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쟈니의 인터뷰#19-2] 싫어했던 당신이 그렇게 보고 싶을 줄이야...

in kr •  6 years ago 

Hey~ T.
곰곰이 생각 해보니까, T가 가장 고마웠어. 올한해도 잘 부탁해.
그리고 T를 위해서 선물을 준비 했는데, 이건 감사의 표시이기도
하고,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는 대가성 뇌물이기도 해. ^^

50대 여사장은 시원시원한 성격으로, 내가 일하는 일식당을
인수받아 직접 경영을 위해 한국에서 미국으로 날아왔다.

이전 사장(한국인)도 괜찮은 사람이었는데, 무단결근과 지각을
밥 먹듯이 하고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는 멕시코 여직원을
해고 시킨적이 있었다.

해고당한 그녀는 멀마간 직장을 구하지 못하자, 해고에 앙심을
품고 사장을 성희롱으로 고소를 했었다. 고소고발이 흔한
미국이라지만, 함께 일하던 사람들은 그녀의 거짓에 다들
분개를 했고, 이전 사장은 변호사를 통해 대응 해오다, 1년이
넘게 질질 끄는 지리한 싸움에 수임료만 1억이 넘게 되었다.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싸움에, 결국 그는 지쳤고, 전화 통화로,
또 페이퍼 워크로만 일을 하며 돈만 요구하는 듯한 변호사들의
태도에도 넌더리가 나 있는 상태였다. 결국 일식당을 내놓게
되었고, 몇 다리 건너 지인을 통해, 한국인이 인수 하게된 것이다.

한국에서 개인 전문 투자자인 사람과 그와 오랜 협력자인
지금의 사장인 그녀가 이전 사장의 사정을 알게 되었고,
합리적인 조건으로 거래는 일사천리로 성사 되었고, 현재의
사장을 맞이하게 되었다.

잠시 사장이 바뀌면서 잠시 문을 닫는 동안 절반 가까이는
이곳을 떠났고, 난 여전히 남아, 지금까지 일해오고 있다.

처음 온 여사장은 식당운영 경력은 없었지만, 빠른 적응력과
그녀의 시원시원하고 빠른 결정, 그리고 친근하지만 카리스마
있는 운영으로 식당을 정상화 시켰다.

남아있는 직원 중 내가 가장 오래 된 직원이었기에, 나에게 자문을
많이 구했고, 당연히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기꺼이 했다.

그렇게 몇 년이 흐르고, 올해 2018년 1월….

“진작에 이렇게 했어야 하는데, 이제야 감사의 표시를 하네…”

한달 간의 유상휴가와 왕복 항공권 그리고 보너스를 받았다.
뜻밖의 선물에 적잖히 당황했지만, 스스로에게 자랑스러웠다.
그렇게 지난달 3월, 12년 만에 다시 한국에 왔다.


<10년전 텍사스 주>

카지노로 날린 2억과, 술과 담배로 찌든 일상…
폐인으로 죽어가던 나는 눈에 띄는 더러운 모든 걸 치우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몸도 마음도 조금씩 치유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다 지우고 다시 시작해보자….”

탕진한 2억의 쓰라린 절망보단, 아무 재주도 없이 시작해,
5년을 일하며 2억을 모은 경험이 있어서 인지, 부지런하기만
하면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식당일을 다시 하기로 마음 먹고, 스시맨으로 함께 일하며
알게 된 형에게 연락을 했다.
여전히 스시맨으로 일 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얼마전, 식당을
그만 두고, 캘리포니아로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마침 잘 됐네…그렇지 않아도 혹시나 하고 연락 하려 했는데…”

자신이 빠진 자리를 내가 매꾸게 되었고, 몇 주 뒤 그는 친척이
있는 LA 근처로 떠났다.
그리고 몇 년후… 가끔씩 전화로 안무를 물으며 지내왔는데,
어느날 대뜸,

“나름 괜찮은 곳이 있는데, 믿을 만한 직원을 찾는다고 하네…올래?”

미국에서 주를 옮긴다는 건, 흡사 다른 나라로 가는 것과 같다.
워낙 넓은 나라인데다, 주마다 법도 다르고, 성향도 다르기에,
일궈논 터전을 뒤로하고, 다시 정착 한다는 건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그냥 흘려 듣는 듯 했지만, 귓전을 맴도는 그의 제안….
그리고 몇 일간의 고민…

“그래…가보자… 좀 더 넓은 곳에서 더 배워보자..
그리고 내 이름을 건 식당을 운영해야지.”

결심이 선 후엔 더 이상 지체할 이유가 없었다.
누나를 찾아가, 앞으로의 계획과 꿈을 이야기 했고, 함께 이야기를
듣던 매형의 응원에 힘을 얻어, 주변정리를 하고 캘리포니아로
오게 되었다.

Pismo Beach에 있는 꽤 괜찮은 식당. 철판요리도 함께 하는 이곳은
주말이나 휴가철엔 사람들이 많이 오는 곳이다. 구글이나 네이버로도
검색되는 이 식당. 직원전용 개인 숙소와 식사도 제공되기에,
이주의 어려움은 없었다.

