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쟈니의 기웃2] 리즈 시절과 맞바꾼 장사. 연기와 함께 사라진 닭꼬치 청춘

in kr •  6 years ago  (edited)

지금도 그렇지만, 고기라면 자다가도 일어나서 먹을 정도로 좋아했던 쟈니. 간식처럼 먹을 수 없었기에, 집에서 누가 해주거나 외식이 아니면 먹을 수가 없었던 고기.

언제부턴가, 분식집이며, 노점상에서 “닭꼬치”라게 팔리기 시작했다.
지나가다 보이면 몇 개씩 사 먹었는데, 내 기억에 하나 300원, 두개 500원이었던 것 같다.

친구네 PC방에서 아르바이트 비슷하게 하면서, 보게된 길 건너로 매일 보이던 리어카 노점상.

나보다 어리게 보이던 20대 초반의 여학생(?)이 장사를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부턴가 보이지 않더니, 몇 년 후 인터넷 신문에 똭~!!!


(PC방 알바대신 그 노점에서 알바를 했어야...)

바로 “꼬지와 친구들” 이라는 이름으로 프랜차이즈화 해서, 대박을 낸, 그 노점상의 20대 젊은 친구였다.

그때 당시, 부산에 닭 가공 공장이 있었는데, 거기 가서 닭 꼬치 한 봉지 사다가(30개 들이 5,000원) 집에서 구워 먹기도 했던 나는, 이거 대박이란 느낌에, 졸업 후 닭 꼬치 장사를 해야겠단 생각을 하고 있었던 때였다.

이래저래 시간이 흐르고, 어느 덧, 졸업을 앞둔 마지막 학기. 딱히 취직할 생각도 없었고, 취직을 한다해도, 장사 밑천만 모이면, 퇴사 할 생각이었다.

면접이나 한번 보라는 학생 사무실장의 말에, 경험삼아 보러 간 면접에서 덜컥 합격을 하게 되고, 입사 후, 매일 술로 밤을 보낸 날들을 이어 나가고 있었다.

“야~ 매일 술도 사주고, 월급도 주고, 나도 좀 데려가라…”

친구들은 그렇게 부러워(?) 했지만, 건강 팔아 돈 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밤 공기가 제법 싸늘해진 늦 가을 어느 대학교 정문 앞…


(대략 이런 느낌으로, 빌딩벽을 따라 줄줄이 서있던 매장)

밤 9시가 넘은 시간…학생들이 다 먹고 가는 걸 기다렸다가, 닭꼬치 두개와 콜라를 주문하고, 굽는 걸 바라보며, 능구렁이 혀 낼름거리며 허리꺽어 공중 2회전 빽 덤블링하듯 질문을 투척….

“장사가 꽤 잘 되네요. ^^ 저도 닭꼬치 장사 하려고 했었었는데… 정말 좋아하거든요..”

“후~~~” (땅꺼지는 한숨)

“애고… 속도 모르고, 제가 괜한 소릴 했나봐요…”

“아니오…말씀하신 대로 장사는 꽤 잘돼요”

“한숨을 쉬길래, 전 또…. 사실, 직장 관두고, 닭꼬치 가게 해볼까 싶어, 이것저것 궁금해서 왔어요”

이 말을 듣더니, 놀란 토낀 눈을 하고 나를 쳐다봤다.

그 사람은 나와 비슷한 나이의 20대 후반의 아가씨였고, 일찌감치 장사에 눈을 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동대문에서 옷을 떼다, 지금 가게 앞의 대학교가 아닌 다른 대학교 앞에서 옷 장사를 했었다고 한다.

단골도 많이 생겨, 많은 돈을 벌었고, 가게를 아는 사람에게 넘긴 후, 휴식도 취할 겸 1년 정도, 국내외 여행도 다니면서 쉬었단다.

친척이 닭꼬치 장사를 했는데, 그 매장에서 잠깐 일을 하다가, 지금의 이 자리에 간이 매장을 임대 받아서 혼자서 하고 있다고 했다.


