은 더더욱.

이모: 돈을 벌고 싶으면 돈 공부를 해야지 음식공부를 하면 되겠나.
다~ 자기 자리가 있는거네. 그거 모르고 남따라 하다간 가랑이 찢어지지.
어찌어찌 어렵게 자리 잡았다 쳐도, 힘들다고 한숨 쉬면서 일할거야...

쟈니: 아...우울해...좀 희망적인 이야기가 필요합니다.

이모: 고기 좀 더 주께 써비스로...더 먹어...

쟈니: 몸에 나쁘다면서요...ㅎㅎㅎ

이모: 싦음 말고....

쟈니: 사장님. 꼭지살로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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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한 자리에서 무언가를 해오고 있고,
사람들이 꾸준히 찾는다는 건, 그만한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어떤일을 꾸준히 해오고 있고, 그에 대한 즐거움을 느낀다면,
그 역시 해볼만한 가치와 보람이 있다는 것이아닐까?

오늘 하루 매상 보단, 손님 건강을 생각해주는 말한마디...
맛도 맛이지만, 그런 친절과 배려가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모양이다.

서점에 널리고 널린 창업과 장사에 대한 교본을 자처하는 많은 책들...
직접 창업을 했고, 나름의 스타일로 손님을 모으며 가게를 하는 분들을
만나보는것도 참으로 많은 공부가 된다.

초라하지만, 자신의 여건에 맞게 가게를 시작 했고, 부족한 부분을
잘 하는 것으로 보완하며, 손님에게 거리낌없이 다가선 것이
오랫동안 한 자리에서 가게를 운영할 수 있게 해준 원동력이 아닌가 싶다.
직장 동생의 말대로, 가수는 노래, 배우는 연기, 식당은 맛.
당연히 기본에 충실하되, 나머지는 자신의 색깔을 만들어 내는것.

뒷고기에 배인 특유의 양념...잡내를 없애고 감칠맛을 살린 그 비법.
역시 기본에 충실하였기에 사람들이 찾는 모양이다.

한번도 안와 본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간 사람은 없다는말...
나도 이집을 한번만 가진 않을것 같다.

충청북도 충주시 거룡1길 25 (세신구이)

멋진 손글씨 만들어주신 @sunshineyaya7 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