하지만, 텃새….그 형이 일하던 곳이었고, 그의 소개로 간 곳이다 보니,
나를 지켜 보는 직원들의 눈들이 매서웠다. 얼마나 횟감을 잘 다루는지,
얼마나 손님응대를 잘 하는지…

나름 최선은 다했지만, 그들을 따라가기엔 시간이 걸렸다.

“텍사스에 누나가 산다며? 몇 주 여행 다녀와야 하는거 아냐?

“캘리포니아는 처음이라 들었는데, 구경이라도 해야지, 일만 할거야?”

웃으면서 위해주는 척, 말을 걸어왔지만, 그게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있었다. 온지 갓 일주일이 지나자, 그들의 눈에 차지 않았던 나의
일처리를 그렇게 비아냥 거리며 그만두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그래…한달만 지켜봐라…나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될거니까)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더 공손하고 밝은 자세로, 비꼬는 그들의 말투를
다 받아 주며, 속으로, 그들이 생각하는 찌질이가 아님을 증명해 보이기로
했다.

폐인 생활을 하며, 결벽증에 가까우리만큼 이상해졌던 때, 담배를 끊었다.
담배냄새는 카지노에서 돈을 잃던 기억을 꺼집어 내었고, 그 기억이
날때면, 담배냄새가 역해 피우지를 못했다. 정신적인 충격이 커서 인지,
자신의 못난 모습을 기억하고 싶지 않아서인지, 몸도 그것을 거부하는
반응이 나타났기에, 끊어버렸다.

그렇게 끊은 담배이긴 하지만, 직업적으로 음식, 특히 회를 다루고,
손님을 응대하면서 담배냄새를 풍긴다는 게 프로의 자세도 아니니,
잘 끊은 듯하다. 결벽증 증세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깔끔한 게 기분이
좋다. 몸가짐이든, 일 처리든…

그렇게 두어 달이 되어 갈 때 쯤, 인정을 받기 시작했고, 늘 밝은 모습을
보여서 그런지, 나를 찾는 손님들도 늘어났다. 영어가 완벽하지 않기에
오히려 손님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되었고, 별만 하지 않고,
그저 그들의 이야기를 관심있게 들어준 게, 좋았던 모양이다.

“T~밥 줘… 이 말은, 내 남은 힘으로 하는 마지막 말이야”

장난스레 윙크를 날리는 단골에게, 오늘 기분 좋은 일있었냐고 물으면,
식사하는 내내 그의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영어를 잘 못 알아 들어서,
그게 뭐냐고 물으면, 그는 또 신나서 친절히 설명해 준다. 그저 그게 다다.

하지만 자신의 이야기에 관심을 보이고, 기억해주며, 언제 오더라도
반겨주는 내가 그렇게 친절하게 보이는 모양이다. 자기집에서 파티를
한다며 농담인지 진담인지, 초정을 하기도 하고, 여자친구를 데려와
소개도 시켜주고, 내가 쥔 칼을 보여 달라며, 그것이 사무라이 칼이냐며,
신비롭게 바라보기도 한다.

텍사스에서 일하던 내 모습이 아니었다.
내 이름을 건 식당을 차려야 겠다는 결심이 서니, 그곳이 정말 내 식당
같았고, 오는 손님들이 내 가게 단골들로 보였으며, 손님이자 친구였고
나의 구세주들처럼 여겨졌다.

저 멀리서 지켜보던 사장이 엄지를 날린다.
텍사스와는 다르게 나는 더 튼튼한 뿌리를 깊이 내리고 있었다.

몇 년이 흐르고 멕시코 여직원의 고소와 바뀐 사장….
많은 경험을 이곳에서 하게 되었고, 이제는 어느덧 자부심을
느끼며 이곳에서 일을 하고 있다.

정신 없이 바쁘고, 직원 간의 갈등도 있고, 간혹 까탈스런 손님들의
지나친 요구도 있지만, 그것마저 포용하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나는 그때보다 성장해 있었고, 연고 없는 이곳에서 그렇게 홀로서기가
진행중이다.

힘들어서 도망치듯 미국으로 왔고, 와서도 힘들어 했고, 폐인생활로
피폐하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도망을 다녔다면, 어떠했을까?

여전히 외롭다. 고향의 친구들이 보고 싶고, 한국의 음식이 그립고,
늙어가는 한국의 아버지가 보고 싶으며, 마흔이 넘은 나이에 연애도
못 하면서 일만 하는 나 자신이 초라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괜찮다.
누구나 각자의 외로운 구석이 있듯이, 나 역시 그렇고, 남들이 느끼는
각자의 행복을 나 역시 느끼며 살고 있으니,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걸 안다.


쟈니: 와~~~ 말빨 보소…진짜 많이 늘었네… 미국에서 스피칭 학원 다니나…
이야기 듣다 보니, 아침마당 시청하는 줄… 회 써는 건 잘 모르겠고,
그래서 2억 넘게 모은거냐? 탕진한거 다 매꾼겨?