(맛있게 구워주세요~)

내가 마지막 손님이라며 몇 개 남지 않은 걸 모두 구워서는, 어차피 남은거라, 더 먹어도 되니까, 음료수랑 서비스라며,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서비스로 고객만족을 채워주었다. (사귀자고 해볼까?)

작은 의자에 앉아 이것 저것 정리를 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밥 달라고 칭얼대는 아이에게 밥상을 차려 주고, 분주히 집안 일을 하면서, 재잘대는 아이의 물음에 답해주는 엄마 같은 느낌이 문득 들었다. 그렇다고 나이가 많아 보이거나, 엄마처럼 보이거나 그런 게 아니라, 익숙하게 가게 정리를 하며, 손님을 대하는 모습에 전문가 포스가 느껴졌다고나 할까….(엄마 고기 더 줘)

“이거 한번 볼래요?”

그녀가 내민 매출기록 장부.
궁금한게 많은 마지막 손님의 빙빙돌려까기 식의 질문들이 답답했는지, 장부를 내민다.
(역시 쿨하다...진짜 사귀자고 해볼까?)

“얼마 버는지 궁금한 거 물어보고 싶은거죠?

뭐 훔쳐 먹다 들킨 사람처럼 많이 놀랬다. 역시 그녀는 프로였다.

하루 매출 70만원 정도. 한달 매출 2,000만원이 넘었다. (헉~! 대박)
원재료에, 가스비, 임대료 등등 빼고 나면, 그래도 한달 순수익이 800만원 정도 된다고 했다.

물론 대학가라, 방학 시즌엔 매출이 좋지 않지만, 1년, 월평균 600만원은 너끈하다며,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음료수와, 포장해가는 매출수입도 만만치 않다고 했다.

“아니…이렇게 장사가 잘되는데, 왜 한숨을 쉬세요?”

“제 몰골을 보세요… 예쁘진 않지만, 저도 여자고 한참 꾸밀 나인데, 맨 얼굴에 하루 종일 서서 닭꼬치나 굽고, 연기 마셔가면서 하루 종일 서서 이렇게 보내고 있잖아요. 자고 일어나면, 혼자 대충 밥 먹고, 꼬치 끼우고, 양념장 만들고, 전날 재워놓은 꼬치를 수레에 실어 가져와서 이렇게 팔아요. 주말에 한번씩 쉴 때면, 어디 나가기도 귀찮고, 피곤해서 하루 종일 잠만 자구요.

"장사가 잘되니 기분은 좋죠. 1년이 넘고 2년이 넘어가니까, 닭꼬치 구을 때, 무슨 생각이 드는 줄아세요? “여자가 가장 예쁘고, 또 예뻐 보이고 싶은 20대를 이렇게 닭이나 구으면서 보내는 구나….”"

“친구들은 한껏 치장하고, 멋도 부리고 하지만, 저는 친구 만날 시간도 없네요. 돈 많이 벌어서, 보란 듯이 멋부리고 다닐 거라고 생각도 했지만, 돈이 어느 정도 벌리고 나니까, 벌면 뭐하나, 쓸 시간도 없는데…라는 생각, 그리고, 이 시절 이렇게 보내고, 삼십대에 연애라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어느날은 한 친구가 자기 애인 데리고 왔었는데, 뒤로 질끈 묶은 머리에 화장안한 얼굴, 냄새 베인 옷을 입고 닭꼬치 굽고 있는 제모습이 왜 그리 처량해 보이던지....또 한껏 치장한 제 친구가 어찌나 부럽던지…. “
(난 그런거 안따지는 쿨한 남자요...나랑 사귑시다)

사실 나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그녀가 더 부러웠다.

난 그런 큰 돈을 벌어 본 적도 없고, 대학 다니며, 놀만큼 놀아본 지라, 앞으로 먹고 살 것에 대한 걱정이 많았지, 친구들과 놀러 다니고, 연애를 하고…뭐 이런 건 관심 밖이던 때 였으니까…
역시 자신의 위치와 상황에 따라서 세상이 달리 보이는 모양이다.