T: 오늘 술 값 내가 다 내마.

쟈니: 응… 당연히 니가 낼건데, 돈 많이 모았냐고?

T : 미국 출장 올일 있으면 미리 연락해. 미국 어디서 일을 보던,
거기서 LA 왕복 비행기랑 호텔이랑 머무는 동안 비용들은 내가 준비
해줄 테니까…가족끼리 다 같이 놀러와.

쟈니 : 응... 당연히 니가 준비할건데, 돈 많이 모았냐고?

T : 하…씨X.... 회칼을 미국에 놔두고 왔네…

쟈니 : 술 값은 제가 계산하겠습니다...


(돼지국밥과 4구당구가 가장 그러웠다는 그...)
(정말 많이 바뀐 고향이라며 연신 사진도 찍어대고..)

다음주 월요일 그는 한달 간의 여행을 마치고 다시 돌아간다.
혹독한 시간을 보낸 후, 그는 거듭났고, 당연히 많은 돈을 모았다고
한다. 그 어느때 보다 밝은 모습으로 나타난 그를 전국에서 찾아온
친구들이 돌아가며 거의 매일 만났고, 그동안 많이도 변한 고향을
구경하며, 다음 방문을 기약했다.

싫어했던 당신이 그렇게 보고 싶을 줄이야...

애증의 아버지….
12년전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함께 간 제주도 여행에서 힘들어
잘 걷지도 못하는 모습에 입술을 깨물었다고 한다. 마주치기도 싫었던
새 엄마와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번듯한 식당을 개업하면 가장 먼저
초청해서 손수 만든 음식을 만들어 드리겠다 약속을 했다고 한다.

부디 건강히…그리고 행복하길….

[에피소드]

지난 주말, 부산에서 올라온 그는, 나와 다른 친구들 부부내외가 다나와
함께 식사를 하며, 술잔을 기우렸다.
취기가 올라오고, 또 언제 보겠냐며, 노래방으로 갔고,
그가 가장 많이 듣는다는 노래지만, 한번도 불어 보지 않았다는 노래를
불러 보겠다며, 술에 취해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노래를 불렀고, 아니, 노래를 거의 부르지 못했고,
그 누구도 아무말도 못한 채, 흘러나오는 반주만 들으며,
그도 울었고, 우리들도 울었다.


멋진 손글씨 만들어주신 @sunshineyaya7 님 감사합니다.

Authors get paid when people like you upvote their post.
If you enjoyed what you read here, create your account today and start earning FREE STEEM!
Sort Order:  

아....... 이번 인터뷰 대박이네요................

^^ 잘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와아~ 스스로 일어나셨네요 대단한거 같아요! 이번 인터뷰는 무언가 얻을수 있을거 같으면서 아직 못잡겠어요 쟈니님^^
비오는주말 쟈니님 즐겁게 보내세요^^

15년간 홀로서기를 타국에서 한 친구라, 저도 엄지척하며 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어렵고 힘든 시간을 잘 보낸 그 친구...앞으로도 잘 살아나가길 바래봅니다. 우부님 감사합니다. ^^

아 인터뷰 너무 잘 봤습니다.
정말 글도 잘 쓰시구..생각할 거리도 많이 던져주시구.
쟈니님 넘 대단하세요.ㅎㅎ
1편부터 정독하고 잠깐 생각에 잠겼다가 댓글 남깁니다.
감사드려요~~

감사합니다. 과찬에 부끄럼이...^^;

감동의 쓰나미
잘봤어요.
자주 놀러올께요.^^

감사합니다. ^^ 팔로했습니다. 앞으로 자주 뵈요^^

꼭 제 경험처럼 확 다가옵니다. 좋네요.

잘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인생의 굴곡은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노력으로 극복하신 분들 보면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친구분 대단하시네요!

그저 힘든 걸 버텨냈을 뿐이라고 말은 하는데, 곰곰히 생각해 보니, 그게 진정 대단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앞으로도 잘 살아가길 바랍니다. ^^ 감사합니다. ^^

와.. 멋있네요.. 끈기가 있는 분이란게 느껴집니다. 언제다 다시 일어설수있는 희망이 이때까지 저분을 지켜준것 같네요 ^^

읽으며 잠시 울컥했어요....애증의 아버지...😢😢어쩐지 이해가 가기도 하고....친구분 정망 멋지신거 같아요. 넘어졌을 때 그냥 포기하는 사람도 많은데 끝까지 포기함 없니 다시 일어난 모습👍👍👍

정말 과감하게 도전하는 정신이 있어야 한다는걸, 쟈니님의 인터뷰보고 새삼 느낍니다.
하루 하루 지날 수록 없던 도전정신이 점점 더 사라지는것 같기도 해서 조금 걱정되긴해요
아무튼 간에 쟈니님 인터뷰는 읽을 때 마다 느끼는 거지만 제 가슴을 울립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