“혹시, 이 가게 인수하실 생각 있다면, 싸게 넘길게요”

헉~!!! 장사해보겠다며 이런 질문 저런 질문 하던 내게, 손을 내민 것이었다.

그 간이 매장은 좁아서 창고 삼아 근처 원룸에 냉장고랑 재고들이 있는데, 집기까지 다 넘기는 조건으로 3,000만원을 이야기했다. 그런데, 내게 그런 돈이 있을리 만무했고, 회사를 1년도 다니지 않은 사원에게 그런 돈을 선뜻 대출 해 줄 만한 은행도 없었다.

군침넘어가는 제안이었지만, 우선은 연락처만 받고, 구워준 닭꼬치를 철근같이 씹으며, 발길을 돌렸다.

“역시 고기는 다 맛있어…”

그 후, 3개월이 지난 어느 날… 그곳을 다시 찾았는데…. 닭꼬치와 함께 있던 대여섯개의 간이매장들이 전부 문을 닫은 상태.

무슨 일인가 싶었더니, 건물주가 건물 리모델링 한다며, 주변정리를 하고 있는 중이라는 이야기를 근처 부동산 아줌마에게 들었다.

이미 그 사실을 알고 가게를 넘기려고 했던건지, 아니면, 진짜 순수한 마음으로 넘기려고 했는진 알순 없지만, 내가 본 그 매출 장부의 기록은 사실이라 믿고 있다. 누가 봐도 장사는 잘되어 보였으니까.

장사로 돈을 꽤 번 경험이 있다면, 이후에 평범한 직장에 들어가 일을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해봤다.

PC방을 했던 내 친구는 마흔 중반에 가게를 접고, 직장인이 되어 일을 하고 있긴하다.
그에게 물어보면, 신경쓸일 없고, 제 할일만 하면 돼서, 만사 편하고 좋다고 한다.
물론 벌이는 PC방 때 벌이의 절반도 못된다고 하지만, 어린 애들이 어질러 놓은 컴퓨터 주변의 먹다남은 컵라면과 흡연실의 가래와 꽁초 치우는 짓거리 안해서 좋다고 한다.
무엇보다 규칙적인 생활이 가능하고, 쉬는 날 두발 뻗고 마음껏 쉴 수 있어서 정말 좋다고 한다.

장사를 해, 돈을 꽤 벌어 본 사람이, 목표가 돈이라면, 회사 보단, 장사가 나을것이고, 많은 돈보다, 워라밸을 추구한다면, 장사보단, 회사이 나은듯하다. 물론 정답은 아니지만...

대가

무엇이되었든, 그에 대한 대가를 지불해야한다.
돈은 없지만, 청춘의 시간을 만끽해보던지, 아니면 청춘의 시간을 포기하고 돈을 벌던지...

닭꼬치를 맛있게 굽던 그 20대의 청춘은, 지금 어디서 또 어떤 도전을 하며 살고 있을지 문득 궁금해진다.


쟈니는 그렇게 마음속의 사표를 품고, 그쌀쌀했던 밤 거리를 여기 저기 기웃거리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오타 수정이나, 문맥 흐름 등등, 그런 거 신경 안 쓰고, 막 적어 내렸습니다. 읽기 불편한 부분이 있으시면, 그냥 그러려니..하고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주시길... ^^;)

멋진 손글씨 만들어주신 @sunshineyaya7 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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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사표쓰고싶다는 마음을 품고사는데 여러모로 느끼게 하네요ㅎㅎ

제 마음 한구석에도 늘 "사표"라는 것이 자리 잡고 있네요. ㅋ

짱짱맨 호출에 응답하여 보팅하였습니다. 스팀잇을 시작하시는 친구들에게도 널리 알려주세요.

감사합니다. ^^

너무 재밌게 읽었어요. 역시 고민 없는 인생은 없나봐요. ㅎㅎ 장사다니나 직장 다니시는 분들은 다들 저 말을 하더라고요. 그래도 할일만 하면 되서 좋다고 직장인은 내 일도 아닌데 해서 뭐하나 싶은 허무감이 들고 ㅎㅎㅎㅎ뭐든 선택이겠죠.역시 자신이 어떤 타입인지 명확히 아는 기 중요할 것 같아요.

저도 정말 그렇게 생각합니다. 자신이 어떤 타입인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잘 할수있는지를 아는게 진짜 중요한 듯 합니다. 주변 파악하느라, 정작 자신은 파악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죠.

장사를 하면 종류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자신을 위한 시간을 쓰기 어려워요. 그건 가족에게 힘들 ㅠ

장사를 해본 적이 없는 저로써는 "장사는 아무나 하는 줄 아냐?"라는 말이 늘 귓전에 맴돕니다. 그만큼 만만하게 봐서는 결코 안된다는 의미겠지요. 그렇게 하나씩 배워가던 청년 쟈니의 모습이 떠오르네요... ^^;

여성분에게만 찾아가는 인터뷰인가요?ㅎㅎ
선의로 넘길려고 했다고 생각하는게 좋을 듯 싶어요.세상은 아름다워야 하니깐요^^

마음 같아선 여성분만 찾아가는 인터뷰만 해보고 싶습니다..ㅎㅎㅎ 농담이구요...어쩌다 보니, 연속으로 그렇게 되었네요..ㅎㅎㅎ

그 분 속마음을 듣고나니, 정말 관두고 싶은 마음 간절 하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때 마침 제가 나타났었고... 철거 소식을 알았다면, 이야기 했을거라 생각합니다. ^^

잠깐 이라도 그렇게 벌고 싶네요.ㅇㅅㅇ;;;;;;;;
즐기고 싶어도 즐길 돈이 없어서리...=_=

어쩜이리 제 마음과 똑같으신지.... ㅠ ㅠ

근데 왜. 항상 20대 여성분께만 인터뷰를 하시는것같은
느낌적 느낌이 드는거죠?

  ·  6 years ago (edited)

그렇게라도, 어른 여자 사람과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습.... ㅠ ㅠ

-쏠로시절의 쟈니-

정곡 찌르신 기린님ㅋㅋㅋㅋㅋㅋ

나도 20대에 친구들과 포장마차 하면서 팔다남은 닭꼬지를 소주와 한잔하든 추억이 떠오르네요~~

와~ 일찍이 장사 경험을 해보셨군요. 잘 되고 안되고를 떠나, 삶의 좋은 경험이셨으리라 생각됩니다.

특히 먹는 장사는 재료 준비하는 시간이 길어서 장사가 잘 될수록 본인 시간이 얼마 없는 거 같더라고요. 나름 장단점이 있네요.

그러게요. 먹는 장사는 준비하는 시간도 많이 들고, 정말 정성이 들어가지 않으면, 손님들도 즉각 알기에, 아무나 하는 일이 나니다 싶네요. 여기 저기 기웃 거리면서, 내린 결론이 "난 먹는 장사는 못하겠다" 였습니다.

쟈니님!!!오랜만이쥬 ㅋㅋㅋ
기승전"역시 고기는 다 맛있다" 이거면 된겁니다!ㅋㅋ

그렇죠~!! ^^ 고기는 진리입니다. ^^ 언제나 고기가 땡기는 쟈니...ㅎㅎㅎ

직장인은 자영업자분들 부러워하고..
장사하는분들은 직장인들 부러워하고...
참 쉽지 않은일이예요ㅎ

양쪽 다 경쟁이 치열한 사회라, 뭐 하나 쉬운게 없는 현실이네요. ㅠ ㅠ

역주행중입니다ㅎㅎ글에 흡입력이 대단...

감사합니다. ^^